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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아기 로봇’ 안고 교감… 청년들 ‘아이가 주는 행복’ 느껴요 [지방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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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4-25 06:00:00 수정 : 2025-04-24 19: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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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 이색 4차산업 융합정책

전국 최초 휴머노이드 아기 돌봄 체험
수유·재우기·기저기 갈기 ‘프로그래밍’
대학생들 실습… 출산 인식 긍정적 전환

스마트 경로당·AI 산책 도우미 앱
市, 저출생·고령화대책 6217억 투입
최첨단 ICT 적극 활용해 정책 선도

이달 3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예술과학대학교 강의실. 100명 남짓한 남녀 학생이 옹기종기 모여 아기 로봇을 토닥이며 ‘휴머노이드 아기돌봄’을 체험했다. 태블릿 화면에 이름과 나이, 성별을 적은 뒤 모드, 난이도를 조정하면 아이가 곤히 잠든 사진을 배경으로 애플리케이션(앱)이 구동됐다.

3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의 용인예술과학대에서 열린 ‘휴머노이드 아기돌봄 체험’에서 한 여학생이 젖병을 물리고 있다. 용인시 제공

신생아와 비슷한 무게, 외양을 지닌 로봇은 배가 고픈 듯 울음소리를 냈고, 학생들의 ‘우유 먹이기’가 시작됐다. 이어 속이 안 좋아 보이는 로봇이 다시 울음을 터뜨리자 ‘트림시키기’가 진행됐다. 학생들은 배변 울음소리를 낸 로봇에겐 기저귀를 갈아줬고, 졸린 듯 칭얼거릴 때는 마치 부모라도 된 양 로봇 등을 두드리거나 안아주며 달랬다. 또 겨우 잠이 든 아기 로봇이 얼마 뒤 잠에서 깨자 서둘러 ‘관심주기’로 응대했다.

 

아기를 비스듬히 안은 한 여학생은 젖병의 꼭지를 아기 로봇 입술 안 깊숙한 곳까지 넣어 우유 먹이는 연습을 반복했다. 손가락을 양쪽 발목 사이에 끼운 뒤 부드럽게 양발을 들어 올린 채 기저귀를 갈던 남학생은 능숙한 솜씨로 이목을 끌었다. 어느새 강의실엔 웃음꽃이 만발했다.

수업 시간 진땀을 뺀 학생들 가운데 일부는 다시 초록색 아기 바구니를 챙겨 집으로 향했다. 24시간 동안 집에 머물며 아이를 돌보는 실습 과정이다. 이 학교 1학년 배윤아양은 “처음 (로봇) 아기를 안아봤는데 신기했다”며 “계속 안다 보니 정서적 안정감도 생기고 친밀감이 늘었다”고 말했다. 2학년 양철우군도 “아이를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없었는데, 오늘 수업에서 아이를 키우며 얻는 행복감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3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의 용인예술과학대에서 열린 ‘휴머노이드 아기돌봄 체험’에서 한 남학생이 기저귀를 갈고 있다. 용인시 제공

◆전국 첫 휴머노이드 아기돌봄 체험

저출생·고령화 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용인특례시의 인식개선 사업이 궤도에 오르고 있다. 24일 용인시에 따르면 시의 휴머노이드를 활용한 아기돌봄 체험은 결혼·출산 예비 당사자인 대학생을 중심으로 저출생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임신·출산에 대한 태도를 긍정적으로 바꾸기 위해 마련됐다. 실습을 통해 정서적 교감과 행복감을 느끼고 자신감을 키우도록 설계됐다.

시는 지난해 이론 위주의 시범교육을 도입한 뒤 올해부터 이론과 병행한 로봇 인형 실습을 시작했다. 지역 대학을 돌며 단체 교육·실습을 벌인 뒤 희망자들에게 로봇을 대여해 만 하루 동안 집에서 개별적으로 실습할 기회를 준다. 시 관계자는 “대학교수 등 지역사회 전문가와 협업하는 휴머노이드 아기돌봄 체험은 미혼 청년층에 결혼과 출산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하고 고민하게 만드는 시간”이라며 “용인시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업은 민선 8기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의 ‘임산부 우대사업’ 공약에서 비롯됐다. 시 역시 ‘저출산·고령사회 대응과 지속을 위한 조례’ 제7조로 근거를 마련했다.

앞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인식조사에선 가장 고려돼야 할 대상으로 ‘결혼하지 않은 청년세대’(35.9%)가 꼽혔다. ‘결혼·출산 인식 캠페인 필요성에 동의한다’(77.1%), ‘아이와 함께하는 행복 확대’(41.4%)라는 응답률도 높았다.

시는 이번 사업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교육 이후 청년을 대상으로 출산·양육과 관련한 인식과 태도변화를 측정하고 대학과 협업해 실증 논문을 작성, 체계적 검증과 정책 방향을 설정하도록 했다. 이르면 올 10월 첫 연구논문과 검증 작업이 마무리된다.

사업에 활용되는 센서 반응형 로봇 인형들은 대여품이다. 어린이집 교사 등을 위한 유아안전·돌봄 교육을 위해 고안됐다. 간단한 안기부터 돌보기, 발열 대응, 심폐소생술까지 위기대처 교육이 가능하다. 경로당에선 예비 할아버지·할머니들이 손주 돌봄 체험을 할 수 있다. 최대 96시간까지 설정한 뒤 ‘돌봄 모드’에 들어가면 태블릿을 통해 실시간으로 결과를 보도록 만들어졌다.

◆임신지원금 등 각종 출산·양육 지원금

이처럼 저출생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용인시의 노력은 올해부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시는 지난달 저출생·고령화 사회 관련 109개 사업에 6217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중앙정부의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과 2024년 저출생 추세 반전 대책, 2025년 초고령화 대응방향 등에 보조를 맞추고 인구구조 변화를 반영한 정책을 수립했다는 설명이다.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선 돌봄서비스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아울러 지난해까지 출산에 무게를 둔 지원사업들은 올해부터 임신으로 범위가 확대됐다. 우선 올해 2월부터 태아 1명당 30만원의 임신지원금이 지급된다. 180일 이상 용인에 거주한 20주 이상의 임산부에게 지역화폐가 지급돼 건강관리, 취미·여가 활동, 출산용품 구입 등에 사용하도록 했다. 또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부모 급여와 어린이집 보조교사 지원, 시립어린이집·돌봄센터 확충, 초·중·고등학교 신입생 입학준비금 지원 등에 2340억원을 들여 47개 사업을 진행한다.

2004년부터 시행해 온 어린이집 냉난방비 지원사업은 올해부터 지역 모든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지원금을 연간 20만원으로 상향한다. 산모의 건강 회복을 돕기 위해 마련한 ‘맘튼튼 축산물 꾸러미 지원’도 1인당 5만원 상당에서 올해부터 10만원으로 늘어난다.

용인시의 사업들은 4차산업과 융합돼 생활 속에 녹아들고 있다. 신갈오거리에서 추진되는 인공지능(AI) 산책 도우미 앱과 스마트 상점·교통 쉼터 구축, 순환자원 회수 로봇 설치 등이 대표적이다. 약 50억원이 투입돼 신갈·구갈동 일대에서 진행되는 사업에선 네이버 스마트 플레이스 등록을 지원해 온라인 주문과 결제가 가능하도록 만든 스마트 상점, 재활용품을 투입하면 포인트를 제공해 현금으로 전환해 주는 순환자원 회수 로봇 등이 적용됐다. 가로수에 설치된 센서를 통해 어르신들의 산책을 돕는 산책 도우미 앱도 안팎의 이목을 끌고 있다.

최근 용인에선 화상을 통해 웃음치료 등 프로그램을 즐기고 기초건강을 돌볼 수 있는 스마트 경로당 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연말까지 사업을 마치면 지역 경로당 60곳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경험하게 된다.

 

◆이상일 용인특례시장 “양질 일자리·안전망 구축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로”

 

“젊은이들이 주거·양육 등 아이 기르는 데 드는 경제적 부담을 고려하면 엄두가 나지 않겠지요.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은 상상할 수 없는 행복을 선사합니다.”

이상일(사진) 경기 용인특례시장은 다음 달 돌을 맞는 첫 손주를 둔 ‘할아버지’ 시장님이다. 그는 24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미혼자들이 아이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체험할 기회를 주고 싶었다”며 ‘휴머노이드 아기돌봄 체험’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 시장은 “로봇이 진짜 아기와 다르지만 이렇게 돌봄을 경험하고 아이에 대한 사랑을 상상하면 조금씩 저출산 극복의 실마리를 찾을 것”이라며 “지난해 손자가 태어나기 전 손주 꿈을 꾸는 등 긴장했는데, 손주가 나오니 자녀 이상으로 사랑스러웠다”고 말했다.

 

최근 용인은 도농복합도시에서 기업도시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인구도 꾸준히 늘면서 저출생·고령화 시대에 대응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 시장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가족 친화적 환경을 조성하고 육아와 주거 안정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며 “임신과 출산, 양육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차원에서 취임 첫해부터 초·중·고교 교장과 학부모 순회 간담회를 열고 현장을 돌며 환경을 개선해왔다”고 했다.

 

용인시는 예비 부모인 청년들의 안정적 교육, 일자리, 주거를 위한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맞춤형 진로 설계를 돕는 청년 워크브릿지 사업, 주거 안정을 돕는 전·월세 지원, 첫 주택 구입 때 금리 부담을 줄이는 생애 첫 주택 구입 대출이자 지원 등이다. 고령사회 대응을 위해 지난해에는 세계보건기구(WHO) 고령친화도시 국제네트워크 가입 인증도 받았다.

 

이 시장은 “가장 좋은 저출생·고령화 대책은 미래에 희망을 갖도록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구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용인의 출산율과 임산부 숫자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도 이 같은 시정과 무관치 않다는 게 이 시장의 설명이다. 이 시장은 “사회 변화에 맞춰 세대와 성별을 넘어 시민 모두 행복한 도시를 만들고, 복지 혜택에서 소외됨이 없도록 세심한 정책을 수립해 운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용인=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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