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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새 정부 외교·안보 전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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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5-28 23:09:00 수정 : 2025-05-28 23: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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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민주당 후보, ‘국익·실용’ 앞세워
金 국힘 후보, 한·미동맹 절대축 삼아
대미 의존·경제 논리 매몰 안 돼
역사인식·국민정서 부합 원칙 필요

이런 막장도 없다. 지난 2월28일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 문제를 논의하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J D 밴스 부통령이 합세해 미국의 말을 순순히 따르지 않는 그를 공개 저격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 면전에서 “당신에게는 아무런 협상카드가 없다”며 수차례 윽박지르는 장면은 전 세계로 전파됐다. 젤렌스키는 쫓겨나듯 백악관을 떠나야 했다. 기존 정상외교 문법에서 찾을 수 없는 ‘탈선’ 사고다. 세계가 경악했다. 굴욕을 겪고도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과 광물협정에 서명할 준비가 돼 있다”며 오히려 물러섰다. 미국에 등 돌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을 것이다. 하지만 국가와 국민의 생존을 포기하는 일이나 다름없다고 여기고는 이내 마음을 고쳐먹은 것이다.

약소국이 강대국의 횡포에 속수무책 당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발 관세전쟁도 그렇다. 덩달아 기존 국제질서의 구조적 불안정은 더욱 가속화한다. 미국은 이제 더는 동맹국에 신뢰와 비전을 제공하지 않는다. 다들 묻는다. “미국이 여전히 우리와 같은 세계를 바라보고 있는가, 그리고 언제까지 미국에 기댈 수 있는가”라고. 한국의 외교·안보도 전환점에 섰다. 방위비 분담의 문제를 넘어, 이런 불확실성에 기초한 동맹 전략의 재설계를 요구받고 있다.

박병진 논설위원

대선 주자의 외교·안보정책 방향성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지난 26일 국익과 실용의 가치를 앞세운 외교·안보정책 공약을 발표했다.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다음날 대선후보들의 3차 TV토론에서도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실행 계획이나 새로운 안보 질서에 대한 전략은 구체화되지 않았다. 다분히 원론적이고 추상적이다. 당내에서조차 “구체적 로드맵이 없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한·미동맹을 외교·안보의 절대축으로 고수하며, 북한과 중국에 대해선 강경 대응 노선이 기본 전제다. 지난 정부의 답습이나 다름없다.

오늘날 외교·안보 환경은 이미 냉전구도가 아니다. 주한미군 감축설이 공공연히 거론되고, 트럼프 미 대통령은 최근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 졸업 연설에서 “미국이 모든 나라를 방어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중국은 호시탐탐 미국을 중심으로 한 동맹의 균열을 노리고, 러시아는 다시금 동북아에서의 세력 확장을 넘본다. 북·러 밀착으로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은 팽창일로다. 더는 우리가 알던 미국과 동북아 안보 상황이 아닌데, 언제까지 한·미동맹에 목을 맬 텐가. 지난 80여년간 한 몸처럼 움직여 온 미국과 유럽의 대서양동맹조차 흔들리는 판국이다. 한국이 마주한 도전은 이러한 국제질서 재편과 맞닿아 있다.

그간 우리의 외교·안보 전략은 정권교체와 함께 롤러코스터 타기를 반복해 왔다. 보수는 한·미동맹, 진보는 자주와 평화를 외쳤다. 늘상 치우침이 컸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불신으로 번졌다. 윤석열정부도 과도한 가치외교로 피아 구별에 집중한 나머지 외교적으로 고립무원을 자초했다.

그럼 신정부 외교·안보 방향은 어떠해야 하나.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고, 오직 이해관계만 있을 뿐”이라던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의 말처럼 실용외교가 대안일 수 있다. 이 또한 세밀한 좌표 없이는 공허한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 러시아와의 대화도 필요하다. 접점을 만들어야 한다. 조급함은 불신을 부르기 십상이다. 방식과 속도는 신중해야 한다. 자강 능력은 불문가지다.

이제 한·미동맹에는 ‘조건부 신뢰’라는 전제가 깔린다. 더 이상 미국을 ‘보호자’가 아니라 ‘파트너’로 인식하는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 그러려면 지나친 대미 의존과 경제 논리에 매몰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역사 인식과 국민 정서에 부합하는 기준과 원칙을 갖는 게 중요하다. 고려 요소가 차고 넘친다. 모두 허투루 넘겨선 안 될 일이다. 나라가 더 망가져서야 되겠는가.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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