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對中 견제 심화… 지배력 유지 불투명

지난 23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열리는 상하이 모터쇼는 중국이 전기차(EV) 부문에서 세계 시장을 지배하는 패권 세력임을 증명해 주는 듯하다. 다수의 중국 기업이 첨단 기술을 활용한 수많은 모델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고가의 거대한 스포츠유틸리티차(SUV)부터 내연기관차보다도 저렴한 소형 모델까지 중국 전기차 선택의 다양성에 세계 언론이 놀라는 상황이다.
EV 부문 중국의 경쟁력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가장 큰 바탕은 시장의 규모다. 20여년 전만 해도 중국 대도시의 주요 이동 수단은 자전거였다. 하지만 2003년 전염병 사스로 대중교통을 회피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자가용의 시대가 열렸고 자동차 시장은 폭발적으로 불어났다. 중국은 이미 2009년 세계에서 가장 커다란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했다. 2024년 중국의 자동차 판매는 3000만대를 넘어섰는데 미국과 유럽연합을 합한 것보다 큰 수치다. 거대한 규모의 시장은 현지 제조업체들이 성공하는 기본 발판이다.
시장이 커도 선진국의 회사들이 지배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은 서서히 자동차 독립을 정책적으로 준비해 왔다. 우선 외국 회사가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면 현지 파트너와 합작 생산하도록 강제했다. 예를 들어 독일 폭스바겐은 독일보다 중국에서 매출액이 더 크다.
지난해 세계 자동차 생산량은 9000만대였는데, 그중 3000만대가 중국 생산이다. 판매에 이어 생산량도 중국은 미국과 유럽을 합한 2500만대보다 더 많다. 게다가 2023년 중국은 일본과 독일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으로 등극했다.
중국은 또 선진국과 기술 경쟁력 차이가 큰 내연기관보다 새로운 전기차로 눈을 돌려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정책을 폈다. 독일에서 유학한 뒤 아우디사에서 경험을 쌓았던 해외파 완강(萬鋼)은 중국의 미래 경쟁력은 전기차에 있다고 보고 2007년부터 11년간 과학기술부 장관을 역임하면서 국가 자원을 동원해 산업을 키웠다. ‘거셴크론 효과’, 즉 신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후발주자의 이점을 백분 활용한 셈이다.
무엇보다 중국의 힘은 치열한 경쟁에서 비롯된다. 해외에 알려진 중국 자동차 브랜드는 제한적이지만 중국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제조업체 수는 실제 100여개에 달한다. 특히 EV는 배터리(BYD)나 정보기술(IT·화웨이나 샤오미) 등 다른 부문에서 자동차로 진입한 사례가 다수다. 유럽이나 미국보다 중국이 스타트업의 개척정신이나 기술 융합에 능란하다는 뜻이다.
스티븐슨의 증기 기관차와 철도가 19세기 영국 패권의 상징이었다면 포드의 자동차는 20세기 미국 경제 제국의 아이콘이었다. 21세기에는 중국 왕촨푸(王傳福)의 BYD가 새로운 글로벌 자본주의의 표상이 될 것인가. 왕촨푸는 배터리 사업으로 시작해 전기차로 크게 성공했으며 2023년에는 BYD를 드디어 중국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로 만든 창업주다.
물론 2020년대의 국제정치경제가 중국의 등극에 그리 녹록한 환경은 아니다. 중국과의 경제적 ‘디커플링’(분리)이나 ‘디리스킹’(거리 두기)이 미국이나 유럽에서 유행이기 때문이다. 또 전기차에서 중국의 초기 지배력이 계속되리란 보장도 없다. 1950년대 미국은 세계 자동차의 80%를 생산했으나 현재 세계 자동차 업계의 선두는 일본의 토요타와 독일의 폭스바겐이 차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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