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급 낮다며 거절… 대화 의지 없어”
시진핑, 베트남에 관세 공동대응 촉구
자국 항공사 보잉機 인도 중단 명령도
미·중 무역전쟁이 전방위 확산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중국이 대화를 시도했지만 미국이 거부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베트남과의 정상회담에서 “일방적 괴롭힘에 함께 맞서야 한다”며 외교전에 나섰다.
홍콩 성도일보는 14일 중국이 관세 갈등이 본격화되기 전 추이톈카이(崔天凱) 전 주미 중국대사를 비공식 특사로 미국에 파견해 대화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미국 측이 이를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표면상 이유는 추이 전 대사의 ‘급이 낮다’는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근본적으로 대화 의지가 없었다고 매체는 분석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값비싼 협상조건을 내세우며 오히려 중국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이자 중국 서열 5위인 차이치(蔡奇)의 방미를 거론했다며 “극한 압박을 위한 명분 쌓기”라고 비판했다.

성도일보는 또 트럼프 행정부 1기였던 2018년에도 류허(劉鶴) 당시 중국 부총리 지명자가 미국에 다녀온 뒤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미·중 양국이 무역전쟁을 벌이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곧바로 무역전이 개시됐고, 이후 류 부총리가 협상을 위해 다시 미국에 갔지만 모욕당하고 빈손으로 귀국했던 사례를 상기시켰다.
매체는 “트럼프 관세 전쟁의 본심은 관세에 있지 않다”며 “궁극적 목표는 미국의 유일무이한 경쟁 우위를 확정하고 중국의 산업 업그레이드 기회를 철저히 죽여 영원히 미국의 ‘저가 공장’이 되게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지도부 역시 주변국과의 공조를 강화하며 외교전을 병행하고 있다. 시 주석은 이날 베트남 하노이에서 또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정상회담을 갖고 “중국과 베트남은 경제 세계화의 수혜자로서, 일방적 괴롭힘 행위에 함께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고율 관세를 ‘일방적 괴롭힘’으로 규정하며 반미 전선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다만 베트남은 이번 회담에서 미국 관세에 대한 직접 언급은 삼간 채 철도·AI·농산물 무역 등 실질 협력을 전면에 내세웠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 인상에 따른 내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소비 진작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이난성과 쓰촨성은 가전·자동차 등 고가 소비재 구매에 저리 대출을 제공하고 있으며, 중국 정부는 소비 확대를 위한 전국적 캠페인을 전개 중이다. 상무부는 수출기업의 내수 전환을 유도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또 미국과의 관세전쟁 보복 조치의 일환으로 자국 항공사에 미국 보잉사 항공기 인도를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15일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은 복수의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전하며, 미국 회사로부터 항공기 관련 장비나 부품 구매도 중단하라는 당국의 요구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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