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측정 거부 혐의로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50대가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제4형사부(구창모 부장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 측정 거부) 혐의로 기소된 50대 A씨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21년 9월 술을 마신 상태에서 충남 태안군 한 도로를 운전하다 "차량이 도로를 막고 있다"는 목격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의 음주 측정 요구를 거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음주 측정 요구에 거부한 적 없고, 도망가려 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이 일관되게 A씨가 음주 측정을 거부했다고 진술한 점과 순찰차 블랙박스 영상 등을 토대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다고 봤다.
반면 2심 재판부는 당시 전후 사정 등을 고려할 때 경찰관의 음주 측정 요구가 통상적이고 적법하게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우선 A씨가 단속 현장에서 음주운전 사실을 시인하고, 음주 감지기에 호흡을 불어넣어 단속 업무에 협조한 점이 고려됐다.
단속에 협조하다가 돌연 태도를 바꿔 음주 측정을 거부했다는 게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당시 A씨는 음주 감지 요구에 응했으나, 단속 현장에 A씨의 지인이 나타나면서 극도의 불안 상태에 빠지게 됐다.
해당 지인이 자신을 폭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 A씨는 스스로 순찰차 뒷좌석에 먼저 올라탔고, 순찰차가 인근 파출소로 향하던 중 소변이 급하다며 정차를 요구했다.
이후 경찰관은 A씨가 소변을 보는 척하다가 도망갔다고 판단해 현행범 체포했고, A씨는 경찰관들 앞에서 용변을 볼 수 없어 현장을 이탈한 것이라고 맞서 왔다.
재판부는 A씨가 순찰차에 타기 전후 등 상황에서 규정에 맞게 음주 측정을 요구했다는 증거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경찰관들의 진술대로 측정 거부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통상적으로 또는 적법하게 요구가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재판부는 특히 사후 수정된 흔적이 있는 '음주측정기 사용 대장'에도 주목했다.
출동한 경찰관이 작성한 사용 대장에는 A씨에게 음주 측정을 요구한 최초 일시가 당일 오전 1시 15분, 장소는 순찰차를 타고 가다가 중도 하차한 곳 부근으로 돼 있었다.
그러나 이후 시간은 첫 기재보다 15분 이른 오전 1시 0분, 장소는 최초 단속 현장으로 수정됐고, 오전 1시 15분에 두 번째 측정이 이뤄졌다고 추가 기재됐다.
다른 음주측정기 사용 내역에 단 하나의 수정 흔적이 없는 것을 비춰볼 때 매우 이례적이라고 재판부는 지적했다.
재판부는 "경찰관들이 단속 현장에서 피고인에게 음주 측정 요구했다고 보기 어렵고, 그런 요구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음주 측정에 응할 의사가 없다고 단정하기가 어렵다"며 "범죄 사실에 대한 증명이 없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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