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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숙 작가 개인전 ‘불완전한 현실, 완전한 감정’

입력 : 2025-04-11 21:02:16 수정 : 2025-04-11 21: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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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능은 보이는 것이 아니라 느껴지는 것
한중일 아시아 여인의 미(美) 새롭게 선도
무릉도원(武陵桃源)·이상향의 산수 풍경
“그녀의 관능에 유혹되다.” “그 붉은 입술에 박힌 반쯤 드러난 하얀 이빨 두 개가 그의 관능을 꿈틀 자극했다.”(조정래 ‘태백산맥’) “별안간 당해 보지 못했던 쾌감이 일어난다. 형언할 수 없는 기이한 관능이 전신에 쫙 퍼진다.”(박종화 ‘임진왜란’)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은 ‘관능(官能)’의 3번 뜻풀이 ‘육체적 쾌감, 특히 성적인 감각을 자극하는 작용’에 물려있는 용례들이다.

‘무릉도원(武陵桃源) 1’

마음이 꿈틀거리는 것을 넌지시 표현할 때, 본능에서 나오는 행동의 의미가 미묘한 분위기를 풍길 때,  옷을 입은 모습이 더 섹시해 보일 때, 타인의 눈길을 알아차리고도 무심한 듯 지나치는 모습 등에서 관능은 더욱 두드러진다. 관능은 보이는 것이 아니라 느껴지는 것이다. 

 

작가 김미숙은 능수능란하게 캔버스 가득 관능을 풀어놓는다. 지긋이 내려보는 눈길, 긴 목선과 이어지는 어깨선, 도톰한 입술, 풍성한 머리모양과 그 반대로 짧게 친 커트머리에도 관능이 도사린다.

‘무릉도원(武陵桃源) 2’

그의 작품 속 여인들은 한·중·일 3국의 화풍을 두루 갖추고 있다. 그런데 얼굴은 서구형이다. 납작한 코나 좌우로 찢어진 눈은 등장하지 않는다. 오똑 선 콧날과 커다란 두 눈, 하얗고 긴 목이 자존감을 부여한다. 아시아 여인의 미를 새로이 선도한다. 

 

그림 속에 자주 나타나는 산수는 단순한 풍경 묘사가 아니다. 무릉도원(武陵桃源)이나 이상향을 뜻한다. 인간의 삶이 닿을 수 없는 순수한 공간을 상징한다. 작가는 여인의 머리나 옷에 산수를 드리워 여인의 내면세계를 풍경으로 변형한다. 여인은 그 자체로 이상향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가 된다. 그 여정은 끝없이 펼쳐진 산수처럼 변치않는 본질을 찾으려는 갈망을 이야기 한다. 특히 자개를 박아넣어 만든 산수는 여인의 내면에 존재하는 무릉도원의 이미지로, 현실을 벗어나 이상적이면서 완전한 감정을 추구하는 여인의 여정을 가리킨다.   

‘소녀’

옻칠은 여러 겹의 차원을 쌓아가며 깊이를 더하는 작업이다. 이는 여성의 감성이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만으로는 완전할 수 없음을 표현하는 것이다. 옻칠의 깊이처럼, 감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쌓여가고 그 속에서 진정한 의미가 형성된다. 반짝이는 작은 점들(자개)이 산수 속에 흩어져 있듯, 찰나의 감정들이 모여 하나의 큰 흐름을 만들어 간다. 

‘피에타’

우리는 불완전한 현실 속에서 끊임없이 완전함을 추구하지만 이같은 추구가 결국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이상향을 향한 갈망이란 걸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갈망은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다. 작가는 현실의 제약 속에서 감정이 어떻게 자유롭게 흐를 수 있는지, 어떻게 완전하게 느껴질 수 있는지를 탐구하고 있다. 

 

김미숙의 개인전이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학고재 아트센터에서 ‘불완전한 현실, 완전한 감정’이란 문패를 달고 관객들과 만난다. 그의 작업은 불완전한 현실을 살아가는 현대 여인들의 깊은 감정과 내면의 모습을 오롯이 담아내려는 시도다. 여인들의 눈빛과 표정, 몸짓에서 수많은 감정이 읽힌다. 그 감정들은 한없이 섬세하고 때로는 알 수 없는 깊이에 잠겨 있다. 작가는 그러한 감정의 층을 자개와 옻칠에 관능을 버무려 시각적으로 벗겨낸다. 


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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