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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피해자가 시간·발품 팔아야 하나”… 기껏 줄섰더니 ‘허탕’ [뉴스 투데이]

입력 : 2025-04-28 18:19:52 수정 : 2025-04-28 23:2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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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대리점 ‘유심 교체’ 대란

준비 수량 적어 오전에 모두 동나
온라인 대기 수십만명 ‘마비’ 상태
과방위 민주 의원 “택배 발송해야”

SKT·당국 피해 대응 지지부진에
가입자들 ‘심 스와핑’ 방지법 공유
경찰청, 업무용 폰 유심 교체 검토

“유심 다 떨어졌습니다. 예약 안내 드릴게요.”

 

개인정보 유출로 SK텔레콤이 유심 무료 교체를 시작한 28일 전국 곳곳에서 ‘유심 대란’이 벌어졌다. 전국 SKT 대리점(T월드) 앞에는 한 시간씩 줄서고도 허탕 친 시민이 넘쳐났다. 온라인 방문 예약 사이트도 ‘먹통’에 가까웠다. 고객들은 “피해자가 시간·발품을 팔아야 한다니 너무한다”며 답답해했다.

내 차례는 언제쯤… 28일 경기 수원시내 한 SK텔레콤 T월드 매장 앞이 유심을 교체하려는 고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SKT는 유심 고객 정보 해킹으로 인한 사이버침해 피해를 막기 위해 이날 오전 10시부터 전국 2600여곳의 T월드 매장에서 희망 고객을 대상으로 무료 유심교체 서비스에 나섰다. 수원=뉴시스

이날 오전 10시,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인근 T월드 매장 앞은 유심을 교체하려는 고객들로 70m 넘는 긴 줄이 이어졌다. 기다리는 이들의 얼굴엔 답답함과 걱정이 교차했다. 매장 안에선 70대 남성이 왼손에 핸드폰을 든 채 매장 직원에게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서울 영등포구 T월드 PS&M 문래점도 영업 한 시간 전인 오전 9시에 이미 수십명이 모여 있었다. 이 매장이 준비한 유심 50개는 순식간에 동났다. 문래점에서 만난 박모(74)씨는 “이번 달 중 유심을 확보한다고 하는데 하루 이틀 기다리는 것도 힘든데 말문이 막힌다”고 말했다. 전수지(33)씨는 “SKT만 이런 일이 발생한 데다 유심 교체를 원하는 사람이 직접 방문해 기다리는 것까지 모두 불만”이라며 “통신사로부터 문자 하나 못 받았는데 뉴스를 보고 찾아와야 하는 것부터 어이가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 SKT 대리점도 오전 11시에 유심이 바닥 났다. 대리점 직원은 고객에게 온라인 방문 예약을 안내했지만 예약 대기 인원이 10만∼20만에 달했다. 한 대리점 관계자는 “유심이 앞으로 들어올지, 예약한 분들은 언제 받을 수 있는지 (본사에서) 가이드라인을 받은 내용이 없어 우리도 아는 게 없다”고 밝혔다.

해킹 공격으로 가입자 유심 정보가 탈취된 SK텔레콤이 가입자 유심 무상 교체를 시작한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T월드 매장 앞에서 고객들이 온라인 예약을 안내 받고 있다. 뉴스1

이날 온라인 공간에서는 SKT가 고객에게 고통을 전가한다며 불만이 쏟아졌다. 일부 고객은 ‘SKT 유심 해킹 공동대응 공식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공동 대응에 나섰다. 로피드 법률사무소는 집단소송 참여 희망자 모집을 시작해 이날 하루 350여명이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SKT로부터 유심 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수사의뢰서를 지난 22일 접수하고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배당해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청은 SKT 업무용 스마트폰의 유심 교체를 검토하는 한편, 각 통신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해킹세력은 특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회에서도 SKT와 당국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은 유심 정보 유출 사고 관련 포렌식 결과가 나오는 시점에 대해 “짧게 걸리면 2∼3개월, 시스템이 복잡한 경우 1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은 “마치 다른 나라에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처럼 무관심하고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질책했다.

사진=최상수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들은 성명을 내 SKT가 각 가정에 유심을 직접 택배로 발송하고, 다른 통신사로 갈아타길 원하면 위약금을 폐지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SKT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유심 교체를 온라인으로 신청받아 택배로 발송하면 제3자가 본인이라고 사칭해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대면 교체가 원칙”이라고 말했다.

 

SKT도 당국도 해킹으로 인한 2차 피해가 어느 범위까지 확산할지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자 가입자들이 ‘자력구제’에 나섰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은행 비대면 계좌 개설 차단, 금융거래 안심차단, 명의도용 방지 신청 등 유심 정보를 복제해 금융사기를 벌이는 ‘심 스와핑’을 막는 방법을 공유하고 나섰다.

 

전문가는 이미 유심 정보가 유출된 만큼 하루빨리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송천 카이스트 명예교수는 “서버 관리자가 해커에 뚫린 후 상당기간 방치됐다고 하는데 고객 데이터는 이미 다 빠져나갔을 것”이라며 “해커가 데이터를 퍼즐 맞추듯이 재구성해서 피싱 범죄 등에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미 유출된 정보에 대해서는 다른 암호를 이중, 삼중으로 설정해 보호장치를 두는 방법밖에 없다”고 밝혔다.


송은아·이동수·안승진·최경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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