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연휴 후 개장 충격 커 9.7% 빠져
유럽도 쇼크… 코로나 이후 최악 장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차별적 ‘관세 폭격’ 여파로 아시아 증시가 7일 개장하자마자 새파랗게 얼어붙었다. 미국발 관세 전쟁이 확산하면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가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는 이날 2644포인트(7.83%) 급락한 3만1136.58로 장을 마감했다. 일본은행의 금리인상 노선에 대한 경계와 미국 경기 악화 우려가 겹쳤던 지난해 8월5일, 1987년 10월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증시를 강타한 블랙먼데이 이튿날에 이은 역대 세 번째 낙폭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낙폭은 한때 2900포인트를 웃돌아 2023년 10월31일 이후 약 1년반 만에 3만1000대가 무너지기도 했다.
오사카 증권거래소는 지난 주말부터 하락률이 한계에 달했다고 판단, 닛케이선물 매매를 일시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하기도 했다. 서킷브레이커 발동은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이다. 반도체 장비 업체인 도쿄일렉트론이 한때 13%, 토요타자동차도 8% 떨어지는 등 주요 종목이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미국의 상호관세에 중국이 미국산 34% 추가관세로 맞불을 놓으면서 각국의 연쇄적 보복 관세 우려가 켜졌고 세계 경제가 급격한 둔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경계감 속에 시장심리가 악화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분석했다. 리소나 에셋 매니지먼트의 구로세 고이치 수석전략가는 신문에 “어디까지 하락할지 보이지가 않는다”며 “중국을 필두로 각국이 보복 관세 발동을 표명하고 있어서 투자가들이 매수 움직임을 보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만 자취안지수(TAIEX)는 지난 3·4일 청명절(淸明節) 연휴 휴장 당시 반영되지 못한 관세 충격파까지 고스란히 받아들면서 개장과 동시에 9% 넘게 하락, 9.70% 떨어진 1만9232.35를 나타냈다. 이 지수가 2만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8개월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20% 추가관세에 34% 상호관세까지 모두 54% 관세를 부과받게 된 중국은 맞불 관세와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든 데 이어 국내 유동성 공급, 수출 기업 지원 등에 나설 계획이지만 이날 상하이종합지수(-7.34%)도 급락을 면치 못했다. 홍콩 항셍지수는 무려 -13.22%나 급락하며 2만선이 무너졌다. 이날 항셍지수의 하루 낙폭은 아시아 금융위기가 닥쳤던 1997년 이후 28년 만에 가장 큰 수준을 기록했다.
호주 S&P/ASX200지수도 전 거래일 대비 6.38% 하락한 7343.30으로 장을 마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로 주식시장이 큰 타격을 받은 2020년 3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미국과 아시아를 휩쓴 증시 충격파를 유럽도 피해가지 못했다. 이날 범유럽 지수인 유로스톡스600은 개장 직후 전장보다 7대 이상 급락 출발하며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3월 이후 최악의 장세를 기록했다. 한국시간 오후 9시45분 기준 일부 만화했으나 -4.48 하락한 4659.99포인트에 거래됐다. 이날 오전 한때 10 이상 주저앉은 독일 닥스는 -4.58 내린 1만9697.22에 거래됐으며 프랑스 CAC40과 영국의 FTSE100도 각각 -4.54%, -4.46%의 하락률로 급락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