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유럽 내 군비 증강에 힘입어 K방산도 수주 기회가 확대되는 모양새다.
폴란드가 국산 K-2 전차와 FA-50 경공격기 등을 구매한 상황에서 폴란드와 이웃 국가인 슬로바키아도 한국산 무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슬로바키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에 상당한 규모의 무기 지원을 실시했다. 여기에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 군사력을 강화할 필요성이 더해지면서 방산물자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이에 따라 슬로바키아는 군 현대화 계획을 통해 신형 전차와 전투기, 훈련기, 탄약 등을 구매할 예정이다.
폴란드가 K-2 전차와 FA-50 경공격기를 도입하자 슬로바키아도 신형 전차 및 F-16 조종사 양성용 고등훈련기 도입 사업에서 K-2와 FA-50 구매를 검토하는 모양새다.
폴란드에 편중된 유럽 내 판매 실적을 다양화하면서 폴란드-슬로바키아-루마니아로 이어지는 동유럽 내 ‘K방산 벨트’를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폴란드 수출형 K-2 전차 거론
슬로바키아에 K-2 전차를 수출할 가능성이 드러난 것은 지난 2월 24일이다. 로버트 칼리낙 슬로바키아 국방부 장관은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악-카미슈 폴란드 국방부 장관과 회담을 갖고, 양국간 국방협력을 위한 의향서(LOI)에 서명했다.
LOI에는 폴란드산 피오룬 휴대용 지대공미사일의 슬로바키아 수출, 155㎜ 포탄 생산 확대, 폴란드산 로소막 장갑차에 슬로바키아산 포탑을 얹은 신형 장갑차 공동 생산, K-2 전차 폴란드형(K-2PL) 공급 등이 포함됐다.
K-2PL은 현대로템이 제작한 K-2를 폴란드 요구에 맞게 바꾼 것이다.
120㎜ 전차포를 비롯해 K-2 전차의 핵심 특징을 유지하되, 접근하는 대전차미사일을 무력화하는 능동파괴장치(APS), 폭발 반응형 장갑, 드론 대응체계, 12.7㎜ 원격사격통제체계(RCWS) 등을 갖췄다. 폴란드 국영방산기업 PGZ 주도로 현지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첫 계약을 통해 폴란드에 인도된 180대는 한국군과 동일한 사양인 K-2GF(갭 필러)다.

대부분의 핵심 쟁점이 합의됐으나 최종 결정이 늦어지는 2차 계약은 180대 규모로서 대부분 K-2PL로 채워질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하지만 급박해지는 동유럽 정세와 기술 개발 일정 등을 감안해 100여대는 K-2GF, 나머지는 K-2PL로 구성될 전망이다.
슬로바키아는 러시아산 T-72 전차를 대체하고자 신형 전차 104대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처음에는 독일산 레오파르트2A8 구매를 고려했다. 독일 연방군은 물론 인접국 체코도 도입할 계획이었으므로 공동구매를 추진하면 다양한 분야에서 이점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레오파르트2A8 104대를 구입할 경우 수십억 유로에 달하는 예산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실제로 레오파르트2A8은 양산 초기 단계에서 대당 가격이 400억원을 넘었다. 대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때 거론된 대안 중 하나가 K-2다. 기본형 기준으로 대당 가격이 200억원 미만이므로 가격 경쟁력을 갖췄고, 화력과 방어력이 균형을 이루고 있지만 해외 운용국이 없다는 이유로 큰 호응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폴란드가 도입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슬로바키아는 폴란드와 인접국이다. 폴란드를 생산 및 유지보수 거점으로 활용하면 지속적인 후속군수지원이 쉬워진다.
군사적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다. 레오파르트2A8은 무게가 65~67t에 이른다. 교체 대상인 T-72는 41t, K-2는 55t이다.

전차의 중량이 무거워지면 교량과 도로 등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제약을 받는다. 전차 운반차량과 물류 체계도 새로 마련해야 한다. 레오파르트2A8보다 가벼운 K-2가 이같은 부분에선 다소 유리한 셈이다.
코트라(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지난 2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개최된 방위산업전시회에 슬로바키아 국방부 국장급 인사가 참석해 현대로템 및 FA-50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측과 면담했다.
특히 K-2 전차는 슬로바키아 국방부 입찰사업의 쇼트리스트(최종후보명단)에 포함된 상태다. 폴란드에 이어 슬로바키아에도 K-2가 수출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대목이다.
다만 슬로바키아가 재정적 측면에서 가까운 시일 내에 최신 전차를 대량으로 구매할 능력이 있을지가 관건이다. 구매 의지가 높아도 예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무기 도입은 불가능하다.
실제 도입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노르웨이가 지난 2023년 2월 K-2 대신 독일산 레오파르트2A7+ 54대를 구매한다고 밝혔을 때, 예산 문제로 옵션(18대)을 포기했다.
슬로바키아 수출 문제는 폴란드에서 만들어질 K-2PL의 생산과 전력화 일정 및 성능, 슬로바키아 정부의 재정 상황 등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FA-50 수출도 이뤄질까
K-2와 더불어 FA-50 경공격기의 슬로바키아 수출 가능성도 제기된다. K-9 자주포는 슬로바키아가 자국산 주자나 155㎜ 차륜형 자주포를 쓰고 있어서 수출 가능성이 낮지만, FA-50은 다르다.
FA-50 슬로바키아 수출은 지난 2021년에 공개적으로 진행된 바 있다. 당시 KAI는 슬로바키아 국영 방산기업 LOTN과 FA-50 수출을 위한 산업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당시 거론됐던 규모는 10대였다.
슬로바키아는 체코산 L-39 고등훈련기를 운용하고 있지만, 냉전 시절 개발된 기종이라 노후화한 상태다.

지난 2018년 18억 달러(2조5800억 원)를 들여 미국 록히드마틴 F-16V 14대를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지만, 코로나19와 반도체 칩 부족 문제로 일정이 2년 지연되면서 지난해에야 처음으로 인도가 진행됐다.
예전에 쓰던 러시아산 전투기를 미국산으로 교체하면, 조종사 훈련 체계도 바뀌어야 한다. 슬로바키아가 F-16V 도입을 결정한 상황에서 고등훈련기 교체가 거론된 이유다. FA-50은 훈련기로 개발된 기종이라 훈련기 및 경공격기로 쓸 수 있다.
다만 당시에는 양측간 논의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었고, 눈에 띠는 성과로 이어지려면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슬로바키아와 인접한 폴란드가 FA-50 48대 도입을 결정한 것은 긍정적 변수가 될 수 있다.
폴란드는 1차로 한국 공군 전술입문기 TA-50 블록2 12대를 FA-50GF(갭 필러)라는 이름으로 도입했다. 나머지 36대는 폴란드 측 요구사항을 반영해서 능동전자주사(AESA) 레이더와 AIM-9X 단거리 공대공미사일 등을 장착한 FA-50PL로 도입할 예정이다.
폴란드 공군은 FA-50이 F-16과 유사한 부분이 많아 훈련 등에 편리하다는 반응이다. 조종장치 위치나 정보 표시 등을 진행하는 부분에선 F-16과 매우 유사하다는 평가다. FA-50 훈련을 받으면 F-16과 F-35를 쉽게 운용할 수 있다.
FA-50 제작사인 KAI는 항공 정비 등의 지원을 위해 폴란드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이는 슬로바키아 사업에서도 긍정적 요소가 될 수 있다. 과거 이스라엘에 T-50 수출을 시도할 때, 경쟁자였던 이탈리아 M-346은 지중해에 인접한 지리적 요건을 앞세워 신속한 후속군수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 결과 T-50은 탈락했다.
한국과 슬로바키아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폴란드를 중간 거점으로 활용한다면 지리적 거리에 의한 문제를 다소나마 풀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