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 성능 점검·피드백 역할
행정·교육 등 전반에 AI 이식
AI 사회 재구성하는 실험 속도
인공지능(AI) 모델 훈련에 사람의 손이 필요하다는 점은 세계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다만 중국은 국가라는 조직망을 통해 그 손을 일사불란하게 모은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중국 관영매체에 따르면 저장성은 지난 18일부터 약 4개월간 공무원 30만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AI 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한 기술 학습에 그치지 않는다. AI 발전 동향과 산업 응용 사례, 글로벌 생태계에 대한 이론 강의와 함께 딥시크(DeepSeek)와 같은 자국산 대형 언어모델을 실습해보는 과정이 포함돼 있다. 첫 강의에는 29만6000명이 온라인으로 접속했다. 지방정부가 기술 확산을 위해 실질적인 동원에 나섰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중국 정부는 본격적으로 ‘AI+행정’ 구조를 실험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시범사업이 운영 중이며, 기술기업과 지방정부, 공공기관이 공동으로 모델을 시험하고 현장에 적용하는 구조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행정조직 내부에서 자국산 모델을 쓰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성능을 점검하고 적합성을 분석하는 과정까지 공공의 역할로 포함시키고 있는 셈이다.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AI 교육은 행정 업무 효율화와 기술 적용을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점에서 이해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이 추진하는 방식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듯하다. 허난성 정저우시는 고위 간부들에게 딥시크 같은 AI 모델을 심층 연구하고 이를 의사결정, 분석 및 문제 해결에 최대한 활용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광둥성 포산시는 딥시크를 지역 온라인 정부 서비스 시스템에 통합해 행정 의사결정의 보조 도구로 삼고 있다. 또 일부 지역에서는 교사 대상의 AI 활용 연수가 진행되고 수업에서의 활용 사례를 정리하는 활동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처럼 중국의 AI 활용은 행정조직 안에서 일관되게 추진된다. 공무원이 단순 사용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투입된 기술의 성능을 점검하고 피드백을 제공하는 일까지 맡는 구조다. 반복된 프롬프트 입력과 응답 평가, 정리된 보고서는 데이터가 된다. 이 데이터가 실제로 AI 모델의 훈련에 쓰이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실무자가 AI 성능에 영향을 주는 접점을 꾸준히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중국의 공공 부문이 AI 훈련에 직접 관여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는 다소 섣부른 감이 있다. 하지만 기술 도입과 초기 정착 단계에서 공무원이 적극적으로 투입되고, 그 활용 경험이 일정한 피드백 구조로 편입되는 흐름은 분명히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타국은 구조가 다소 다르다. 미국의 경우 국세청과 연방조달청 등 주요 정부기관은 생성형 AI를 문서 요약, 민원 분류, 질의응답 등에 제한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생성된 입력 데이터가 다시 모델 학습에 사용되는 경우는 드물다. 미국 연방정부는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 오픈AI’나 아마존의 ‘베드록’ 같은 상용 모델을 도입할 때 ‘고객 입력은 모델 개선에 활용되지 않는다’는 조항을 계약 조건에 포함하고 있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애저 오픈AI 서비스는 사용자의 프롬프트나 응답을 모델 훈련, 재훈련, 개선에 사용하지 않는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다.
반면 중국은 AI를 산업 전략에 머무르게 하지 않는다. 행정과 교육, 일상에 이식하면서 기술이 작동하는 기반을 국가가 먼저 준비하고 있다. 생성형 AI가 현장에 도입되는 속도는 빠르고, 이를 뒷받침하는 행정력은 강력하다. 체계화된 훈련 구조가 존재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기술을 위한 사회적 기반을 공공 조직이 먼저 조성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AI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것이라는 말은 이제 식상하다. 오히려 인간이 AI가 작동할 수 있도록 주변을 정비하고, 언어를 제공하고, 예외를 교정하는 시대다. AI와 함께 일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 최전선에서 중국은 단순히 AI 실험을 넘어, AI를 기반으로 사회를 재구성하는 실험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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