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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대전 적국들도 한국 위해 손잡았다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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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4-28 16:19:58 수정 : 2025-04-28 16: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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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은 상륙작전 하면 가장 먼저 인천, 그 다음으로는 아마도 노르망디를 떠올릴 것이다. 1950년 9월 미군 등 유엔군의 인천상륙작전은 한국의 패색이 짙던 6·25 전쟁의 반전을 가져 왔다. 작전 성공으로 한국은 북한의 공세를 물리치고 수도 서울을 되찾음은 물론 독립국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도중인 1944년 6월 미군 등 연합군이 단행한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프랑스 등 서유럽 일대에서 나치 독일 세력을 몰아내는 기폭제가 되었다. 작전 성공 후 채 1년도 안 지난 1945년 5월 독일은 연합국에 무조건 항복했다.

 

지난 25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안작 데이’ 추모 행사가 열려 한국군 및 유엔 참전국 군대 의장병들이 태극기, 유엔기 등을 호위하고 있다. 전쟁기념사업회 제공

제1차 세계대전은 한국인들 사이에 6·25 전쟁이나 2차대전만큼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세계대전’이란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실은 유럽 대륙에 국한된 전쟁이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튀르키예가 독일과 동맹을 맺고 영국·프랑스 등 연합국과 치열하게 싸운 것 또한 한국인에겐 낯선 역사다.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끈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가 1차대전 당시에는 영국 해군부 장관으로 튀르키예 침공을 위한 갈리폴리 상륙작전을 주도한 일은 더더욱 그렇다. 작전이 실패로 끝나며 처칠은 해군장관에서 해임된 것은 물론 한동안 영국 정계에서 ‘퇴물’ 취급을 받았다.

 

갈리폴리 상륙작전은 지금으로부터 꼭 110년 전인 1915년 4월25일 시작됐다. 작전에는 연합국 일원인 영국·프랑스 군대는 물론 영국 자치령인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온 병사들도 참여했다. 이 자치령 군대는 호주·뉴질랜드 연합군(Australian and New Zealand Army Corps)의 영문 이니셜을 따 ‘안작’(ANZAC)으로 불렸다. 상륙작전의 선봉에 선 안작 부대원은 튀르키예군의 핵심 표적이 되어 1만명 넘게 목숨을 잃었다. 당시 두 나라 인구를 합쳐도 600만명이 안 될 정도였으니 엄청난 인명피해가 아닐 수 없다. 오늘날 호주·뉴질랜드 양국은 매년 4월25일을 ‘안작 데이’로 지정해 전몰 장병들을 기리는데, 우리 현충일(6월6일)에 해당한다고 보면 되겠다.

 

지난 25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안작 데이’ 추모 행사에 귀빈들이 참석해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 제프 로빈슨 주한 호주 대사, 던 베넷 주한 뉴질랜드 대사, 자비에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 무랏 타메르 주한 튀르키예 대사, 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 대사. 1차대전 당시 영국·호주·뉴질랜드와 튀르키예는 서로 적국이었다. 전쟁기념사업회 제공

지난 25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주한 영국·호주·뉴질랜드 대사 등이 참여한 가운데 제110주년 안작 데이 추모 행사가 열렸다. 갈리폴리 상륙작전 때에는 영국·호주·뉴질랜드와 싸운 튀르키예의 주한 대사도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6·25 전쟁이 터지자 유엔군 일원으로 한국에 병력을 파견한 국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기념관 운영 주체인 전쟁기념사업회 백승주 회장은 “앞으로도 주한 유엔 참전국 대사관과 협력해 참전국과 참전용사를 기리는 행사 지원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1차대전 당시만 해도 적국이던 나라들이 6·25 전쟁 기간 한국을 돕기 위해 한데 뭉쳤고, 이제는 한반도 평화라는 대의에 함께 헌신하고 있으니 참으로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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