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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근무한 경리직원, 아파트 관리비 7억 빼돌리고 잠적

입력 : 2025-03-11 15:59:40 수정 : 2025-03-11 15:5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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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회계감사도 무력화… 감시 시스템 ‘구멍’
한 대단지 아파트. 본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연합뉴스

 

광주의 한 대단지 아파트에서 25년 동안 근무한 경리 직원이 관리비 수억 원을 횡령한 후 돌연 잠적했다.

 

관리비를 담당했던 이 직원은 인터넷뱅킹의 허점을 악용해 10년 가까이 자금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관리사무소는 뒤늦게 이를 파악하고 경찰에 신고했으며, 현재 경찰이 긴급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11일 광주 광산구 소재 A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에서 25년 동안 경리 업무를 담당한 40대 B씨가 지난 5일부터 갑자기 출근하지 않고 있다.

 

B씨가 사라진 날은 관리사무소 직원들의 월급 지급일이었다.  

 

이날 다른 직원이 관리비 입출금 통장을 확인하려 했지만, 어디에서도 통장을 찾을 수 없었다.

 

수상함을 느낀 관리사무소 측이 은행을 직접 방문해 계좌를 확인한 결과,  아파트 관리비 계좌 잔액은 ‘0원’이었고 장기수선충당금 7억 원도 사라진 상태였다.

 

관리사무소 측은 그제야 B씨가 수년간 관리비를 빼돌렸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조사 결과, B씨는 2016년부터 인터넷뱅킹을 활용해 지속적으로 관리비를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관리비를 인출하거나 이체할 때 관리소장 및 입주자대표회의의 도장이 필요했다. 이 과정에서 자금 흐름이 감시될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인터넷뱅킹 도입 후 이체 승인 절차가 간소화되면서 B씨 단독으로 출납이 가능해졌고 이체 시 ‘받는 사람’ 이름을 조작해 마치 정상적인 거래처럼 위장했다.

 

B씨는 자신의 계좌로 돈을 이체하면서도, 통장 기록에는 거래처나 공사업체 명의로 남겨둬 감시망을 피했다.

 

현재 300가구 이상 아파트 단지는 외부 회계감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감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회계사 C씨는 “대부분의 회계감사는 표본 조사 방식이라 담당자가 의도적으로 서류를 조작하면 이를 적발하기 어렵다”라며 “잔액 증명서나 입출금 내역을 조작하면 감사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아파트 관리비는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행정기관이 직접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라며 “공동주택관리법 위반 시 과태료 부과는 가능하지만, 예방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결국, 관리비 감시 시스템이 허술하고, 입주민들이 직접 감시하지 않으면 횡령이 발생해도 적발이 어렵다는 점이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

 

B씨가 저지른 아파트 관리비 횡령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3년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에서 관리사무소 직원이 5년간 관리비 10억 원을 횡령했는데 주민들이 감시 소홀했던 틈을 타 개인 계좌로 수십 차례 이체했다. 2022년 부산의 한 아파트 경리 직원은 회계 조작으로 관리비 8억 원을 횡령했다. 감사 과정에서 잔액 증명서 위조 정황이 드러나 경찰 수사를 받았다.

 

부동산 전문가 공동주택 관리 컨설턴트 D씨는 “아파트 관리비 횡령 사건은 전국적으로 꾸준히 발생하는 문제”라며 “외부 감사 강화, 인터넷뱅킹 보안 강화, 입주민 감시 시스템 도입 등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현재 광주 광산경찰서는 관리사무소 측의 고소장을 접수하고 B씨를 업무상 횡령 혐의로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B씨가 장기간에 걸쳐 조직적으로 횡령을 저지른 만큼,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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