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서민 경제가 빚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최근 1년 사이 신용유의자가 된 개인사업자가 30% 가까이 급증하고 지난달 신용카드 연체율은 10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자영업자의 경우 평균적으로 소득의 3배에 달하는 막대한 채무를 진 것으로 파악돼 내수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신용불량자 늘고, 대출 ‘질’ 악화하고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개인사업자(자영업자·기업대출을 보유한 개인) 대출 현황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한국신용정보원에 신용유의자로 등록된 개인사업자는 14만129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인 2023년 말(10만8817명) 대비 28.8%(3만1312명) 늘어난 수치다.
과거 신용불량자로 불리던 신용유의자는 90일 이상 장기 연체 등으로 신용정보원에 등록된 사람을 말한다. 신용등급 하락이나 대출, 카드 발급 등 금융거래가 제한되는 등 불이익을 받는다.
이들이 받은 대출의 질도 나빠지고 있다. 작년 말 기준 금융기관서 돈을 빌린 자영업자 336만151명 중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는 171만1688명(50.9%)에 달했다. 대출이 있는 자영업자 절반이 다중채무자인 셈이다.
특히 자영업자의 소득 대비 대출 규모가 3배를 초과해 상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의 소득 대비 부채 비율(LTI)은 344.5%로 집계됐다. 자영업자가 연소득의 3.4배에 달하는 규모의 빚을 지고 있다는 의미로, 같은 시기 비(非)자영업자의 LTI(220.0%)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은행 연체율은 10년만에 최대
27일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1분기 실적과 함께 공개한 팩트북에 따르면, 1분기 말(3월 말) 기준 전체 연체율 단순 평균은 0.41%로, 직전 분기(0.34%)보다 0.07%포인트 올랐다.
KB국민은행의 경우 기업대출 연체율이 0.40%로 2017년 1분기(0.51%) 이후 8년 만에 가장 높고, 상승폭(0.10%포인트)은 2016년 1분기(0.15%포인트) 이후 9년 만에 가장 컸다. 중소기업 연체율(0.50%) 오름폭(0.10%포인트)도 2015년 1분기(0.22%포인트) 이후 10년 만에 가장 컸다.
신한은행도 중소기업 연체율(0.49%)이 2017년 2분기(0.52%) 이후, 가계대출 연체율(0.29%)은 2019년 3분기(0.29%) 이후 각각 최고였다. 우리은행은 전체 기업 연체율(0.43%) 증가폭이 0.11%포인트로, 2015년 3분기(0.20%포인트) 이후 가장 컸다. NH농협은행의 기업 연체율(0.84%)은 2017년 2분기(1.00%) 이후 약 8년 만에 가장 높았다.
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인 부실채권인 고정이하여신(N포인트L)은 4대 은행 합산 총 12조6150억원에 달한다. 올 들어 석 달 만에 1조7440억원 불어났다. 일반적으로 N포인트L은 연말 부실채권 상·매각을 거쳐 1분기가 가장 규모가 작은데 올해 1분기에 이례적으로 급증한 것이다.
◆조기대선에 훨훨 나는 소형주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25일까지 한국거래소(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와 지난달 초 출범한 넥스트레이드(메인마켓)를 합친 일평균 거래대금은 16조8160억원으로 지난달(17조7390억원)보다 5% 감소했다. 반면 일평균 거래량은 15억9656만6000주로 지난달 대비 31% 늘었다. 주당 가격이 높은 대형주 거래가 감소한 반면 소형주 거래가 늘어난 영향이다.
실제 이 기간 코스피 대형주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5조5470억원으로 지난달(7조7490억원)보다 28% 줄었지만 소형주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조2230억원으로 지난달(9970억원) 대비 23% 늘었다. 코스피 대형주는 시가총액 상위 1∼100위, 소형주는 300위 이하 종목이다.
특히 6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테마주 등 소형주에 개인투자자들의 거래가 몰렸다. 국민의힘 안철수 대선 경선 후보 테마주인 써니전자의 이달 일평균 거래대금은 294억7300만원으로 지난달(11억1900만원)의 26배 수준으로 급증했고,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경선 후보 테마주인 평화홀딩스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 테마주인 이스타코의 이달 일평균 거래대금도 각각 지난달의 5배, 2배 수준으로 늘었다.
수익률도 소형주가 대형주를 대폭 앞선 상태다. 이달 코스피 소형주 지수는 6.77% 올라 코스피 대형주 지수 수익률(2.24%)의 3배를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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