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지만큼 양지, 공과는 공과대로”
통합 공약 이행할 거란 믿음 주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어제 국립 서울현충원을 찾아 이승만·박정희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대통령의 제1과제’로 내건 국민 통합 행보를 보인 것이다. 민주당이 ‘보수 책사’로 불리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상임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이 후보는 참배를 마친 뒤 “역사적 평가에는 양 극단이 존재하고 음지만큼 양지가 있다”며 “공과는 공과대로 평가하되 당장 급한 건 국민 통합”이라고 말했다. 더 빼고 보탤 것 없는 올바른 인식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사태로 국론이 분열된 마당에 지지율 1위인 이 후보의 통합 행보는 바람직하다. 관건은 진정성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2017년 대선 후보로 선출된 다음 날 이승만·박정희 묘역을 참배한 뒤 “역대 대통령들은 공과가 있었지만 안아야 할 우리의 역사이고, 공과도 뛰어넘어야 할 우리의 과제”라며 통합을 강조했다. 정파를 넘어 국민의 대통령이 되겠다면서 통합 선대위도 꾸렸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은 집권 이후 적폐청산과 같은 과거사 정리를 밀어붙이며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키웠다. 통합의 리더십은 실종됐다. 이 후보는 문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
이 후보는 이승만·박정희 묘역을 참배하고 돌아와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는 역사가들과 시민사회가 하면 되는데, 정치 영역까지 끌어들여 와 이를 갈등의 소재로 삼는다면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과거 두 전직 대통령의 부정적 측면을 부각해 온 이 후보였다. 그런 이 후보가 “돌아가신 분들을 두고 정쟁에 빠진 때가 있었던 것 같다. 한쪽에 몰입하지 말고 양 측면을 함께 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겠나”라며 균형 잡힌 시각을 보인 점은 희망적이다. 그런 입장이 상식이 된다면 우리 정치가 더는 과거사를 둘러싼 소모적인 정쟁의 늪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이 후보의 통합 행보를 놓고는 여전히 중도·보수층 표를 겨냥한 선거용이라는 의구심이 있다. 이를 불식시키려면 국민 통합을 위한 구체적 공약을 제시하고 반드시 이행할 것이란 믿음을 보여야 한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통합은 이번 대선의 시대 정신이다. 무엇보다 정쟁과 분열을 조장하면서 국민 통합의 걸림돌이 돼온 ‘제왕적 대통령제’와 승자 독식의 선거제 개편이 시급하다. 이 후보가 권력 분점과 타협 정치를 위한 개헌 및 선거제 개편에 앞장선다면 ‘통합의 리더’라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