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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3년 간 지속된 선거불복 소송…그때의 기록들 [끝나지 않은 논란 ‘부정 선거’]

, 끝나지 않은 논란 ‘부정 선거’ , 이슈팀

입력 : 2025-04-10 05:23:32 수정 : 2025-04-11 14:4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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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부정선거 불복의 역사①
2002년 후 불복 소송 214건… 2020년 총선만 126건
과거 법원 문제 없다 판단에 야당 대표 수용·사퇴
지금은 현직 대통령이 문제 삼아…법원 판단 불신
민주당 측도 부정선거 의혹 제기… 보수 진영 되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됨에 따라 오는 6월3일 치러지는 21대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은 ‘위임 권력’을 뽑기 위해 직접 주권 행사에 나서게 된다. 왕조 시대에 정통성은 ‘핏줄’로 이어졌지만, 민주 사회에선 ‘선거’가 권력의 정통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공정한 선거’는 자유민주주의 헌법이 도입된 나라의 기반으로, 선거에 대한 신뢰는 체제를 지탱하는 핵심 가치다.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지난 1월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대한민국은 현직에 있던 대통령이 계엄군을 동원한 이유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할 정도로 선거 시스템에 대한 신뢰 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 23년 간 확인되지 않은 루머에 기댄 의혹이 좌우를 가르지 않고 선거 패배 집단에서 꾸준히 제기됐다.

 

2020년 총선을 기점으로는 불복 건수가 폭증했을 뿐 아니라, 검증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는 강성 지지층의 ‘끝없는 불신’도 계속되고 있다. 

 

1960년 ‘3∙15 부정선거’에 대한 자성으로 헌법적 지위를 얻은 중앙선관위 내부에서 발생한 부정 경력채용 등 비위는 선관위에 대한 불신에 기름을 부었다.

 

이러한 의혹을 합법적 틀로 풀지 않고 선관위에 계엄군이라는 ‘무력’을 투입한 윤 전 대통령의 사례와 지금도 여전한 일각의 불신은 우리 사회의 분열과 혼란을 증폭시키는 과제가 됐다.

 

그래픽 = 양혜정 기자

세계일보는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 시리즈 기획을 통해 사실 관계를 짚으며 부정선거 의혹을 해소하고 갈등을 가라앉히기 위한 민주적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1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02년 대선 이후 제기된 선거 불복 소송은 214건에 달한다. 이 중 현재 진행 중인 31건을 제외한 183건은 모두 법원에서 기각∙각하되거나 소취하가 이뤄졌다. 인용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2020년 총선 관련 소송이 126건으로 전체의 58.8%를 차지했다.

 

대선의 경우 2002년 관련 불복 소송은 4건, 2007년 0건, 2012년 2건, 2017년 7건, 2022년 11건으로 늘었고, 총선은 2004년 9건, 2008년 4건, 2012년 5건, 2016년 12건, 2020년 126건, 2024년 34건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과거에는 ‘승복∙사과’, 지금은 ‘불복∙의혹 추가’

 

지난 20여년 간 건수만 늘어난 게 아니라 불신의 깊이도 심화됐다. 선거 불복을 제기했던 데 책임을 졌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법원 판단에 승복하지 않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87체제 이후 부정선거 의혹이 전국을 강타한 건 새천년민주당(더불어민주당 전신) 노무현 후보가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이회창 후보를 꺾은 2002년 대선 이후였다. 그 해 도입된 전자개표기(투표지분류기)에 대한 불신이 원인이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지난 2월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당시 한나라당 서청원 대표는 2002년 12월24일 의원∙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를 통해 ‘전자 개표 조작설’을 검증하기로 결정하며 당선 무효 소송을 제기했고, 2003년 1월27일 전국 244개 개표소 중 40%인 80곳에서 헌정 사상 초유의 대규모 재검표(1104만 9311표)가 이뤄졌다. 

 

그 결과 이회창 후보의 표는 88표 늘고 노무현 후보의 표는 816표 줄었다. 개표 결과와 표차가 나긴 했지만, 이는 두 후보의 대선 득표 격차인 28만6000표 대비 0.000008%의 차이 밖에 되지 않았다. 

 

통계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고, 조작으로도 볼 수 없는 수치였다. 한나라당은 선거무효 소송을 취하했고, 서 대표는 대국민 사과를 한 뒤 당 대표직을 사퇴했다.

 

반면 2020년 총선 관련 126건의 불복 소송이 모두 기각∙각하되자, 부정선거 의혹의 선봉에 선 황교안 전 총리는 ‘선관위∙법원 카르텔’을 제기하며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좌∙우 구분 없는 정치권 풍토

 

부정선거 의혹이 보수만의 의제는 아니다.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박근혜 후보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꺾은 2012년 대선 때는 진보 진영에서 “전자개표기가 해킹돼 결과가 조작됐다”며 불복 운동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2014년 12월19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18대 대선 선거와 관련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페이스북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민주통합당 지지자 23만명이 전자개표기 대신 수개표로 재검표를 해야한다는 청원을 제기했고, 당시 정청래∙박지원∙진선미∙이석현 의원들이 이에 동조했다. 결국 선관위가 국회에서 개표 시연회를 개최하는 후속 조치가 이뤄졌다. 당시 황교안 국무총리는 야권의 의혹제기에 “많은 국민들의 투표결과를, 명예를 훼손하는 잘못된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야권의 ‘빅 스피커’로서 의혹의 선봉에 선 이는 방송인 김어준씨였다. 그는 18대 대선 이후 5년 뒤인 2017년 영화 ‘더 플랜’을 발표하며 의혹의 불씨를 이어갔다.

 

김씨는 ‘1.5:1’이란 통계학적 방법을 사용해 의혹의 불을 지폈다. 전자개표기가 사용된 개표소에서 나온 ‘미분류표’가 모두 ‘1.5(박근혜) 대 1(문재인)’의 비율을 보이고 있다며 인위적 조작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주장이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TV 캡처 

이처럼 근거 없는 통계학적 의혹 제기는 수년 뒤 보수진영으로 전파돼 이들이 의혹을 과학적으로 포장하는 방법으로 쓰였다. 김씨가 동원한 방법이 보수 진영에 이식된 것이다. 이들은 2020년 총선 당시 수도권 각 선거구에서 나타난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사전투표 득표율이 ‘63 대 36’으로 유사하다며 인위적 개입을 주장하고 있다.

 

“갈등 가라앉히는 민주 절차 가동해야”

 

지난 20여년 간 여야를 막론하고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한 이래 이제 현직에 있던 대통령까지 그 깃발을 들면서 이제는 간과할 수 없을 정도로 선거 불신이 심각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게다가 부정 경력 채용 등 선관위 내부 비위가 알려지며 ‘이런 선관위가 정말로 공정하게 선거 사무를 했겠느냐’는 의혹도 증폭된 상태다.

 

군산 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소속 목회자들이 2013년 12월2일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부정으로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은 모든 죄를 국민 앞에 사죄하고 사퇴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인력 채용 같은 행정 업무와 달리, 선거 사무에 대해선 지난 23년 간 불복 소송의 검증 과정에서 조작이 인정된 사례가 한 건도 없음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불신이 줄기는커녕 고질화되고 있는 점에서 부정선거 의혹 가운데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음모론과 제도적인 문제를 구분해, 일부 타당한 의견에 대해선 공론장에서 다룰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나온다.

 

민주노총 등이 주최한 ‘국민파업 열기 지피는 주말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2014년 2월15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박근혜 당시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승함 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선거 부정이 심해지면 민주주의 붕괴가 시작된다”며 “음모론은 일축하되 사전투표 등 제도적인 부분에 대해선 주장을 일부 수용해 갈등을 가라앉힐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는 패배자의 목소리를 일부 수용해가는 절차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선거 제도를 이렇게 흔들면 민주주의도 흔들린다”며 “정치 지도자들부터 제도에 대한 신뢰를 강조하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미∙국윤진∙구윤모∙이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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