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한 고등학교에서 고3 남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반복되는 교권 침해 사건 속에서 자칫 공교육에 대한 기반과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0일 불거진 폭행 사건이 논란이 커지자 다음날 곧바로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해당 학교 관할인 강서양천교육지원청의 교육활동보호긴급팀은 학교를 방문해 사안 조사를 포함한 컨설팅 장학에 나섰다.

10일 오전 10시쯤 이 고등학교에서는 고3 남학생이 수업 중 휴대전화를 쥔 손으로 여성 교사의 얼굴을 가격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 학생은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다가 이를 지적하는 교사와 실랑이를 벌이다 폭력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당국은 학생을 피해 교사와 분리 조치하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다. 학생에 대해서는 향후 지역교권보호위원회 절차에 따라 처리할 방침이다.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교육청에서 다른 안건보다 우선 처리하기로 했다.
이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는 장면은 같은 반 학생들에 의해 촬영된 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퍼져 논란이 번졌다. 학교 측은 폭행 장면을 촬영한 학생들에게는 영상을 삭제하도록 안내했다. 교사는 병원 진료를 위해 조퇴해 특별 휴가를 사용 중이다. 이 학생은 특수교육대상자는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학생이 스승인 교사를 폭행하는 사건은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해 7월 교육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교육활동 침해 유형 중 상해·폭행은 2020년 113건, 2021년 239건, 2022년 361건, 2023년 503건으로 증가했다. 3년 사이 5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지난해에는 전북 한 초등학교에서 무단 조퇴를 하려던 학생이 자신을 막던 교감의 뺨을 때리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같은 교권 침해 사례가 반복되면 공교육의 신뢰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교권 침해 사례가 쌓일수록 교사의 위축 속에 학생의 학습권도 침해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악순환 속에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교육 수준의 저하라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교육단체들도 즉각 반발에 나섰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무너진 교권, 붕괴된 교실의 현주소를 또다시 드러낸 것 같아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며 “당국은 무엇보다 피해 교사 보호·회복에 모든 지원을 다하고, 가해 학생에 대해서는 철저한 조사와 심의를 거쳐 엄중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교총은 “문제행동 학생에 대한 즉각적인 분리 및 처벌 강화, 심리 상담 및 행동교정 교육프로그램 지원 등 전문기관과 연계한 회복시스템 구축, 무고성 아동학대 및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원 보호 및 지원 시스템 확충 등 실효성 있는 방안 마련을 촉구한다”고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학교와 교육청은 교권보호 차원에서 피해 교사에 대한 보호 조치를 시행하고 당사자의 요구사항을 수용하며 최대한의 지원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교육청은 가해 학생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진단을 통해 재발 방지와 향후 교육적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며 “교권보호를 위해서는 가해 학생을 즉각 분리하고 이에 대한 엄중한 법적·행정적 조처를 해야 한다”고 했다.
정근식 서울시 교육감도 “참담하다”며 교사의 회복을 최우선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 교육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선생님의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울시교육청은 선생님의 빠른 회복을 최우선으로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해당 장면을 직·간접적으로 목격한 학생 및 교직원에 대한 상담과 교육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 교육공동체가 빠르게 안정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 교육감은 “교육공동체는 구성원에 대한 신뢰와 존중 위에서만 유지된다. 폭력은 서로에 대한 신뢰와 존중의 기반을 파괴하는 것으로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선생님들이 긍지를 갖고 정당하게 가르칠 권리가 확고하게 보장된 학교를 실현하기 위해 가야 할 길이 아직 멀다는 생각이 든다. 교권을 바로 세우기 위해 지금보다 더 치열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교사가 학생을 지도할 수 있는 권한과 수단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학생권이 강화됐다고 해서 교권이 무시해도 된다는 해석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학생을 지도할 수단이 전무한 현실 속에서, 나는 오래전부터 학생의 자유를 일정 부분 제한하는 ‘디텐션(Detention) 제도’를 도입하자고 주장해 왔다. 이는 벌이 아니라, 책임을 가르치고 공동체 질서를 배우게 하는 교육적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이제 교권에 대한 말뿐 아니라, 교원지위법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실질적으로 교사가 학생을 지도할 수 있는 권한과 수단을 명문화하겠다”며 “선생님들이 마음 놓고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환경, 그 소중한 전통을 함께 다시 세우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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