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정, 4월 6일까지 국가애도기간 지정
USAID 폐쇄 추진 美, 소극대응 도마
우기 앞두고 산사태 등 2차 위기 우려
미얀마 중부에서 발생한 규모 7.7의 강진 여파로 사망자가 지진 발생 사흘째에 2000명을 넘어섰다.

30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얀마 군사 정권이 밝힌 이날 기준 사망자는 2028명, 부상자는 3408명으로 집계됐다. 하루 전 발표한 사망자에서 400여명 늘어났다. 사망자 증가 추세가 느려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인구 170만명의 제2 도시 만달레이를 포함한 지진 발생 지역의 붕괴된 건물에서 시신이 계속 발견되고 있고 여진도 이어지고 있어서다. 인터넷 등 인프라가 열악한 데다 군정이 언론통제까지 하고 있고, 반군이 통치하는 지역의 피해는 집계조차 되지 않고 있다. 실제 사망자는 발표된 숫자를 상회할 가능성이 크다. 군정은 성명을 통해 다음달 6일까지 일주일을 국가애도기간으로 선포하고 조기를 게양한다고 이날 밝혔다.
구조 골든타임 마지노선인 31일 낮 12시50분을 넘기기 전에 생존자를 구하러 구조 작업이 숨 가쁘게 진행됐지만, 장기간 내전 탓에 사회 시스템이 훼손된 터라 장비와 의료품, 병원 시설이 빈약해 난항이 이어졌다. 55시간 넘게 아파트 잔해에 깔려있던 임신부가 기적적으로 구조되기도 했지만 병원에서 숨졌다.

국제기구들은 긴급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얀마 지진을 최고 등급인 3등급 비상사태로 선포하고 800만 달러(약 117억원) 긴급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국제적십자연맹(IFRC)도 1억 스위스프랑(약 1669억원) 규모의 긴급 모금 캠페인을 시작했다. 중국, 인도 등 인접국과 러시아 등이 구조대와 구호물품을 보내고 있지만, 미국이 소극적으로 대응하며 국제사회 지원 열기가 달아오르지 못하는 모습이다. 미국은 국제적 재난 협력에 앞장섰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주무 기관인 국제개발처(USAID) 폐쇄를 추진 중이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USAID 미얀마 지진 대응팀이 2일까지도 현지에 도착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구호단체들 사이에선 여진이 계속되고 있는 데다 우기가 다가오면서 산사태 등 ‘2차 위기’ 위험도 커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얀마 군정도 지난 28일 강진 발생 이후에도 반군 상대로 3차례나 공습을 하는 등 재난보다 내전 대응을 이어가 구조 활동은 힘겹게 진행될 전망이다.
지진 여파로 빌딩이 붕괴해 18명이 사망하고 78명이 실종된 태국에서도 불안 속에 구조작업이 이어졌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부 청사 건물에서 균열이 보고돼 공무원이 대피했다는 소식이 퍼져 여러 고층 빌딩이 대피령을 내리고 곳곳에서 사이렌이 울리는 대소동이 빚어졌다. 한 공무원의 오인 보고가 외부로 확산한 것이었다. 태국 정부는 “미얀마에서 약한 여진이 있으나 태국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시민들은 “진동을 느꼈다”며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