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 프로배구 FA 시장이 요동친다.
현대캐피탈의 2005~2006시즌 이후 19년 만의 통합 우승이자 2018~2019시즌 이후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마무리된 V리그 남자부는 지난 8일부터 FA 시장이 개막했다. 공시 이후 2주가 지나는 시점인 21일 오후 6시에 협상기간이 마무리되는 가운데, 대어들의 이적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가장 관심을 모은 FA 최대어인 ‘수원 프린스’ 임성진은 이제 ‘의정부 프린스’라고 불리게 됐다. 최근 FA로 풀린 아웃사이드 히터 중 최고 수준의 대우를 받고 자신의 재능을 KB손해보험으로 옮긴다. 당초 현대캐피탈과 KB손해보험의 ‘2파전’으로 진행되던 임성진 영입전은 지난 주말 대한항공의 참전으로 양상이 바뀐다. 폭등한 임성진의 몸값에 현대캐피탈이 먼저 철수했다. 대한항공이 KB손해보험의 제시액보다 더 큰 금액을 불렀지만, KB손해보험의 임성진 영입 의지가 더 강했다. 더 큰 금액을 부르면서 최종 승자는 KB손해보험이 됐다. KB손해보험은 내부 FA인 황택의, 정민수도 눌러앉히는 데 성공하면서 이번 FA 시장 최고의 승자가 됐다.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국가대표 주전세터인 황택의의 계약 조건은 ‘연봉킹’ 수준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FA 시장 개막 초기에 현대캐피탈에서 FA로 풀린 김선호와 계약 기간 3년, 연봉 1억5000만원, 옵션 5000만원의 계약을 맺었다. 임성진까지 영입해 차기 시즌 군 복무에서 돌아오는 임동혁-임성진으로 이어지는 제천산업고 동기들로 ‘좌우쌍포’를 구성하려 했지만, 영입전에서 패했다. 내심 임성진 영입을 통해 팀 전체 판을 뒤엎으려 했던 대한항공은 내부 FA인 정지석, 김규민, 곽승석과의 협상에 주력할 예정이다.
FA 자원이 5명으로 가장 많은 현대캐피탈은 리베로 박경민에게 역대 리베로 최고 몸값을 안겼고, 전광인을 눌러 앉혔다. 수비력이 다소 떨어지는 레오, 허수봉과 리시브 라인에 서서 혼자 현대캐피탈 수비를 떠받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박경민의 잔류는 당연하게 여겨졌지만, 데뷔 후 처음으로 주전이 아닌 백업 신세로 밀렸던 전광인과의 빠른 계약은 의아하게 여겨졌다. 전광인이 주전으로 뛸 수 있는 팀으로 옮길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기 때문. 지난 시즌 받은 7억원의 연봉에 비해 크게 낮아진 금액에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진 전광인은 OK저축은행과의 사인 앤드 트레이드로 이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현대캐피탈은 남은 내부 FA인 최민호, 이시우와는 사인 전 단계까지 온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 우승을 차지하긴 했지만, 인상폭이 그리 크지 않아 선수단 사기가 다소 시들해졌다는 얘기도 들린다.

임성진의 이적은 ‘나비 효과’가 되는 모양새다. 토종 거포들의 재편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임성진을 눌러앉히는 데 실패한 한국전력은 삼성화재에서 FA로 풀린 김정호를 영입했다. 김정호도 꽤 좋은 조건에 영입했지만, 임성진이 받는 금액에 비하면 저렴하게 느껴지는 수준이다. 한국전력으로선 김정호에다 임성진의 보상 선수를 데려온다면 그리 큰 전력 공백은 느껴지지 않을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오랜 기간 팀의 주축으로 활약해온 신영석, 서재덕은 잔류가 점쳐진다.

3번째 FA 자격을 얻은 송명근은 우리카드에서 삼성화재로 이적한다. 삼성화재로선 김정호의 빈 자리를 송명근으로 대체하는 모양새가 됐다. 송명근도 지난 시즌 받았던 수준과 비슷한 금액의 계약을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일찌감치 박준혁과 FA 계약을 체결한 우리카드는 내부 FA인 한성정을 눌러 앉히는 데 합의에 다다랐고, 외부 FA 영입도 막바지에 다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신영철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데려온 OK저축은행은 박원빈과 계약을 마쳤고, 송희채와는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자부는 FA 시장이 영입전의 끝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워낙 덩치 큰 선수들이 많이 FA 시장에 나왔기 때문에 FA 시장이 끝난 뒤에도 사인 앤드 트레이드 방식으로 출혈을 최소하화며 서로의 필요를 채울 수 있는 전력 보강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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