禹 의장, 대선·개헌 동시투표 제안
李도 동참해 개헌 과업 완수하길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은 헌정사의 불행이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경제·사회 발전의 걸림돌인 병폐를 바로잡는다면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대통령 파면 사태는 승자 독식 체제와 ‘제왕적 대통령제’, 야당의 ‘입법 독주’가 만들어낸 한국 정치의 파국이었다. 고질적인 정치 갈등은 대통령과 국회 모두의 책임이다. 헌법재판소가 안타까움을 토로했듯이, 대통령과 국회는 서로를 협치의 대상으로 존중했어야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과 거야는 반대로 치달았고 결국 현직 대통령의 두 번째 파면 사태를 낳았다.
본지의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기획에 동참한 각계 전문가들은 낡은 제도를 손질하고 통합의 리더십을 세워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정대철 헌정회장은 “정치, 사회, 종교 지도자들과 시민사회 대표, 갈등 조정 전문가들로 ‘국민통합을 위한 대타협기구’를 창설했으면 좋겠다”며 “정당 지도부와 의원들이 모두 나서 ‘화해의 운동’을 벌이자”고 제안했다. “양대 정당이 서로 거꾸러뜨리고 어깃장 놓고 발목 잡는 정치는 이제 그만해야 한다”(이준한 인천대 교수), “국민이 직접 민주주의 형태로 의사를 발산할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김경수 변호사)는 제안도 나왔다. 가짜 뉴스와 음모론으로 사익을 챙기는 세력에 대한 제재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정치권은 이들의 견해를 경청해 새로운 나라 건설에 나서야 한다. 대선 공약 등으로 구체적 로드맵을 내놓고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개헌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로 부상했다. 이번 헌재 결정으로 윤 대통령뿐 아니라 상대의 실패가 자신의 승리가 되는 제로섬 정치와 내로남불의 진영 논리, 낡고 비효율적인 권력 운용 방식이 함께 탄핵당했다. 비상계엄 사태는 산업화·민주화를 성공시킨 국민의 자존감에 상처를 냈지만 이대로는 안 된다는 성찰 속에서 개헌 여론이 높아졌다. 마침 우원식 국회의장은 어제 조기 대선과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시행하자고 제안했다. 우 의장은 “대통령 임기 초에는 개헌이 국정의 블랙홀이 될까 주저하게 되고 임기 후반에는 레임덕으로 추진 동력이 사라진다”며 “새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되기 전에 물꼬를 터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는 즉시 개헌특위를 구성해서 개헌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우리는 8년 전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개헌을 비롯한 정치 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헌재 안창호 재판관은 박 전 대통령 파면 결정문에서 “정치적 폐습과 이전투구의 소모적 정쟁을 조장해온 제왕적 대통령제는 협치와 투명하고 공정한 권력행사를 가능하게 하는 권력 공유형 분권제로 전환하는 권력구조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때 조기 대선에 출마한 유력 후보들은 임기 내 개헌을 공약했지만, 대선이 끝나자 정파적 이해가 엇갈리면서 개헌 논의는 유야무야됐다. 우 의장의 지적대로 집권 후에는 대통령마다 권력행사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해 개헌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았다. 이번만큼은 그런 과오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다행히 개헌 열쇠를 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개헌에 동의하고 있다고 한다. 이 대표를 비롯한 여야 주자들이 우 의장이 제안한 ‘대선·개헌 동시투표’ 방안을 수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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