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 방광, 직장 등 장기가 질 밖으로 탈출하는 ‘골반장기탈출증’ 환자가 매해 늘고 있다. 골반장기탈출증은 폐경기 이후 여성에게 흔히 발생하는데, 고령화에 관련 환자 수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2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여성생식기탈출(골반장기탈출증) 환자는 2023년 기준 3만300명으로 집계됐다. 3년전(2만5031명)보다 5000명 넘게 늘었다.
골반장기탈출증은 골반 내에 위치한 방광이나 직장 등 장기가 아래로 돌출되는 증상으로, 방광이 빠져나오는 경우는 방광류, 직장이 나오는 경우는 직장류로 구분된다. 대개 “밑으로 빠지는 느낌’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폐경기 이후 호르몬 변화, 출산력, 수술력 등 영향으로 골반 내 근육과 인대 등 지지 역할을 하는 구조가 약화되며 발생한다.
단순한 신체적 불편함을 넘어 외음부 불편감, 자존감 저하 등 심리적 영향까지 미치는 만큼 삶의 질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질환이다.
현재 골반장기탈출증의 치료법에는 페사리 삽입과 같은 보존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가 있다. 그러나 페사리는 질 내에 이물질을 상시 거치해야 하며, 감염 위험과 정기적인 관리 부담이 따른다. 수술적 치료는 보다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하지만, 특히 고령이면서 당뇨나 고혈압 등의 만성질환을 동반한 환자에게는 마취나 수술 부담으로 인해 적용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질폐쇄술’이 제시되고 있으나, 국내에서의 임상 데이터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었다.

최근 이택상·이다용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산부인과 교수 연구팀은 고령 여성의 중증 골반장기탈출증 치료에 질폐쇄술의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했다. 연구팀이 2006년부터 2025년까지 총 20년에 걸쳐 질폐쇄술을 시행한 환자 81명의 수술 결과를 분석한 결과다.
연구에 따르면, 전체 환자의 86.4%가 70세 이상 고령이었으며, 85.2%는 수술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저 질환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반장기탈출증 교정률은 96.3%에 달했으며, 증상 재발은 단 3건에 불과했다. 수술 후 심각한 합병증 사례는 관찰되지 않았고, 환자 만족도는 98.4%에 이를 만큼 매우 높았다.
이택상 교수는 “노령 여성 인구의 꾸준한 증가로 골반장기탈출증으로 고통받으면서도 드러내기를 주저하거나 수술에 대한 두려움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경험 많은 집도의에 의한 수술적 치료는 심각한 합병증 없이 높은 성공률과 만족도를 보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상담과 치료를 통해 여성의 노년기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고령 여성의 골반장기탈출증에 대한 질폐쇄술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국내에서 장기 추적한 보기 드문 사례로, 향후 해당 분야 치료 가이드라인 정립에도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해당 연구는 국제학술지 “Journal of Clinical Medicine” 2025년 제14권 제9호(Vol. 14, Issue 9)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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