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킹 사태로 고객 유심(USIM) 정보가 탈취된 SK텔레콤이 어제부터 가입자 2500만명(알뜰폰 포함)을 대상으로 유심 무상 교체 지원을 시작했다. 해킹 발생 사실을 인지한 지 열흘 만에 이뤄진 조치다. 하지만 SKT는 현재 약 100만개의 유심만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당장 급한 수요를 감당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 아니나 다를까 전국 SKT 대리점마다 유심 교체를 원하는 가입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대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다음 달까지 확보할 수 있는 유심 물량도 500만개에 불과하다고 하니 혼란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사건 발생 이후 SKT의 늑장 대응도 논란거리다. 지난 18일 밤 홈가입자서버(HSS)가 악성 코드에 감염됐고, 이곳에 기록된 유심 관련 데이터 등의 유출 가능성이 의심됐지만 외부에 해킹 사실을 알린 건 사흘이 지난 21일이다. 관련 기관 신고도 24시간이 훨씬 지난 뒤에야 이뤄졌다. 가입자 안내가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고객 불안감과 불만이 커지자 일주일이 지난 25일에야 대표이사가 사과하고 가입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유심 무상 교체를 발표했다. 아직도 해킹에 따른 명확한 피해 범위나 규모는 오리무중이다. 이러고도 국내 1등 이통사라 할 수 있겠나.
SKT의 늑장 대응에 참다못한 이용자들은 공식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나섰다. 포털 사이트에도 ‘SK텔레콤 개인정보 유출 집단소송 카페’가 개설돼 하루 만에 3000명이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 22일에는 한 SKT 이용자의 휴대전화가 갑자기 계약 해지된 뒤 자신도 모르는 새 알뜰폰이 개통되며, 은행계좌에서 5000만원이 인출되는 피해가 발생했다는 신고까지 경찰에 접수됐다. 해킹 연관성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가입자들 불안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해킹당한 SKT의 해당 서버들이 현행 정보통신기반 보호법상 주요정보통신기반시설로 지정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로 인해 이번 해킹 대상이 된 서버는 정부 주도의 기술점검, 침투 테스트를 받은 이력이 전무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정은 KT와 LG유플러스도 마찬가지다. 정보통신 강국이란 명성이 부끄러울 지경이다.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SKT는 서둘러 국민 불안감 해소에 진력해야 한다. 정부 또한 실효성 있는 피해 구제·재발 방지책 마련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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