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용 시 與 대선 레이스에 악재
기각돼도 국정 수행 쉽지 않아
미련 버리고 새 변화 보여줘야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론이 임박한 것이다. 국민의힘의 고심도 깊어진다. 법원의 윤 대통령 구속 취소와 검찰의 즉시항고 포기 후 극우 강성 지지층은 탄핵 기각 내지 각하를 기정사실화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국민의힘도 이에 적극 호응해 왔다. 그러나 조기 대선 국면이 펼쳐질 가능성에 마냥 윤 대통령을 엄호할 수만 없는 게 국민의힘의 처지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당 소속 의원들의 장외집회 가세, 헌법재판소 압박 등을 두고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소속 의원 82명이 최근 탄핵심판을 각하해 달라며 헌재에 제출한 2차 탄원서에도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은 서명하지 않았다.

국회를 무력화하기 위해 위헌·위법적 비상계엄을 발동한 윤 대통령의 탄핵 사유는 대부분 개인적인 비리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비교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그런데 박 전 대통령 탄핵에는 주저하지 않던 국민의힘 의원들이 윤 대통령 탄핵은 결사 저지하고 있는 것은 거리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벌이는 강경 보수층이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이지만, 대통령 탄핵에는 반대한다”는 희한한 주장까지 편다. 윤 대통령과 강성 지지층에 휘둘려 균형 감각을 잃은 게 아닌가 의심될 정도다.
윤 대통령이 법원의 구속 취소로 석방됐지만 탄핵 사태의 본질은 변한 것이 없다. 구속 취소는 절차적 하자를 지적한 것뿐이다. 12·3계엄에 대한 탄핵·형사적 다툼과는 전혀 다른 문제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이 구속 취소를 ‘계엄 무죄’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견강부회다.
탄핵이 인용된다면 정국은 급속히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전환된다. 국민의힘 대선주자들도 이미 물밑에선 조기 대선 준비가 한창이다. 지금같이 탄핵 저지를 외치다가는 탄핵 인용 후 윤 대통령의 존재가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내란 동조세력’이라는 공세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금까지 헌재 결정에 대한 승복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자신의 오판으로 국가적 혼란을 초래한 만큼 최소한 승복 약속이라도 하는 게 도리인데도 말이다.
국민의힘은 강성 지지세력과 밀착할수록 중도층은 떠나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중도층에서는 탄핵 찬성, 정권교체 여론이 월등히 높다. 더욱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중도층을 겨냥해 끊임없이 정책 이슈를 내놓고 있다. 지금 탄핵 정국에서 중도보수를 표방하며 감세 등 정책 이슈를 주도하는 것은 이 대표다. 최근에는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소득대체율(받는 돈)까지 국민의힘이 주장해 온 43%안을 전폭적으로 수용했다.
국민의힘은 개헌 카드로 이 대표를 압박하려고 하지만, 이 대표는 “(지금은) 내란에 집중할 때”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대표는 “탄핵 선고 후 답할 것”이라고도 했다. 윤 대통령이 파면되며 탄핵 국면이 해소되면 이 대표도 재빠르게 개헌 일정을 제시할 공산이 크다. 국민의힘의 주요 공세 카드가 무력해지는 것이다.
윤 대통령 탄핵이 기각돼 대통령직에 복귀하더라도 정상적인 국정운영이 가능하겠는가. 그의 자질과 성정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며 2년 이상 남은 임기를 온전히 수행하기에는 다수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윤 대통령 구속 취소 이후 최근 여론조사도 탄핵 찬성 여론이 60% 안팎에 달한다. 만약 이 민심과 어긋나는 헌재 심판 결과가 나올 경우 그 국민적 저항은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기각을 주장하는 홍준표 대구시장은 “기각되면 혼란, 인용되면 전쟁”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최근 찬탄(탄핵 찬성), 반탄(탄핵 반대) 집회에서 찬탄 집회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다수 국민이 윤 대통령 파면을 기정사실로 여기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최후변론에서 “잔여 임기에 연연하지 않고 개헌을 하는 게 마지막 사명”이라고 했지만, 민심이 받아들일지는 불투명하다. 국민의힘이 재집권을 꿈꾼다면 더는 윤 대통령에게 미련을 가져서는 안 된다. 하루속히 새로운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 지금 시간은 국민의힘 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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