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인중개사가 신탁부동산의 임대차 계약을 중개하는 과정에서 설명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임차인이 손해를 입으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11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인천지방법원은 공인중개사와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대해 “피고들은 공동으로 원고에게 7000만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2019년 공인중개사 B씨를 통해 임대차 보증금 7000만원에 계약을 체결한 후 확정일자 및 전입신고를 마쳤다. B씨는 2020년 A씨에게 일시적으로 다른 곳으로 전출할 것을 요청하며 ‘소유자가 변경돼 보증금에 대한 손실이 발생할 경우 전액 책임질 것을 확인한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작성해 줬다. 이에 A씨는 잠시 주소지에서 전출한 뒤 6일 후 원래 거주지로 다시 전입신고를 했다.
이 기간 동안 부동산의 소유권은 다른 사람에게 이전됐다. 신탁회사와 담보신탁 계약이 체결되면서 신탁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 이전등기도 마무리됐다.
이후 A씨는 B씨의 중개로 신탁회사가 아닌 위탁자와 다시 임대차 보증금 7000만원으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기간 만료 후 연장된 임대차 계약은 공인중개사 C씨의 중개로 이뤄졌다.
그러나 계약만기 1개월 전 A씨가 위탁자에게 갱신 거절 의사를 밝혔으나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했다. 결국 A씨는 보증금을 되찾고자 법률구조공단을 찾았다.
공단은 A씨를 대리해 공인중개사 B씨와 C씨 그리고 그들의 공제사업자인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공단은 공인중개사 B씨와 C씨가 신탁등기가 돼 있는 부동산에 대한 임대차계약을 중개할 경우 신탁원부를 제시하지 않았고, 신탁부동산을 임대할 경우 수탁자인 신탁회사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설명해 주지 않아 A씨가 우선변제권을 취득하지 못해 손해를 입었다 주장했다.
또한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B씨와 C씨의 중개행위로 인해 발생한 손해로 공제금액 범위 내인 7000만원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공단의 청구를 모두 인용해 “피고들은 공동으로 원고에게 7000만원과 피고별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를 대리해 소송을 진행한 공단 소속 이동혁 공익법무관은 “이번 판결은 공인중개사가 신탁 부동산 거래 시 법적 설명의무를 이행해야 함을 명확히 한 사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유사한 부동산 거래에서 중개인의 책임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부동산 임차인의 권익 보호와 공정한 부동산 거래 질서 확립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