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대신 ‘보조금’ 무기
바이든 정부 2021년부터 3년간
외국인 투자 89% ↑ 1조7994억弗
벤처투자금 절반 유입… 성장 견인
韓은 동기간 대미 투자 순유출
132% 늘어나 연평균 232억弗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벌이는 ‘관세전쟁’은 전 세계 투자 자본을 미국에 집중시켜 국내 민간 경제를 활성화하는 전략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미국은 이미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때도 글로벌 자본을 유입시켜 경제성장을 이루는 전략을 썼고, 성공을 거뒀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면 한국은 글로벌 자본 유입은커녕 국내 자본의 순유출이 지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안도걸 의원은 31일 “미국 정부기관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바이든 정부 당시인) 2021∼2023년 글로벌 외국인 직접투자의 24%가 미국으로 집중됐다”며 “같은 기간 민간투자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기여율은 26%에 달한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분석국(BEA)에 따르면 대미 외국인 투자는 2016∼2019년 연평균 9525억달러에서 2021∼2023년 1조7994억달러로 바이든 정부 동안 89% 급증했다.
특히 경영에 참여하는 외국인 직접투자, 주식·채권 등 증권투자, 미래 신성장 분야에 대한 벤처투자에서 미국 쏠림 현상이 뚜렷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통계에 의하면 전 세계 외국인 직접투자 중 미국에 유입된 비중은 2016∼2019년 연평균 17%에서 2021∼2023년 24%로 7%포인트 높아졌다. 증권투자는 3897억달러에서 8685억달러로 무려 123% 상승했다. 글로벌 리서치 전문기관 CB인사이트는 미국이 최근 5년(2020∼2024년)간 전 세계 벤처투자 금액 중 연평균 51%를 차지해 최대 실적국 지위를 유지해왔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자본 쏠림은 미국의 민간투자, 생산성 혁신, 소비 등을 견인했다. 외국인 직접투자는 미국 내 생산시설을 확충시켜 설비투자를 증가시키고, 증권투자는 미국 내 기업의 투자자금 조달이 용이해서 민간투자가 확대되는 효과가 있다. 벤처투자는 첨단산업 분야에서의 혁신을 촉진해 빅테크 기업들이 미국 내에 뿌리내리도록 한다.
실제 미국의 민간투자는 2016∼2019년 연평균 5% 상승한 반면, 바이든 체제 한가운데였던 2021∼2023년엔 연평균 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른 민간투자의 실질 GDP 성장기여율도 같은 기간 22%에서 26%로 증가했다.
바이든 정부가 ‘투자 시 대규모 보조금’ 정책으로 전 세계 자본을 쓸어담을 동안, 한국은 2021∼2023년 연평균 459억달러의 자본 순유출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미 순유출의 증가세가 눈에 띈다. 한국의 2016∼2019년 대미 직접투자 순유출은 연평균 100억달러였는데, 2021∼2023년 연평균 232억달러로 132% 증가했다. 증권투자 순유출은 같은 기간 260억달러에서 303억달러로 17% 상승했다.

재계에선 트럼프 행정부에서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24일(현지시간) 3년간 총액 210억달러(약 31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발표해 물꼬를 트면서 다른 국내 기업도 대미 투자 행렬에 동참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채찍이든 당근이든 정부 차원에서 한국을 미국만큼 매력적인 투자처로 만들지 못하면 트럼프 정부에서도 대미 쏠림 현상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우리나라가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 혁신적 성장을 이룩하려면 인공지능(AI)·바이오·문화콘텐츠 등 미래산업 분야에서 제2의 벤처·창업 붐을 일으켜야 한다”며 “이를 위해 AI 기반 빅데이터센터, 바이오 연구개발·실증 랩, 융·복합 문화 공연 아레나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국가가 선제적 투자를 감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첨단기술과 경영을 동반한 외국인 투자를 적극 유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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