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플랫폼 발란이 최근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발란은 최근 반년 사이에 티몬, 위메프, 홈플러스에 이어 유동성 문제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네 번째 주요 기업이 됐다. 이에 유통업계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발란은 지난달 31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4일, 발란은 판매 대금 정산을 중단했으며, 28일에는 결제 시스템이 차단되어 플랫폼 운영이 사실상 중단됐다.
최재원 대표는 "재무 점검 과정에서 일부 과다 정산 오류가 발견됐다"며 "28일 구체적인 실행안을 발표하겠다"고 했으나, 이후 발표 일정을 연기한 끝에 기업회생 신청 소식을 알렸다.
발란의 재무 상태는 이미 적신호를 보였던 상황이었다. 2023년 12월 31일 기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발란의 유동부채는 138억원에 달하며, 유동자산(56억원)보다 2배 이상 많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그러나 발란의 부채 규모가 3000억원을 넘지 않아 서울회생법원은 사건을 일반 재판부에 배당했다. 발란의 미정산 금액은 300억원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기업회생 신청 과정은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 시스템 오류를 주장하며 법정관리에 들어간 경우 그리고 홈플러스가 단기 유동성 위기를 이유로 기습적으로 회생 절차를 신청한 사례와 유사하다. 발란 역시 유동성 문제에 직면한 상황이었다.
최 대표는 "회생 인가 전 M&A를 추진해 현금 흐름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유통업계 전반의 불황을 고려할 때 인수 과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판매자들의 미지급 채권을 전액 변제하겠다"고 다짐했으나, 일부 판매자들은 이미 최 대표를 사기 및 횡령 혐의로 고소한 상태여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호황을 누렸던 온라인 플랫폼들의 경쟁력이 급격히 하락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발란은 2022년 시리즈 C 투자 당시 3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으나, 최근에는 실리콘투의 투자를 받으며 기업가치가 300억원으로 급락했다. 변화한 소비 패턴과 명품 시장의 침체가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발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이 흑자 경영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크림은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고, 대기업 계열사들도 적자 탈출을 위해 구조조정과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소비가 급증하면서 오프라인 유통 업계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4년 연간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온라인 매출 비중이 오프라인을 2년 연속 초과했다. 이로 인해 쿠팡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유통기업들이 부진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의 전반적인 침체가 심화되는 가운데, 발란의 회생 절차가 향후 업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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