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인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 기업 엑스(X·옛 트위터)에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관세전쟁’이 상호관세 부과를 통해 본격화되며 불확실성이 사라지자 EU도 조치를 본격화한 것으로 보인다.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복수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EU 규제당국은 엑스에 디지털서비스법(DSA) 위반에 따라 부과할 벌금 규모 및 시정명령 내용 등을 올 여름 발표할 계획이다. 앞서 EU는 지난해 7월 엑스가 허위·불법콘텐츠 방지 확산 의무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잠정 결론을 내리고 이를 엑스 측에 통보했다. 엑스가 허위·불법콘텐츠의 확산을 측정할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고, 돈을 내면 가입자에 신뢰도 검증 표시를 해준 정책이 모두 DSA 위반에 해당한다고 EU는 판단했다.
이는 2023년 8월 DSA가 시행된 이후 첫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다만, 이후 EU는 엑스로부터 수백 가지 쟁점에 대한 소명 자료를 제출받고 이에 대한 반박 논리를 다듬는 작업을 진행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선출된 뒤 머스크가 미 행정부 실세로 올라서자 해당 조치의 잠재적인 파급 효과를 판단하기 위해 속도를 다소 늦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미국과의 무역 갈등이 심해지자 조치 실행에 다시 속도를 붙여 절차를 진행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EU는 엑스만이 아니라 스페이스X를 비롯해 머스크가 단독으로 지배하는 비상장회사들의 매출까지 합산 고려할 수 있는 조항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벌금 규모는 10억 달러를 훌쩍 넘길 수 있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NYT는 EU의 이같은 조치가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을 표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미국과의 긴장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측 인사들이 EU의 디지털 규제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검열’에 해당한다며 비판해 왔다는 점에서 거센 반발이 일어날 수 있다. NYT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EU에 대해 발표한 상호관세 규모에도 유럽의 디지털 규제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전했다.
EU의 입장에서 엑스 사건은 DSA로 벌금을 부과하는 첫 사례인 만큼 ‘본보기’가 된다는 상징성이 있다. EU는 엑스의 사용자 생성 콘텐츠에 대한 불간섭 정책이 혐오 표현과 가짜뉴스의 온상이 돼 왔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별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EU가 현재 애플과 메타 등을 상대로도 DSA나 디지털시장법(DMA) 위반 의혹을 조사하고 있어 향후 이들 기업에 대한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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