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 이상 ‘경제적·심리적으로 힘든 시간’ 평가
졸업 뒤 1년 이상 미취업 한 청년(15~34세) 경우 평균 22.7개월을 쉬고, 4년 이상 쉬는 청년도 약 11%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들 청년의 77.2%는 ‘쉬었음’ 상태가 불안하다고 답해 정책 지원 필요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는 11일 서울 중구 직업능력심사평가원에서 청년고용 포럼 1차 회의를 열었다. 포럼은 학계 및 현장 전문가와 함께 청년 일자리 문제를 살펴보고, 정책 개선방안을 논의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 한국고용정보원이 1년 이상 ‘쉬었음’ 경험이 있는 청년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가 공개됐다. 실태조사는 구직급여(실업급여) 수급 및 내일배움카드 수료 뒤 1년 이상~3년 미만 미취업 청년 3189명을 대상으로 했다.

이른바 ‘쉬었음 청년’ 대다수는 일경험이 있었다. 근로소득 경험이 있는 청년이 87.7%였고, 근속 기간은 평균 17.8개월, 마지막 일자리의 임금수준은 주로 200만원 이상~300만원 이하(48.8%)가 많았다.
쉬었음을 택한 사유를 보면 적합한 일자리 부족(38.1%)과 교육·자기계발(35.0%)이 가장 많았으나, 번아웃(27.7%)과 심리적·정신적 문제(25.0%)를 꼽은 응답도 상당했다. 쉬는 기간 활동으로는 교육·자기계발(55.5%)과 휴식·재충전(52.1%)이 가장 높게 나타났으나, 특별한 활동이 없었던 경우(20.3%)도 적지 않았다.
이들의 심리상태를 봤을 때 절반 이상(58.2%)은 쉰 기간을 ‘경제적·심리적으로 힘든 시간’으로 평가했다. 쉬었음 상태가 불안하다는 답변은 77.2%로 높았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쉬었음 기간이 길어질수록 재충전의 시간이라는 인식은 줄고, 힘든 시간, 구직 의욕을 잃게 만든 시간이었다는 인식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쉬었음 청년의 대부분(84.6%)은 삶에서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즉 일이 중요하지 않아서 쉬고 있는 청년은 극소수라는 의미다. 이들의 68.4%는 향후 1년 내 취·창업을 희망하고 있으며, 60.9%는 향후 취업준비에 상당한 시간·노력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1년 이상 쉰 청년 중 현재 취업자와 미취업자를 비교했다. 그 결과 과거 일자리가 저임금·저숙련·불안정할수록, 일경험이 없을수록, 미취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쉬었음에 머무는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일경험이 있는 집단은 현재 취업자 비중이 42.4%였으나 일경험이 없는 집단은 현재 취업자가 3.1%에 그쳤다.
이들에게 취업에 필요한 도움을 묻자 생활비 지원(50.6%)보다 직업훈련·교육(59.3%), 취업알선·정보제공(54.7%)을 더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1 맞춤형 상담(32.0%)이나 직접체험 프로그램(31.6%) 수요가 높고, 3개월(43.8%)~6개월(22.9%) 이내의 단기과정 선호했다. 구체적인 정책 선호도는 내일배움카드 훈련(65.1%)이 가장 높았다. 그 외에 국민취업지원제도(49.6%), 일경험(37.6%), 구직자 도약보장 패키지(30.1%) 순이었다.
위원들은 쉬었음 청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년 대상 심리상담 지원을 확대하고, 초기 쉬었음 단계에 조기 개입해 장기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정한 고용부 고용정책실장은 “정부는 졸업한 청년들이 ‘쉬었음’ 상태로 빠지지 않도록, 졸업 후 4개월 이내 조기 개입해 취업을 지원하는 ‘한국판 청년 취업지원 보장제’를 시작했다”며 “전국 100여개 고용센터에서 제공하는 심리상담 프로그램도 대폭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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