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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동네일수록 ‘대기오염’ 더 심했다”…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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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4-10 13:00:00 수정 : 2025-04-10 16:5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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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속한 산업화, 도시화 맞물리며 도로와 산업시설
고밀도 주거지 집중된 곳이 고소득 지역됐기 때문”

한국 전역의 공기 질을 위성 사진으로 정밀 분석한 결과,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은 ‘부자 동네’와 도시 지역의 대기오염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의 사회경제적 수준에 따라 이산화질소에 노출되는 정도의 차이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대기가 뿌옇게 된 서울 시내. 게티이미지뱅크

포스텍(POSTECH)은 이형주 환경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유럽우주국(ESA)의 트로포미(TROPOMI) 위성 자료와 교통 관련 토지이용 정보를 활용했다. 전국 이산화질소(NO₂) 농도를 500m 고해상도로 분석하고, 이를 사회경제적 수준과 연계해 비교·분석하는 데 성공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환경 분야 국제 학술지 환경과학 & 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이산화질소는 주로 자동차 배기가스와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대표적인 대기오염물질로,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어 법적으로 엄격히 규제되고 있다.

 

다른 오염물질에 비해 반응성이 크고 대기 중 체류 시간이 짧아 지역 간 농도 차이가 크게 나타나지만, 그동안은 수 km 단위의 넓은 지역 평균값만 추정하는 데 그쳤다. 이는 지상 측정소가 부족하고 고르게 분포돼 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연구팀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의 위성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국의 이산화질소 농도를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수도권을 비롯한 주요 도시 지역과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은 일부 지역에서 오히려 이산화질소 농도가 높게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 이산화질소의 평균 농도 공간 분포도.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위성사진을 500m 격자로 촘촘히 분석했다. 붉을수록 농도가 높다는 의미다. 포스텍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가 한국의 독특한 산업화·도시화 역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1970~80년대 급속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대형 도로망과 주택단지, 산업단지가 동시에 개발됐고,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높은 계층이 이런 지역에 거주하게 되면서 오히려 대기오염에 더 많이 노출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이형주 교수는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으면 더 쾌적한 환경에 거주할 것이라는 통념과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며 “이는 도시화와 산업화가 동시에 진행된 한국의 특수한 맥락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 전문가들 역시 이번 연구의 의미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가 맞물리며 도로와 산업시설, 고밀도 주거지가 집중된 곳이 고소득 지역이 된 것은 한국적 현상”이라며 “이는 ‘부유한 지역은 공기질이 좋다’는 기존 통념을 뒤집는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건강에 직결되는 이산화질소와 같은 대기오염물질에 대한 고해상도 분석은 향후 맞춤형 대기질 관리 정책 수립에 매우 중요한 과학적 기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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