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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때 마다 달라지는 개표 숫자 ‘오류’ 아닌 ‘정밀함’… 결론은 사람 손으로 [끝나지 않은 논란 ‘부정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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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4-11 06:00:00 수정 : 2025-04-11 14:4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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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 부정선거 논란 팩트 체크 ①

중앙선관위 투·개표 시연…의혹 실제 검증해보니
분류기 민감…재확인 필요 투표지 숫자 변동 가능
분류기 제어 노트북 랜카드 없어 외부 조작 불가능
잘린 투표지는 봉투 거꾸로 잘라서…“기술 개선해”

‘부정선거론’이 비상계엄 선포의 배경으로까지 등장하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그 논란의 중심에 섰다. 선거철마다 제기되는 부정선거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이따금 투·개표 시연을 해오던 선관위는 최근들어 과천 청사 기자실에 시연 장비를 상시 설치했다. 대통령까지 나서 부정선거를 주장한 탓에 부정선거론을 반박하는 게 선관위의 일상 업무가 됐기 때문이다.

 

 

 

세계일보는 대통령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이던 지난달 6일 사전투표에서부터 투표지 분류, 개표 절차 일부에 대한 선관위 시연을 참관했다.

 

시연에는 투표함이나 투표용지, 투표지분류기, 개표 장비 등 실제 투·개표에 사용되는 장비가 동원됐다. 대선이 6월3일로 확정됨에 따라 선관위는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10일에도 방송사 등을 대상으로 한 투·개표 절차 시연회를 다시 진행했다.

 

투·개표 시연이 있던 지난달 6일 경기 과천 선관위에서 선관위 관계자가 투표함 자물쇠 위에 특수봉인지를 부착하고 있다. 과천=이재문 기자

 

시연은 투표 전 절차인 투표함 밀봉에서부터 시작됐다. 투표함이 비어 있는 게 확인되면 투표함에 맞게 제작된 1회용 자물쇠가 채워진다. 자물쇠 위에는 특수봉인지가 부착되는데 이 봉인지를 조금이라도 떼어 내면 검정이었던 배경에 ‘OPEN VOID’(개봉 무효) 문구가 나타난다. 쉽게 훼손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한 조치다.

 

실제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봉인지가 훼손된 사례가 발견된 적이 있는데, 느슨해진 봉인지를 교체하던 과정에서 발생했고 각 당 참관인이 동의한 후 서명했다는 게 선관위 설명이다.

 

선거인이 투표를 마친 기표지는 투표함에 담겨 선거 당일 개표소로 이동하게 되고 개함(開函)부가 가장 먼저 투표지를 확인하게 된다. 개표참관인 참관하에 투표함의 봉쇄나 봉인의 이상 유무를 확인한 뒤 투표함을 열고 개함상 위에 투표지를 쏟아낸다. 개함부에 있는 사무원들의 역할은 이 투표지를 일정한 방향으로 가지런히 정리하는 것이다.

 

투표지분류기가 작동하는 모습. 오른쪽에 있는 분류기에 기표지를 투입하면 후보자별 분류함에 투표지가 적재된다. 왼쪽 노트북은 분류기 운용기로 분류 결과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과천=이재문 기자

 

재분류 때마다 달라지는 투표지분류기?

 

이렇게 정리된 투표지는 ‘투표지분류기’로 이동하게 되는데 이날 시연에는 임의로 만든 기표용지 414장이 투입됐다. 수백장의 종이는 순식간에 미로처럼 나 있는 분류기로 빨려 들어갔고 이내 후보자별로 지정된 적재함에 차곡차곡 쌓였다. 분류기는 각 적재함에 100표가 쌓일 때마다 적재함을 비우라는 알림을 띄웠다. 실제 개표 과정에선 사무원이 100표 단위로 묶어 수검표를 하는 심사·집계부로 표를 넘긴다.

 

무난히 진행되던 분류 과정에서 ‘오차’가 발생했다. 선관위 관계자가 1차로 분류된 기표지를 정확한 시연을 위해 다시 한번 분류기에 넣었는데 그 결과가 달라진 것이다. 무효표나 판단을 내리기 모호한 것으로 분류되는 ‘재확인대상’이 1차 분류 때 16장에서 2차 땐 20장으로 늘었다.

 

이로 인해 처음 분류에서 100표로 공동 1위를 달렸던 ‘백두산’ 후보는 2표가 줄어 3위로 내려앉았고, ‘설악산’ 후보는 두 번 모두 100표를 기록해 단독 1위가 됐다. 만약 실제 개표였다면 후보자 득표가 바뀌는 일이 발생했을까.

 

투표지분류기 결과표. 1차에선 ‘백두산’, ‘설악산’ 후보가 각각 100표를 기록해 공동 1위를 기록했는데, 2차에선 재확인대상이 늘고 ‘백두산’ 후보 표가 줄어 ‘설악산’ 후보가 단독 1위가 됐다. 임성범 기자

 

그렇지 않다. 투표지분류기는 이름 그대로 투표함에 섞여 있던 투표지를 후보별로 일차적으로 분류하는 보조장치에 불과하다. 기계가 분류한 투표지는 심사·집계부와 위원 검열 등 사람이 직접 맨눈으로 확인하는 수작업을 거쳐야 비로소 최종 득표로 인정된다. 그렇더라도 투표지분류기 결과가 매번 같은 값을 내지 않는다면 ‘오작동’이 아닐까.

 

투표지분류기의 주 역할은 재확인대상을 분류하는 일이다. 글자나 이미지를 스캔해 기계가 읽을 수 있는 형태로 변환하는 광학인식기술(OCR)을 사용해 기표 형태나 위치를 인식한다. 이때 무효표뿐 아니라 이물질, 접힌 자국 등이 함께 인식되면 재확인대상으로 분류될 수 있다. 분류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은 “기계의 오류라기보다 그만큼 정교하게 작동한다는 것의 방증”이라는 게 선관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재확인 투표지 숫자가 달라졌을 뿐, 분류된 투표지 중 투표자가 뒤바뀐 사례는 없었다.

 

외부 해킹 가능성엔…“랜카드도 없어”

 

이런 재분류 과정에서 한 후보자에게만 표가 연달아 집계되는 것도 투표지분류기가 작동하는 방식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분류기는 후보자별로 나뉜 적재함에 표를 구분하는데 보통 100매가 되면 적재함이 가득 차 이를 계속 비워야 한다. 이렇게 표가 후보자별로 구분된 상태에서 다시 분류를 하게 되면 한 후보자에게만 표가 계속 집계되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고스톱이나 포커를 할 때 카드가 제대로 섞이지 않은 채 다음 게임을 진행하면 연관성 있는 카드가 몰려 있는 것과 유사하다.

 

부정선거론자들은 외부에서 기계를 제어해 개표결과를 조작할 수 있다고도 주장한다.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제기된 선거무효소송에서도 원고 측은 분류기 제작사 직원 인터뷰를 인용해 “(투표지분류기) 노트북을 확인하면 비공식 프로그램 설치 여부 및 화웨이 중계기와 무선통신한 와이파이 중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선관위는 그러나 투표지분류기의 외부 연결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 투표지분류기 제어용 노트북이나 프린터엔 이런 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LAN(근거리 통신망) 카드 자체가 없어 외부 제어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전투표용지가 담긴 회송용봉투를 절단기로 개봉하는 모습과 투표지 가장자리가 얇게 잘린 모습. 과천=이재문 기자

 

“사무원 ‘부주의’가 부정선거 근거로”

 

개표 과정에서 가장자리가 잘린 투표용지가 발견되는 일도 있다. 얇게 잘린 부분이 투표지에 달려 있거나 띠 형태로 통째로 잘려 투표지의 좌우 여백이 달라지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회송용봉투에 담겨 개표소로 옮겨지는 관외 사전투표지에서 발생한다.

 

개표소당 수만개에 달하는 이 봉투는 자동으로 한쪽 면을 자르는 절단기로 개봉한다. 개봉기를 사용하기 전 개표 사무원은 봉투를 책상에 내리치며 봉투 안 투표지를 한쪽으로 쏠리게 한다. 하지만 이후 봉투의 방향을 거꾸로 절단기로 향하게 하면서 이런 투표지 잘림 현상이 확인됐다.

 

투표용지 좌우 여백이 맞지 않는 문제는 프린터의 용지를 끼우는 소켓이 틀어졌거나 장비 운반 중 내부 부품이 변경된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다. 다만 21대 국회의원 선거 이후 급지를 고정하는 장치가 장착돼 이런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은 작아졌다고 한다.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인의 의사가 명확하게 나타나 있는데 사무원의 사소한 부주의를 이유로 무효표로 분류하지 않는다”며 “위원회 청인(廳印)과 투표관리관의 정당한 도장, 투표용지의 재질·규격 등을 봤을 때 정규 용지가 맞는다고 판단하면 유효표가 된다”고 강조했다.

 

선관위 관계자가 지역구와 비례대표 투표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두번째 사진은 관외사전투표시 사용되는 회송용 봉투 안에 접지 않은 지역구 투표용지가 담긴 모습. 임성범 기자

 

빳빳한 투표지는 어떻게 나왔나

 

이날 선관위는 부정선거론의 대표적 의혹 중 하나인 투표지 위조 주장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먼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도 등장한 빳빳한 투표지 논란은 선거무효소송 재검표 현장에서 촬영된 사진이 발단됐다. 일부 기표지가 접힌 흔적도 없이 마치 신권 다발처럼 묶여 있는 것은 외부에서 가짜 투표지가 유입된 증거 아니냐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선관위에 따르면 먼저 기표지를 접지 않고 투표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투표 도장이 번질 것을 우려해 접지 않는다거나 상대적으로 길이가 짧은 지역구 투표지를 비례대표 투표용지로 감싸는 경우, 관외 사전투표 시 지역구 투표지를 접지 않고 회송용봉투에 넣는 경우 등이다. 실제 이런 투표지 상당수가 관외 사전투표지에서 나온 점도 이런 가정을 뒷받침한다.

 

개표 후 오랜 시간이 지나 접힌 자국이 일부 펴질 수 있고, 보관 시 투표지가 하중을 많이 받는 아래쪽에 있었는지 위쪽에 있었는지가 접힌 자국이 가지런함의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선관위 설명이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장시간이 필요한 만큼, 이날 이 부분에 대한 실제 시연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투표지와 관련한 의혹 중엔 투표관리관이 잉크가 내장된 만년인을 스탬프에 찍어 만들어진 ‘일장기 투표지’나 투표용지가 겹쳐 인쇄된 ‘배춧잎 투표지’ 논란도 제기됐고, 선관위가 여러차례 이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법원은 이들 모두 부정선거를 입증할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현재는 이런 문제가 기술적으로 개선된 상태다.

 

부정선거론의 근거 중 하나인 일명 ‘배춧잎투표지’와 ‘일장기투표지’.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그럼에도 부정선거가 의심된다면 법원에 증거보전 신청을 하고 재검표를 요구할 수 있다. 법원이 신청을 받아들이면 투표용지 등을 봉인해 보관하게 된다. 다만 이후 진행되는 선거소송에서 재검표로 인해 선거결과에 영향이 없다면 원고가 소송 비용뿐 아니라 재검표 비용도 부담하게 된다. 부정선거론에 앞장선 민경욱 전 의원은 재검표에만 수백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검표까지 했지만 지금까지 부정선거와 관련해 대법원 판단을 받은 8개 사건 중 원고가 승소한 케이스는 없다.

 

6월 대선을 앞두고 노태악 선관위원장은 부정선거 주장을 일축하기 위해 엄정한 관리를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노 위원장은 수검표와 사전투표 보관 장소 CC(폐쇄회로)TV를 24시간 공개하는 등 투·개표 절차 전 과정을 공개할 방침이다. 관련 학회에서 자율 구성한 공정선거참관단도 운영한다.

 

<관련기사>

 

<1회>부정선거 불복의 역사

 

[단독] 23년 간 지속된 선거불복 소송…그때의 기록들

https://www.segye.com/newsView/20250409519365

 

보수는 왜 사전투표를 믿지 못할까 

https://www.segye.com/newsView/20250410511025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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