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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에선 아이 장중첩 생기면 안 돼”… 위기의 소아외과계 “파격 수가 인상 등 조치 필요” [부모 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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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07 08:57:59 수정 : 2025-07-07 08:5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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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 사이에서는 지금 남도에서 아이가 장중첩이 생기면 안 된다는 말을 합니다. 소아외과 의료진이 없어 전국을 떠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아외과 분야 의료진은 소아마취와 소아안과 분야가 사정이 그나마 나은 편이고, 정형외과·흉부외과는 전국에 10명 이하입니다.” (남소현 부산백병원 소아외과 교수)

 

“소아 마취 전문의가 많다는 것도 오해입니다. 업무의 50%를 소아 업무를 하는 소아마취 전문의는 전국에 20명이 채 안 됩니다.”(장영은 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안과가 나은 편이라고 하는데, 현실은 좀 다릅니다. 그리고 그중 절대 다수가 수도권에 몰려있습니다. 안과 특성상 10년 이상 추적 관찰해야 하는데, 소아안과 전문의의 3분의 2 이상이 서울·경기에 있습니다. 충청 이남 지역 선생님들은 ‘내가 나가면 대를 이을 사람이 없다’고 말합니다.” (최미영 충북대병원 소아안과 교수) 

서울의 한 대형 종합병원에서 의료진이 오가고 있다. 뉴스1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열린 ‘대한소아청소년외과의사연합 2025 심포지엄’에서는 외과 분야 소아 세부 전문의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이들은 소아청소년 환자 수 급감, 높은 의료소송 위험, 만성적인 저수가로 소아외과·소아흉부외과·소아정형외과·소아신경외과 등 소아청소년 외과 계열 전문의의 대(代)가 끊길 위기에 놓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높은 난도와 중증도를 고려하지 않고 성인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질병과 수술명에 따라 일괄적으로 정해진 수가로 인해 한계에 봉착했다는 것이다. 

 

각 학회가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소아비뇨의학과(29명)·소아흉부외과(33명)·소아외과(50명)·소아마취과(92명)·소아정형외과(41명)·소아안과(102명) 전문의 수는총 347명으로, 전체 소아청소년과 의사의 약 5.5%에 불과하다.

 

소아외과 계열 전문의는 24시간 당직과 야간·주말 호출 대기 등으로 인해 젊은 의료진이 기피하는 진료 분야로 손꼽힌다. 여기에 소아 수술과 관련해 법원이 10억대 배상판결을 내린 것도 소아외과 분야를 기피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의료진들은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소아청소년 외과계열의 높은 중증도를 반영한 수가 신설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부터 소아 환자를 대상으로 연령별 수술 수가 가산이 시행되고 있지만 저수가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중증 소아 환자들의 ‘최종 종착지’같은 서울대병원조차 1500g 미만의 가산수가를 적용 받는 사례가 1년에 10건이 채 안 될 만큼 연령별·체중별 가산 수가는 큰 변화를 불러오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결국 고난도 소아 응급 수술 대기 인력 등을 고려해 고난도 소아 수술 수가를 별도로 신설하고 중증도 기반의 세분화된 수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으로는 상대가치 점수(진료비·의사 업무량·위험도 등을 기준으로 한 의료행위별 가치 평가) 개편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중증·선천성 난치 질환으로 인해 간이식이나 심장 수술 등을 받은 소아가 사시나 맹장 수술 등을 받을 경우 기존 질환과 수술에 따른 위험도가 올라가지만 실제 이들에 대한 수가는 일반 성인에 준해 책정되기 때문이다.  

 

박문석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대한소아청소년정형외과학회 총무)는 “수술명으로 수가와 중증도가 결정돼 고난도 소아 중증 환자는 수술 수가도 낮고 중증도도 낮게 측정된다. 상급종합병원의 소아 진료가 위축되지 않도록 중증 소아환자 비율 등을 높이면 상급종합병원 지정 시 우대하는 방향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영은 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생후 9일된 2kg의 소아 휘귀·난치 질환자의 마취의 경우 교수진 4명과 간호사 3명이 달려들어 특수 장비를 사용해 겨우 기도를 확보해 마취를 했는데 이런 인력 투입과 고난도 시술에 대한 보상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과도한 삭감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곽재건 서울대병원 소아흉부외과 교수는 “소아청소년 고난도 수술은 의료진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수가를 요구해도 인정받지 못하고 오히려 삭감되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다음 세대 소아청소년과의 비전을 모색하는 모임인 ‘NextGen Pediatrics’에 참여하는 최윤영 사직 전공의는 “진료 수가 파격 인상, 지역을 고려한 수가 차등 적용, 고난도·고위험 진료 수가 반영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갈되고 있는 건강보험 재정 외에 단기적으로 저출산 대책 예산의 약 10%를 활용하면 5조 원 정도 확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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