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증시 '90일 유예설' 오보에 한때 대혼란…美공화당도 "경제적 대재앙"
각국, 대미 교섭 총력전…트럼프, 관세 지렛대로 압박 강화할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쟁국부터 동맹국을 가리지않고 쏘아올린 상호관세 발효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국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발표한 조치대로 미국은 지난 5일부터 전세계 국가에 기본관세 10%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다 한국(25%), 중국(34%)을 비롯해 미국이 이른바 '최악 침해국'으로 분류한 국가에 대한 국가별 상호관세는 오는 9일 발효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과녁의 한가운데 세운 중국은 디데이를 하루 앞둔 8일
상무부 담화문에서 "미국이 만약 격상한 관세 조치를 이행하면 중국은 단호히 반격(反制) 조치를 취해 권익을 수호할 것"이라며 강대강 맞불 관세를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불씨를 던진 이번 관세 전쟁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구축한 세계 자유무역 질서를 송두리째 흔드는 조치다.
국가 간 장벽을 낮추고 자유로운 교역을 통해 상호 이익을 증진한다는 기치를 미국이 스스로 거둬들이고, 그동안 미국과 발맞춰온 국가들에도 '철퇴'를 가하며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쑥대밭된 세계 증시…'유예설' 오보에 초유의 '롤러코스터'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조치가 발표된 뒤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주요 증시는 잇따라 폭락하며 '쑥대밭'이 됐다.
여기에 7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다른 모든 나라에 대한 상호관세를 90일 유예한다는 오보가 전해지며 시장의 혼란은 가중됐다.
이후 백악관이 이를 공식 부인하며 상황은 진정됐지만, 그 과정에서 뉴욕 증시는 장중 2조4천억 달러(3천500조원)에 달하는 시가총액이 순식간에 불어났다가 사라지는 초유의 롤러코스터를 겪어야 했다.
이같이 시장이 불안하게 반응하는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이라면 언제든 손바닥 뒤집듯 정책을 바꿀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1일 캐나다·멕시코에 대한 25% 관세 부과 행정명령에 서명했지만, 이틀 뒤 이를 한 달 유예한다고 깜짝 발표한 바 있다. 또한 3월 4일 이 관세를 발효한 뒤에도 5일 자동차, 6일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이 적용되는 품목에 대해 각각 관세를 일시 유예하겠다고 갑자기 밝혀 시장을 놀라게 했다.
◇트럼프 충성파도 반기…중간선거 앞두고 "표밭도 쑥대밭되나" 우려
혼란과 우려가 이어지면서 여당인 미국 공화당에서도 동요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이른바 '트럼프 충성파' 가운데서도 경고 목소리가 나온다.
친(親)트럼프 인사로 분류되는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공화·텍사스)은 5일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우리가 경기침체, 특히 심각한 경기침체에 빠지면 2026년 정치적으로 거의 확실히 '피바람'이 불 것"이라고 말했다. 2026년에는 하원의원 전원과 상원의원 3분의 1을 다시 뽑는 중간선거가 열린다.
억만장자 헤지펀드 투자자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인 빌 애크먼도 미국이 "스스로 자초한 경제적 대재앙의 겨울로 향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책사'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을 비판했고, 머스크의 동생 킴벌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가 "미국 소비자에게 구조적이고 영구적인 세금"이라고 직격하고 나섰다.
◇정상 통화에 협상단 급파…각국 막판까지 물밑 외교전
관세의 표적이 된 각국 정부는 여러 경로를 총동원해 미국의 의중을 파악하며 돌파구 마련에 애쓰고 있다.
일본은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이날 통화한 데 이어 양국 간 장관급 후속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한국은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이 8∼9일 미국을 찾아 대미 협상을 시도한다.
유럽연합(EU)은 협상을 앞세우면서도 'EU의 이익을 보호하는 수단을 마련해두겠다'며 협상 결렬 시 보복할 수 있다는 뜻도 분명히 밝혔다
이밖에 베트남은 대미 관세를 0으로 낮추겠다고 약속하고, 필리핀은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인하하겠다고 나서는 등 동남아 국가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백악관을 찾아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지만, 상호관세와 관련해선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예 없어" 강행 의지…'관세 지렛대로 최대치 받아낸다' 전략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상호관세 강행 의지를 재확인하며 이를 상대국과의 협상 지렛대로 삼을 것이란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날 상호관세를 일시 유예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우리는 그것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많은 나라가 우리와 협상하기 위해 오고 있다"라면서 "관세는 영구적일 수 있으며 그것은 협상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도 이날 폭스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에게 접근해온 나라가 지금 50∼60개, 아마도 거의 70개국에 이른다"며 "(각국과 협상하느라)바쁜 4∼5월이 될 것이며, 아마 6월까지도 바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최대한도의 협상 지렛대를 가질 것"이라며 "그는 최대한도의 지렛대를 확보했을 때 기꺼이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단 상호관세를 강행해 상대국을 압박하면서 협상에서 미국이 얻어낼 수 있는 최대치를 받아내는 식의 협상에 나설 것이란 점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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