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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천천히, 이혼은 여름에”…이 말이 현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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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09 05:00:00 수정 : 2025-07-09 05:23:19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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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 전환기로서의 여름, 갈등 기폭제 되다”
SNS가 부른 균열…디지털 시대의 ‘부부 위기’
충동 아닌 누적의 결과…이혼에 대한 인식 변화

전 세계적으로 여름철이 새로운 ‘이혼 성수기’로 떠오르고 있다. 그간 이혼 신청은 주로 연말연시의 정서적 피로와 갈등이 폭발하는 새해 초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여 왔다. 최근 몇 년 사이 여름 휴가철을 기점으로 이혼을 선택하는 부부들이 급증하면서 계절적 패턴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더운 날씨, 장기간의 밀착된 가족 시간, 정서적 갈망의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여름이 부부 갈등의 전환점이 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자녀의 여름방학 기간은 변화에 대한 적응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시기라는 점에서 부모 입장에서도 비교적 부담이 덜한 시점으로 여겨지는 추세다.

 

여름철이 이혼 성수기 급부상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9일 미국의 이혼 지원 애플리케이션 ‘스플릿업(SplitUp)’이 최근 구글 트렌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0년 6월부터 2025년 6월까지 5년간 ‘이혼 변호사(divorce lawyer)’라는 검색어의 검색량이 최근 3개월 사이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색량은 무려 4950%나 폭증해 같은 기간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지난해 6월 한 달 동안 ‘이혼 변호사’를 검색한 건수는 3만600건으로, 같은 해 1월보다 13% 늘어난 수치다.

 

◆‘이혼 변호사’ 검색 4950%↑

 

스플릿업 측은 “기존에는 연초가 이혼 신청의 정점이었지만 최근에는 여름철이 새로운 고비가 되고 있다”며 “계절 변화에 따른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국 심리학자 다니엘 포시 박사도 “햇빛이 길어지고 활동량이 늘어나는 여름철에는 뇌화학 변화로 감정이 더 강하게 분출되고, 독립적인 삶에 대한 갈망이 커진다”며 “이 같은 심리 변화가 결혼 생활에 대한 재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름방학이 자녀와 가족 모두에게 변화에 적응할 ‘완충 기간’을 제공한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포시 박사는 “아이들이 방학 중일 때 이혼 절차를 진행하면 학기 중보다 감정적 충격을 덜 수 있고, 부모도 상대적으로 업무가 한산한 시기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여름 이혼’ 현상은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 캐나다, 싱가포르,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지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스플릿업 측은 “단순한 계절적 현상을 넘어 관계를 재정립하려는 흐름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디지털 환경도 부부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전문가들은 여름철 이혼 증가가 단순한 계절 현상에 그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한 관계 전문가는 “여름은 정서적 에너지가 상승하는 ‘심리적 전환의 계절’로, 억눌려 있던 불만이나 외로움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쉽다”며 “휴가철이라는 물리적 여유가 부부 갈등을 직면하게 하고, 동시에 새로운 삶을 시도할 심리적 동기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환경도 부부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의 이혼 전문 변호사 파디데 자파리는 “SNS는 부부 갈등의 촉진제가 될 수 있다”며 “옛 연인과의 연락이나 새로운 이성과의 비밀 메시지 교환 등으로 신뢰 기반이 약해지고 있다. 다른 사람이 더 나아 보일 수 있지만, 결국 중요한 건 자신의 가정을 돌보려는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이혼의 계절은 이제 겨울 아닌 ‘여름’”…통계가 증명했다

 

자파리는 또 “결혼을 지나치게 서두르는 것도 위험하다”며 “평생 함께할 사람이라면 충분히 시간을 두고 상대방이 다양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지켜본 뒤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여름철 이혼은 충동적인 선택이라기보다 오랜 기간 누적된 갈등이 계절적 ‘타이밍’을 만나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이라며 “이혼은 더 이상 ‘가족 해체’가 아니라 관계를 재구성하고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모색하는 과정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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