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대학으로 유학·어학연수를 오려고 비자(F비자)를 신청한 학생의 소셜미디어(SNS) 심사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검열을 통해 반유대주의 등 사상 검증을 확대하려는 조치로 보인다. 이미 미 행정부는 국내 반이스라엘 시위에 참여했다 체포된 외국인 학생을 상대로 SNS 기록을 조사해 300명 넘게 비자를 취소했다.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유학생 및 교환학생 정보시스템(SEVIS)에서 관련 기록을 말소한 사례는 최소 4700건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비자가 취소된 유학생 중에는 경미한 교통법규 위반 이력을 갖고 있는 경우는 물론 심지어 범죄 피해자도 포함됐다. 취소 기준 자체가 모호해 유학생은 물론이고 준비 중인 학생과 부모까지 불안감이 크다. 최근 미 입국 심사과정에서 유학생의 휴대전화와 SNS 계정 검색이 대폭 강화돼 관련 게시물이나 친구와 주고받은 메시지, ‘좋아요’나 ‘리트윗’까지 문제 삼아 거부당한 사례도 있다.
SNS 활동으로 미 유학길이 막히지 않으려면 자기검열 외에는 뚜렷한 대처방안이 없다. 비자 신청인이 최근 5년간 사용했거나 사용 중인 SNS 계정 아이디까지 요구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도 취소 기준이 애매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테러 활동 연루 의혹 게시물 외에도 SNS에 ‘뉴욕에 살았으면 좋겠다’ 등을 올리면 거부당할 수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었다. 졸업 후 합법기간을 초과해 미국에 머무를 수 있다는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내에선 유학생 신분으로 미국투자이민(EB-5)을 신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전언이다. 학생비자를 유지 중인 유학생은 미성년이라 할지라도 단독으로 신청해 영주권을 확보할 수 있다. EB-5는 80만달러 이상을 미국 내 승인된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고용창출 요건(투자자 1명당 10명 이상)을 충족하면, 본인과 가족 모두에게 영주권이 부여되는 제도다.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직후 500만달러(약 70억원)에 영주권을 주는 이른바 ‘골드카드’를 내놨으나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가 유학생 SNS 심사 의무화까지 밀어붙이는 속내엔 골드카드 판매전략도 숨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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