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과 불법 여론조사 의혹 외에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를 둘러싼 또 다른 의혹은 여권 정치인들이 선거 과정에서 명씨에게 미공표 여론조사 등으로 도움을 받았고, 제3자를 통해 비용을 대납했다는 의혹이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국민의힘 유력 대권 주자로 꼽히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 등이 명씨의 ‘타깃’이 된 모양새다. 검찰이 수사를 통해 의혹의 진상을 규명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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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명씨는 오 시장이 10년 만에 서울시장직에 복귀한 2021년 4·7 보궐선거 전인 1월 초 오세훈 캠프를 처음 찾아갔다. 오 시장이 출마 선언을 하기도 전이다. 명씨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함께 구속기소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당시 야인이었던 오 시장을 처음 만났다.
명씨는 같은 달 20일 김 전 의원과 함께 오 시장을 한 차례 더 만났다. 여기까진 오 시장 측도 인정하는 내용이다. 오 시장은 두 차례 만남 뒤 당시 캠프에서 실무를 총괄하던 최측근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에게 명씨 얘길 들어보라고 했다. 강 전 부시장이 명씨와 대화를 이어가다 미공표 여론조사의 신빙성을 놓고 언쟁을 벌인 끝에 명씨를 내쫓다시피했다는 게 오 시장 측 설명이다.
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는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관련 미공표 여론조사를 13차례 실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 시장 측 관계자는 “우리도 수많은 선거를 치르면서 여론조사엔 나름 도가 텄는데, 명씨가 들고왔던 조사는 한눈에 봐도 문제가 많았다”며 “더군다나 홍보용으로도 못 쓰는 미공표 여론조사가 굳이 왜 필요했겠나”라고 되물었다.
오 시장의 후원자 중 한 사람인 김한정씨가 명씨 측에 3300만원을 보낸 일이 알려지면서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이 불거졌다. 김씨는 본지와 통화에서 “명씨의 요구 때문에 돈을 보냈을 뿐 여론조사 비용 명목이 아니며 선거 캠프와는 무관한 일”이라며 “명씨가 ‘(금전적으로) 좀 도와달라’고 해서 도와줬을 뿐인데, 언론이 일방적이고 단정적으로 보도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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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오세훈 캠프에서 명씨를 처음 만났는데, 동향(경남 창원시) 사람이라는 걸 알게된 뒤 본격적으로 교류를 시작했다. 일부 언론은 김씨를 오 시장의 후원회장이라거나 최측근이라고 표현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캠프나 이후 서울시 등에서 공식 직책을 맡은 적이 전무하다.
명씨는 “누구 덕에 시장이 됐는데”라며 오 시장과 홍 시장을 향해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후 명씨는 본질에서 다소 비껴간 공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11월 구속된 뒤 창원교도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변호인을 통해 오 시장과 만난 횟수가 2번이 아니라 4번이라고 주장했다. 검찰 조사에서도 같은 진술을 했다고 한다. 만난 시점(2021년 1월20일·23일·28일과 2월 중순)과 장소(서울 자양동 중식당, 청국장집, 장어집)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오 시장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명씨는 다시 3번을 추가해 오 시장과 총 7차례 만났다고 말을 바꿨다. 추가된 3번의 만남은 2021년부터 오 시장이 당선된 후인 2022년 사이 서울에서 이뤄졌다는 게 명씨 측 주장이다. 이에 이종현 서울시 민생소통특보는 “본질을 흐리려는 시도”라며 “‘(명씨가 여론조사 결과를) 누구에게 줬는지’라는 본질을 왜 피하나”라고 반문했다. 이 특보는 “명태균은 도움은커녕 훼방만 놨던 정치장사꾼”이라며 “여론조사가 어디로 갔는지 밝혀지고 있는 만큼, 검찰이 수사 의지만 있다면 이른 시일 안에 수사를 진행하고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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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특보 말대로 오 시장과 명씨 관련 의혹의 핵심은 명씨가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 시장 측에 실제로 도움을 줬는지, 그 대가로 김씨를 통해 여론조사비 명목조의 돈을 받았고 이를 오 시장이 알고 있었는지다. 검찰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의 해당 의혹 수사도 이 부분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진 명씨 측의 ‘돼지 잡는다’거나 ‘껍데기 벗기기’ 같은 격앙된 반응과 달리 아직 오 시장 측이 명씨가 건넨 여론조사 결과를 받았다는 증거나 오 시장이 김씨가 명씨에게 돈을 보낸 일을 알고 있었다는 증거는 없다. 명씨는 당시 국민의힘 지도부였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지상욱 전 여의도연구원장 등에게 여론조사 결과 등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오 시장 측은 “캠프의 누구에게 줬는지 밝히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명씨 측은 이에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오 시장은 명씨가 구속기소된 지난해 12월3일 명씨와 미래한국연구소 부소장으로 일한 강혜경씨 등을 검찰에 고소·고발했다. 후원자 김씨는 명씨 측으로부터 이 고소 건을 취하해달라고 얘길 전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본지에 털어놨다. 오 시장과 명씨 측 모두 연일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검찰 명태균 전담수사팀은 지난달 17일 서울중앙지검으로 올라온 뒤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사팀은 지난달 26일 김씨의 서울 동작구와 제주시 자택, 서울 여의도 소재 사무실 등 4곳을 압수수색했다. 이어 27∼28일 연이틀 경남 창원시로 내려가 명씨를 소환 조사했다. 향후 검찰은 김씨와 오 시장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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