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기관 “韓 2년째 독재화” 평가
찬탄·반탄 충돌 땐 나라 곤두박질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가 다가오는 와중에도 여야는 상대방의 승복 의사에 대해 진정성을 믿을 수 없다는 공방을 벌이고 있다. 참으로 치졸하고 볼썽사나운 일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16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유튜브에 출연해 승복 의사를 시사한 것과 관련해 “이 대표는 유튜브에서 ‘헌정 질서에 따른 결정을 승복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스치듯이 이야기했다”며 “이 대표의 말이 과연 진정한 승복 의사가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트집을 잡았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도 그제 “탄핵이 기각될 경우 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선동도 하는데, 민주당은 이런 자세를 버리고 한시라도 빨리 헌재 결정에 승복할 것임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압박했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여당의 승복 입장 표명과 관련해 “제발 말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진정성을 보여주길 바란다”, “행동으로 하는지 지켜봐야겠다”고 못 믿겠다는 태도를 반복했다. 여야 모두 상대에 대한 불신을 증폭해 아스팔트에서 세력을 결집하려는 의도를 가졌다고밖에 볼 수 없는 한심한 작태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서로에게 승복을 요구하면서도 자기 진영의 정점인 윤 대통령과 이 대표에 대해선 말을 아끼는 이중적 행태를 보인다. 윤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은 지난달 19일 “헌재 결과에 대통령이 당연히 승복할 것”이라고 했으나, 윤 대통령은 여전히 승복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있다. 이 대표도 12일 유튜브 채널에서 “(헌재 결정에) 승복은 당연히 해야죠”라고 했지만, 공식 석상에서 정식으로 승복 선언을 한 것은 아니어서 뒷말이 나온다.
이런 후진적이고 퇴행적인 정치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가 비롯되는 것 아닌가. 스웨덴 민주주의다양성기관의 ‘민주주의 보고서 2025’에서 한국의 민주주의 수준이 기존의 ‘자유민주주의’보다 한 단계 떨어진 ‘선거민주주의’로 분류됐고, 2년째 독재화가 진행 중인 나라로 평가됐다니 부끄러운 일이다. 지금도 서울 광화문 일대와 헌재 주변 등 전국에서 탄핵 찬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면 우리는 민주주의 퇴보라는 회복불능의 나락에 떨어질 수 있다. 그 책임은 저질 정치를 양산하는 양당이 져야 한다. 여야 정치 원로들은 지난 10일에 이어 그제 다시 승복 결의문 채택을 국회에 촉구했다. 윤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은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한 국민의 승복 요구에 겸허히 응해야 한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