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문화 또 훔쳐가”…韓매듭 장인과 협업한 ‘바게트백’ 내놓은 펜디, 결국

중국 네티즌들이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펜디와 한국 전통매듭 장인의 협업을 두고 “문화 도용”이라는 주장을 펼치며 항의했다고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 등 중화권 매체들이 지난달 28일 보도했다.

펜디가 한국 매듭 장인과 협업해 선보인 바게트백. 홍콩 성도일보 캡처

보도에 따르면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펜디가 최근 제품 디자인의 문화적 뿌리를 ‘한국’으로 설명하자, 중국 네티즌들이 이같은 사실이 잘못됐다며 비난해 분쟁에 휘말렸다.

펜디는 지난해 말 서울시 무형문화재 13호 김은영 매듭장인의 손이 보태진 핸드백을 공개했다. 1997년 디자인된 일명 ‘바게트 백’에 각국의 공예기술을 더해 예술작품으로 재해석하는 프로젝트의 하나였다. 해당 가방 협업에 참여한 한국의 매듭장 김은영 씨는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13호 명예매듭장이다. 1979년 전승공예대전을 시작으로 국전, 인간문화재 공예전, 전승공예전에서 여러 차례 수상했다.

펜디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김 씨를 1965년부터 한국의 전통 매듭에 몰두해 왔다고 소개하며 “이 에디션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기술의 복잡성”이라며 “조선왕조 의례복에 전통적으로 사용된 매듭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또 펜디 홈페이지에는 김 씨가 한복을 차려입고 비단실을 염색·합사해 끈을 짠 후 한국 전통 매듭을 만드는 과정도 소개됐다. 김 씨는 경남 고성 문수암에 구름이 드리울 때 아름답게 물든 석양에서 영감을 받아 이 작품을 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일부 중국인은 펜디 측에 직접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펜디 중국 고객 서비스 부문은 글로벌타임스에 이 문제와 관련해 수많은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한 중국 네티즌은 소셜미디어에 “중국 매듭 기술인데, 한국의 장인 정신에서 기인했다고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펜디는 중국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결국 펜디 측은 인스타그램에서 관련 홍보 콘텐츠를 삭제했고 해당 제품은 공식 웹사이트에서 사라졌다고 중국 매체들은 전했다.

펜디는 다만, 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박윤희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