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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사 1인당 100여명 급식 담당… 노동강도 최악”

입력 : 2025-04-28 20:00:00 수정 : 2025-04-29 00: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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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급식노동자들 단식농성

“20∼30명? 현장 모르는 소리”
13년 차 조리사 정부에 쓴소리

고노동 저임금·퇴사 악순환 속
‘릴레이 단식’ 전국으로 확산세
“아이들만 피해” 부정 여론도

“20∼30명당 1명이라고 말하더라고요. 세상물정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소리죠.”

 

경기 파주시 와석초등학교에서 근무 중인 13년차 조리사 정경숙씨는 28일 분통을 터트렸다. 정씨는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5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의 ‘학교 급식실 조리사 1인당 학생 수’ 질의에 내놓은 답이 얼토당토않다고 했다. 당시 이 장관은 “정확히 모른다. 20∼30명”이라고 했다. 교육청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대체로 조리실무사 1인당 100~150명의 급식을 담당하고 있다. 정씨가 일하는 학교도 10명의 조리실무사들이 학생 1400여명의 점심을 책임진다.

정경숙 민주노총 노동안전위원장(왼쪽부터), 정인용 전국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본부장, 이민정 전국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노동안전국장이 28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투쟁 결의를 다지고 있다. 정 본부장은 21일부터 단식투쟁에 돌입해 이날로 8일째를 맞았다. 이지민 기자

정씨는 이날 연차를 쓰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을 찾았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대표단이 진행하는 단식농성에 1박 2일간 릴레이 형식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전국여성노조 등으로 구성된 연대회의 대표단은 21일부터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해 이날로 8일째를 맞았다. 릴레이 단식투쟁은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24일에는 전북과 전남, 25일에 제주와 울산 지역 급식 노동자들이 투쟁에 합류했다.

 

이들이 거리로 나선 이유는 노동환경이 해를 거듭할수록 악화하고 있어서다. 민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과 진보당 정혜경 의원실에 따르면 입사 후 6개월 이내 퇴사하는 조리실무사 비율은 2022년 17.3%, 2023년 18.9%, 지난해 상반기 22.8%로 늘어났다.

 

결원도 심각하다. 3월4일 기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조리실무사 전체 정원 4만3877명 중 1748명이 결원이다. 지역별로는 인천(13%), 서울(12%), 제주(10%)의 결원율이 높다. 예를 들어 제주에서는 10명의 조리실무사가 해야 할 일을 9명이 하고 있다는 의미다.

 

높은 노동 강도가 결원과 신규 채용 미달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인용 전국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본부장은 “급식 노동자 폐암 산재승인이 169명, 사망자가 13명”이라며 “저임금에 고강도 노동이 악순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급식 노동자 처우 개선 문제로 대전 지역 일부 학교의 급식이 중단된 데 대한 반발 여론도 일고 있다.

 

대전 글꽃중과 둔산여고에서 급식 노동자들이 병가를 쓰는 등 쟁의행위에 나서면서 배식에 차질이 생기자 일부 학부모들은 “노조원들의 이권으로 아이들만 피해를 본다”고 주장했다.

 

급식 노동자들은 열악한 실태를 알리기 위해서라도 투쟁을 멈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리실무원의 월급은 200만~300만원 정도지만 방학이 포함된 달은 일급으로 계산돼 이보다 훨씬 쪼그라든다. 정씨는 “대부분 학교에 겸업 허가를 받고 마트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했다. 이민정 전국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노동안전국장은 “오늘이라도 대선 후보가 방문해 함께 이 문제를 풀자고 한다면 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치권에서도 최소한의 관심과 호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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