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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최후의 보루’마저… 2월 ‘노란우산공제’ 해지 첫 1만건 돌파

입력 : 2025-03-18 17:12:12 수정 : 2025-03-18 21:2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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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중앙회 현황 분석
4년 전 대비 50% 이상 늘어나
폐업공제금 1434억 달해 2배↑

폐업 소상공인 “코로나 견뎠는데
탄핵정국 장기화에 결국은 포기”
자영업자 과잉 상황도 문제 지적

자영업자의 생존을 위한 최후의 보루이자 퇴직금과도 같은 노란우산공제의 해지 건수가 2월 기준 역대 처음으로 1만건을 돌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내수침체에 더해 고물가 장기화,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미국발(發) 무역 전쟁 등 겹겹이 쌓인 대내외 악재에 두 손 두 발 들고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급증했다는 뜻이다. 이런 최악의 상황 해결을 위해 정부 지원금과 같은 단기 처방이 아닌 시장구조·체질 개선 등 구조적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중고 주방용품 ‘산더미’ 경기침체·고물가 장기화에 가게 문을 닫는 자영업자가 계속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18일 서울 중구 황학동의 주방거리 매장에 폐업한 가게에서 나온 식기와 조리도구 등이 인도까지 넘쳐 나고 있다.  이제원 선임기자

18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달 노란우산공제 해지 건수는 1만477건이며, 지급된 폐업공제금은 1434억원이다. 해지 건수, 공제금액 모두 역대 2월 최고치다. 이는 한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절정에 달했던 2021년(6879건, 659억원)과 비교해도 해지 건수가 약 52%, 폐업공제금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소득공제를 받기 위해 통상 해지 건수가 몰리는 1월을 제외하고 노란우산공제 해지가 월 1만건을 넘는 경우는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노란우산공제는 폐업이나 노령 등의 생계위협으로부터 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 2007년 도입된 사업이다. 적금처럼 매달 일정 금액을 납입하면 폐업 시 원금에 연 복리 이자를 더해 일시금 또는 분할금 형태로 돌려받을 수 있다.

 

연간 단위로 보더라도 노란우산공제 해지 건수는 늘어나는 추세다. 2020년 8만1897건(폐업공제금 7283억원)이던 해지 건수는 2021년 9만5463건(9040억원)을 기록한 뒤 2023년(11만15건·1조2600억원) 처음으로 10만건을 돌파한 뒤 지난해에는 11만5건(1조3908억원)으로 소폭 줄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내수침체 장기화로 인해 어려움에 부닥친 자영업자의 수가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신용평가기관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개인사업자(자영업자·기업 대출을 보유한 개인) 335만8956명의 금융기관 대출금액은 1122조7919억원으로 전년보다 7719억원(0.1%) 늘었다. 전체 대출은 소폭 늘었지만 3개월 이상 원리금 상환을 연체한 이들은 15만5060명으로 1년 전보다 4만204명(35%) 급증했다. 이들이 진 빚 규모도 30조7248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7조804억원(29.9%) 늘었다. 그 결과 1월 자영업자 수는 550만명으로 지난해 11월(570만여명)보다 약 20만명 줄어들었다.

경기침체 장기화가 자영업자에 치명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12·3 비상계엄 뒤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탄핵정국이 소비심리를 더 냉각시킨 건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재화 소비를 뜻하는 소매판매액은 지난해 2.2% 감소했다. 이는 신용카드 대란 사태가 있던 2003년의 3.2% 감소 이후 21년 만에 최대 폭 감소다. 소매판매액은 2022년 이후 3년 연속 줄어들었으며 2022년 -0.3%, 2023년 -1.5% 등으로 감소폭도 커졌다. 소매판매액 지수도 전년 동월 대비 13개월 연속 줄다가 지난 1월 보합세를 보였다.

 

올해 1월 식당을 폐업한 이모(46)씨는 “요식업을 20년간 해왔고 코로나도 견뎌냈는데 이제는 더 못 버티겠다는 판단이 들어 가게를 접었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그래도 연말 특수를 마지막 희망이라고 생각하고 기다렸으나 비상계엄 사태가 터진 뒤 탄핵정국이 길어지며 내수가 심각하게 쪼그라들어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며 “권리금은커녕 모든 집기를 다음 사람에게 헐값에 넘기고 빈손으로 나왔다”고 했다.

서울 한 건물 상가에 임대 광고가 붙어 있는 모습. 연합뉴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을 웃도는 한국의 자영업자 과잉 상황도 어려움을 가중하는 요소다. 2021년 기준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은 23.9%로 OECD 평균(17%)보다 1.4배 높다. 당해 기준 음식·숙박업의 창업 5년 후 생존율은 22.8%로 10명 8명이 버티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에서는 임시방편이 아닌 근본적 처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경제학)는 “자영업자가 어려운 것은 모두 고물가에서 비롯된다. 물가가 높으니 임대료가 오르고, 임대료가 오르니 상품 가격이 오르고, 상품 가격이 오르니 소비자들이 해외 구매, 해외여행을 선택하는 것”이라며 “지역상품권을 주면 그걸 생활비로 쓰고 월급으로는 해외여행 간다. 고통스럽지만 당분간 대출을 조이는 것 만이 답”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우리나라가 OECD와 비교해서 자영업자 비율이 너무 높은 것도 문제”라며 “정부는 모든 자영업자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일부는 취업 시장에 재진출할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줄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채명준 기자 MIJustic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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