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출마 여부 최대 화두 부상하자
공약 경쟁 대신 정치공학만 난무
콘클라베 방식·원샷 경선 등 제시
김종인 “黨 한심한 상황” 쓴소리
내부서 尹과 관계 재설정 의견도
‘단일화’ 1차 데드라인 5월 11일
2차는 투표지 인쇄하는 5월 25일
국민의힘의 제21대 대통령선거 경선 레이스가 좀처럼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여론조사상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독주가 계속되는 가운데, 당 경선은 대통령 권한대행인 한덕수 국무총리 출마 여부가 최대 화두로 떠오르면서다.

후보들에게 공약이나 이 후보와의 경쟁력보다 한 권한대행과의 단일화 입장 및 방식이 더 중요한 의제가 됐다. 이로 인해 보수진영 대표 정당인 국민의힘 경선 과정이 당의 노선이나 가치, 철학을 둘러싼 논쟁이 아닌 정치공학만 난무하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음 달 3일 국민의힘 후보가 선출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한 권한대행이 출마할 경우 ‘단일화’ 과정도 촉박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덕수’ 화두 된 국힘 2차 경선
국민의힘 대선 2차 경선 당원투표·여론조사 마감 날인 28일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한 권한대행 대선 출마를 전제로 한 단일화 방식을 둘러싼 백가쟁명식 논의가 벌어졌다. ‘콘클라베식 담판’, ‘원샷 국민경선’, ‘일대일 여론조사’ 등 구체적 방안도 제시됐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정대철 헌정회장에게 한 권한대행과의 단일화를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권 비대위원장은 비대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권한대행과의 단일화에 도움을 달라는 것보다는 전체적으로 사람들을 모이게 할 때 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우리 당을 지지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 것 아니겠느냐”며 “그런 분이 많이 있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대선주자들이 해당 보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 자체가 이번 경선 과정이 ‘한덕수’ 이슈로 흘러가고 있음을 알게 해준다는 평이다. 당장 한동훈 후보가 “패배주의 아니냐”고 반발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한 후보 반발에 자신의 페이스북에 “야권 원로정치인에 예상되는 반명 단일화나 빅텐트과정에서 우리 당을 도와달라 부탁하는 것이 뭐가 부적절하고 왜 패배주의인지 잘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홍준표 후보는 오후 페이스북에 한 권한대행 출마나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낸 김문수 후보 출마를 겨냥한 듯 “탄핵한 정권의 총리, 장관이 대선 출마하는 게 상식에 맞습니까”고 썼다.

당 내외에서는 국민의힘 경선 과정이 감동 대신 정치공학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 자체가 한심한 상황”이라면서 “이런 식으로 생각했다간 대통령 선거를 해봐야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상계엄으로 탄핵을 받고 선거를 치르는 것 아니냐”며 “대통령만 탄핵받은 것이 아니라 국민의힘이라는 정당도 탄핵을 받았다. 정신을 차리고 당을 끌고 가야 하는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옛날에 집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단일화 1차 데드라인은 ‘5·11’
당내에서는 최종 후보는 3차 경선 끝에 다음달 3일 선출될 확률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 권한대행이 출마할 경우 당 후보와 한 권한대행 측 간 ‘단일화’ 협상이 곧바로 이뤄질 공산이 크다. 이때 대선 후보 등록 마감일인 다음달 11일까지가 ‘1차 데드라인’, 거소투표를 위한 투표용지에 후보자 이름이 인쇄되는 다음달 25일이 ‘2차 데드라인’일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의 또 다른 화두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이다.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이 ‘12·3 비상계엄’에 대해 사과하고 당 지도부가 “전반적으로 취지에 동의한다”(권성동 원내대표)는 반응을 내놓은 이후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을 새롭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당내에 적잖게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내에서 윤 원장에게 전화 등으로 ‘잘봤다’고 반응한 경우들이 많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다만, 윤 전 대통령 탈당과 같은 구체적인 목소리는 아직 ‘수면 밑’에 잠재되어 있다. 윤 전 대통령이 직접 결정해주기를 원하는 목소리도 적잖게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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