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령탑조차 할 말을 잊게 만드는 완패였다. 13년 만에 챔피언결정전 무대에 오른 정관장이 1차전을 완패했다.
정관장은 31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5전3승제) 1차전에서 공수에 걸쳐 정규리그 1위 흥국생명에게 압도당하며 세트 스코어 0-3(21-25 22-25 19-25)로 셧아웃 패배를 당했다.

세트 스코어 상으로 완패지만, 1,2세트는 이길 수 있는 상황도 있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정관장을 어렵게 한 건 리시브였다. 주전 리베로 노란이 지난 29일 현대건설과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당한 등 부상으로 인해 이날 코트를 밟을 수 없었다. 이에 정관장 고희진 감독은 제2 리베로였던 최효서와 지난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리베로로 깜짝 변신해 순도높은 디그로 정관장의 챔프전 진출을 이끌었던 아웃사이드 히터 박혜민을 또 다시 리베로로 기용했다. 리시브 상황에서 최효서가, 서브권을 가지고 있어 디그가 필요할 땐 박혜민이 코트 위에 서는 ‘더블 리베로’ 체제였다.


경기 전 고희진 감독은 “최효서가 자신감을 회복했다”라고 했지만, 지난 현대건설과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노란의 부상으로 주전 리베로로 나섰다가 상대의 목적타 서브 세례에 연신 리시브 범실을 저질렀던 최효서는 이날도 흥국생명 서버들의 주요 타겟이 되었다. 1,2세트 합쳐 25%의 리시브 효율을 기록한 최효서는 3세트부터 다시 웜업존을 지켜야했다. 그 정도로 흥국생명은 승부처마다 서브에이스와 상대 리시브를 흔들어 제대로 공격작업을 하지 못하게 하는 서브로 정관장을 흔들었고, 결국 원사이드한 경기 양상이 되어버렸다.

경기 뒤 패장으로 인터뷰실에 들어선 고희진 감독은 한참을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힘든 것 같다. 표정이나 움직임들을 보면 플레이오프를 3차전까지 한 여파가 있는 것 같다”라고 총평을 내렸다.
3세트부터 최효서를 코트에서 뺀 것과 2차전부터의 리베로 운영에 대해 묻자 고 감독은 “내일 연습을 지켜봐야할 것 같다. 최효서의 심리적인 측면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눠봐야겠다”라고 답했다.

노란의 복귀가 절실한 상황이다. 고 감독은 “솔직히 코트 위에 뛰고 있는 선수들 중 대다수가, 당일날 뛸 수 있을지, 없을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부상 핑계를 대고 싶지 않지만, 그 정도로 선수들이 아프고 힘든 상태”라면서 “2차전부터 잘 준비해서 명경기가 될 수 있도록 해보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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