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미국이 최근 본토에 있던 B-1B 전략폭격기를 일본에 전진 배치하자 “미국의 책동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인민들의 반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해당 논평에서 북한은 유독 ‘아시아태평양지역’을 많이 언급하면서 B-1B 일본 배치는 “지역의 안전환경을 파괴”하는 조치라고 대치 국면을 조성했는데, 여기에는 중국을 자극해 북·중·러 삼각협력을 구축하고자 하는 북한의 속내가 깔려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북한 대외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지역 안보에 대한 죽음의 백조의 헌신이란 무슨 말인가’라는 제목의 25일자 논평에서 미국이 B-1B를 일본에 배치한 것은 “지역 안보에 매우 위해로운 사태 발전”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지난 17일 미국 텍사스주 다이스 공군기지에 있던 B-1B가 일본 아오모리현 미사와 미군기지에 전진 배치됐다고 밝힌 바 있다.
‘죽음의 백조’라고도 불리는 B-1B는 핵무기는 탑재할 수 없지만, 최대 57t의 무기를 장착할 수 있어 다른 미군 전략폭격기들보다 무장량이 월등하다. 최대 속도 마하 1.25에 최대 1만2000㎞를 비행할 수 있는 초음속 전략폭격기로 미국 3대 전략폭격기 중 하나로 꼽힌다.
통신은 B-1B 일본 배치를 두고 “위력 시위 수준의 일시 배치가 아닌 아시아태평양지역 종심에 대한 미 전략자산의 장기 주둔, 항구 고착이라는데 그 군사적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전략폭격기, 핵 추진 잠수함을 비롯한 전략자산들을 한국·일본 등에 수시로 전개했던 데서 더 나아가 아예 상주시킴으로써 언제든지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통신은 “(미국이) 일본 열도와 한국을 전초로 하여 지역 나라들을 겨냥한 대결의 도수를 사상 최고로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며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미국의 책동은 지역 인민들의 응당한 반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북한은 그동안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를 비난하면서 주로 “핵전쟁 억제력의 무한대한 강화의 명분”(3월3일 김여정 담화), “강력한 힘으로 억제해나갈 것”(4월16일 국방성 대변인 담화) 등 자신들의 핵 무력 강화의 정당성을 주장해왔다. 이번 논평에선 이와 달리 아시아태평양 국가 간 ‘반미 연대’의 가능성을 언급한 점이 특징적인 대목으로 꼽힌다.

중국과의 관계 회복을 모색하고 있는 북한이 미·중 대결 상황 속에서 전진 배치된 B-1B를 북·중 공통의 문제로 부각하며 양국 간 연대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김정은이 원하는 건 북·중·러가 힘을 합쳐 한·미·일에 대응하는 신냉전 외교”라며 “중국에도 부담이 되는 B-1B를 통해 ‘우리는 같은 편’이라고 강조하고, 북·러 밀착 이후 냉각된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해 북·중·러 연대로 강화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논평에 언급된 ‘지역 인민들의 반격’ 등을 두고 “포괄적으로 러시아도 해당되지만 사실상 중국을 자극하기 위한 표현”이라며 “북한뿐 아니라 중국도 B-1B와 같은 미국 전력의 투사 대상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고위급 인사 교류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등 이상 기류가 있었던 북·중 관계는 최근 들어 서서히 회복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다만 북·중·러 삼각협력을 통해 대미 지렛대를 확보하고자 하는 북한과 달리 중국은 이를 부담스러워하며 경계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북·중·러 협력이 강화할수록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빌미를 주는 셈이 되고, 세계 패권국가로 도약하고자 하는 중국 입장에서 불량국가인 북한과 밀월관계를 맺는 모습은 외교력 등에 ‘마이너스’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중국은 러시아, 북한에 의존해 글로벌 패권 경쟁을 하는 나라로 비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이 대러, 대북 관계는 관리하겠지만, 한·미·일처럼 3국이 군사적 대응을 하는 수준으로까지 발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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