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세의 나이로 8번째 시리즈 완성
디지털 특수효과 대신 실제 액션
특유의 생동감 넘치는 연기 눈길
AI ‘엔티티’ 인류 파괴 막으려 사투
특유의 유쾌함보다 위기감을 강조
7편 주요 장면 몽타주도 재미 배가
1983년, 21세 나이로 영화 ‘위험한 청춘’ 주연을 꿰찬 이래 40여년을 주인공으로만 살았다. ‘탑건’(1986)으로 스타 파워를 보여줬고 ‘7월 4일생’(1989), ‘어 퓨 굿 맨’(1992) 등에서 연기력을 인정받더니 1996년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로 영화 제작에 손을 뻗었다. 할리우드를 상징하는 배우, 톰 크루즈(62) 얘기다.
백전노장인 그조차도 ‘미션 임파서블’ 8번째 작품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17일 개봉)의 고강도 액션 촬영을 위해 “숨 쉬는 훈련부터 다시 해야 했다”고 했다. 영화에서 펼쳐지는 액션 장면을 보고 있자면 ‘이걸 도대체 어떻게 찍은 거지?’싶은 경외감이 들 뿐이다.

톰 크루즈의 헌신과 프로페셔널리즘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디지털 특수효과 대신 실제로 찍은 생생한 스펙터클을 고수하는 그의 집념은 인공지능(AI) 시대에도 여전히 인간의 몸이 직접 보여주는 액션에서만 나올 수 있는 생동감을 보여준다.
◆“해저·상공으로 간 환갑의 액션스타”
신작에서 가장 인상적인 두 장면은 깊은 바닷속과 높은 하늘에서 펼쳐진다. ‘이전 시리즈에서 지상에서 보여줄 수 있는 건 이미 다 보여줬으니 이제 해저와 상공으로 가자’고 작정한 듯하다.
에단 헌트가 침몰한 러시아 핵잠수함 ‘세바스토폴호’를 심해에서 수색하며 약 10분간 무언의 사투를 벌이는 장면은 숨죽이고 바라볼 수밖에 없다. 얼음장 같은 북극 바다에서 속옷만 걸친 그의 근육질 몸매가 한없이 고독하게 보일 정도다.

이후 그는 고도 2400여m 상공에서 구식 복엽기 두 대 사이를 오가며 추격전을 벌인다. 복엽기 날개 위에 올라타고 한쪽 다리를 조종석 밖으로 내민 채 비행기를 조종하더니, 빌런 가브리엘(에사이 모랄레스)이 탄 또 다른 복엽기로 뛰어들어 대결한다. 헌트가 비행기 외부를 기어 다닐 때, 중력은 그를 끌어당기고 바람은 그를 밀어낸다. 높은 고도에서 바람에 휘날리는 그의 뺨은 일그러지다 못해 펄럭거릴 지경이다.
◆“웃음기 걷어내고 진지함은 더하고”
상영시간 169분에 달하는 이번 영화에선 헌트와 그 동료들이 스스로 지각능력을 획득한 AI ‘엔티티’의 인류 파괴를 막으려 사투를 벌인다. 세계를 장악하려는 ‘엔티티’는 전 세계 핵무기 체계에 접근해 인류를 멸망시키려 든다.

영화 초반은 기술이 지배하는 시대에 이처럼 문명이 얼마나 위태로운지 긴장감을 환기하며 무겁게 흘러간다. CIA 출신 미 대통령(앤절라 배싯) 예하 각료들이 버지니아 비상사령부에 벌이는 수많은 작전 회의와 설전은 이러한 위기감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다.
이 때문에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특유의 유쾌함이 이번 작품에선 느껴지지 않는다. 1편의 와이어 절도 장면, 4편 ‘고스트 프로토콜’의 부르즈 할리파 등반 장면, 그리고 헌트와 동료들이 특수제작 가면을 뒤집어써 다른 사람으로 위장하는 수많은 장면에서 시리즈가 보여준 장난기는 희미해졌고, 영화 분위기는 한층 심각하고 진지해졌다.
◆“톰 크루즈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
크루즈와 감독 크리스토퍼 맥쿼리는 이번 프로젝트에 임하며 시리즈 사상 가장 장중한 영화를 만들겠다는 야심을 품었던 것처럼 보인다. 시리즈 전체를 요약하려는 구성만 봐도 그 의도가 드러난다.
1996년 브라이언 드 팔마가 연출한 시리즈 첫 편까지 거슬러 올라가 이전 7편의 주요 장면을 돌아보는 몽타주는 물론 시리즈 내내 에단이 겪은 상실의 순간을 재조명하는 회상 장면이 영화 곳곳에 들어가 있다.
지난 30년간 헌트가 얼마나 영웅적인 존재였는지 헌사를 바치며 전하는 작별 인사일까? 아직까진 알 수 없다. 톰 크루즈와 맥쿼리는 이번 영화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마지막 편인지에 대해 여전히 명확한 답을 하지 않고 있다. 결정권은 자본과 이번 영화의 흥행 성적이 쥘 것이다. 확실한 건 ‘파이널 레코닝’이 끝날 때 헌트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사실이다.
또 하나 확실한 사실은, 액션스타 톰 크루즈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는 사실이다. 최근 호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탑건: 매버릭’(2022)과 레이싱 스릴러 ‘폭풍의 질주’(1990) 속편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알레한드로 이냐리투 감독과 찍은 작품이 곧 공개될 예정이며, 크리스토퍼 맥쿼리와도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예순둘의 액션스타는 여전히 최전선에서 할리우드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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