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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로봇이 케어… 日, 외국인 고용 늘려 간병 부담 던다 [심층기획-2025 간병지옥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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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09 06:00:00 수정 : 2025-07-08 19:05:10
이보람·배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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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회) 간병지옥 악순환 끊으려면 <끝>

핀란드 시운소테 ‘통합형 돌봄모델’
안전알람·투약로봇·화상통화 활용
간병인력 2.7명 분량의 업무 대체

獨 ‘가족 돌봄·일 양립’ 확실히 보장
최대 10일 업무 중단·직장 복귀권도
美도 가족·친구 간병 땐 ‘유급’ 가능

요양병원 입원 환자 간병비 급여화
젊은인력 양성… 외국인·AI 활용 등
韓서도 ‘노노돌봄’ 대응 논의 속도

한국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기 시작한 지난해를 전후해 약 10년간 ‘마지막 부모부양세대이자 자식세대로부터 부양을 기대하지 않는 첫 세대’ 50∼60대 중년층의 ‘간병지옥’이 현실화하고 있다. 가족 내 돌봄인력은 줄어드는 반면 한 달 300만원을 훌쩍 넘는 등 간병비 부담은 늘었고, 돌봄공백을 메워야 할 공적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노노돌봄과 독박간병, 영케어러, 간병살인과 같은 끔찍한 용어가 일상화하면서 급속한 고령화에 대응해 국가가 이 같은 사회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계일보는 ‘2025 간병지옥 리포트’ 시리즈의 마무리격으로 노노간병 등 문제를10∼30년 전 미리 겪은 일본과 유럽 등 해외 각국은 노노돌봄, 독박간병 등의 문제를 어떻게 완화하고 해법을 찾고 있는지 살펴봤다.

 

핀란드의 재가 돌봄 서비스에 활용되고 있는 투약 로봇.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제공

◆케어로봇·외국인력·제도개선으로 돌파구

8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발행 계간 학술지 ‘보건사회연구’에 따르면 핀란드 동부 시운소테는 노인 인구 비중이 높은 지역으로, 현재 보건의료·복지·응급·환경보건 서비스를 통합한 ‘통합 케어 모델’을 운영 중이다. 시운소테 모델의 핵심은 연속성 있는 재가 돌봄으로 단순 방문요양을 넘어 간호·위생·영양관리·가사지원·목욕·안전관리까지 포함하는 통합형 돌봄을 제공한다.

시운소테는 정보통신기술도 적극 활용한다. 안전 알람 전화기, 투약 로봇, 화상통화시스템 등을 통해 간병인력 2.7명 분량의 업무를 대체하면서 돌봄의 질을 유지하고, 응급상황 발생 시 병원과 즉시 연계할 수 있다. 저소득 고령자에겐 본인부담 상한제나 서비스 바우처로 실질적인 비용 경감도 지원한다.

독일은 일과 돌봄의 양립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촘촘하다. 가족 간병인이 긴급상황을 맞을 경우 최대 10일간 업무를 중단할 수 있고 ‘직장 복귀권’도 보장된다. 병원에서는 입원기간 동안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제공하며, 가족이 간병을 맡으면 현금이나 소득 감소 보전, 고액 병원비 부담 방지 등을 위한 재정 지원이 이뤄진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미국도 노인돌봄을 개인에게만 맡기지 않는다. ‘전국 가족 간병인 지원 프로그램’ 등을 통해 간병인의 부담을 덜고 가족이 오래 돌볼 수 있도록 돕는다. 공공의료보험 수급자라면 가족이나 친구가 유급 간병인이 될 수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유급휴가도 가능하다.

한국보다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2000년 개호(간병)보험제도를 도입해 국가가 간병비를 일정 부분 부담하고 있다. 자격을 갖춘 간병인을 고용해 요양의료시설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며, 급여의 70~90%를 국가가 보조한다. 개인 부담은 월 2만~4만엔 수준이다. 그러나 고령 인구 급증으로 간병 수요가 폭발하면서 인력 부족이 심화되고 있다. 일본 후생성은 2040년까지 돌봄인력 280만명이 필요하다고 전망하지만, 2021년 기준 인력은 215만명에 그쳤다. 이에 일본 정부는 국내 인력 양성과 더불어 외국인 인력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개호복지사 임금을 평균 7만5000엔 인상하고, 연간 2조원을 투입해 경력 개발과 재취업을 지원한다. 심박·호흡 센서 등 디지털 기술 도입도 적극 추진 중이다.

 

◆“돌봄 공공성 강화·간병인력 양성 필요”

국내에서도 노노돌봄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간병기금을 마련해 돌봄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간병인력 양성체계를 구축하며 인공지능(AI) 등 디지털기술을 활용한 돌봄모델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한국에서도 간병 수요 증가에 따라 요양병원 입원 환자에 한해 간병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려는 간병비 급여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건강보험공단 산하 연구원은 간병비에 국가적으로 연간 15조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했고, 대한요양병원협회는 좀 더 보수적으로 1조~1조6000억원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본다.

하지만 간병비의 건보 급여화에 대해 전문가들 의견은 갈린다. 이주열 남서울대 교수(보건행정학)는 “간병비 급여화는 신중히 도입해야 한다”며 “철저한 준비 없이 시행하면 건강보험 재정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새로운 기금을 만들어 간병비 급여를 분담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건강보험과 정부가 공동으로 기금을 마련하고, 중증도와 간병 필요도에 따라 본인부담금을 차등화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2000년 우리의 요양보호사 개념인 개호복지사제도를 도입했지만 간병인력 부족으로 외국인 인력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은 일본 개호복지사가 환자를 차량으로 옮기는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해외 주요국처럼 간병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체계적인 교육을 통한 전문성 강화와 처우 개선으로 젊은층 유입을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성기옥 강원도사회서비스원 책임연구원은 “지속가능한 간병 인력 확보를 위해 젊은층 유입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성 책임연구원은 “소득이 일정하지 않고 업무 연속성이 부족해 청년층 진입이 어려운 구조”라면서 “전문성과 안정적인 소득을 갖춘 매력적인 일자리로 만들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외국인 간병 인력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남충희 대한요양병원협회 명예회장은 “요양병원만 해도 10만~15만명의 간병인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며 “외국인을 간병인으로 고용하면 정부의 간병비 지원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남 명예회장은 “최근 미얀마 대사와의 만남에서, 한국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미얀마 간호사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한국어 능력을 갖춘 이들을 도입하면 간병 인력 부족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AI 등 첨단 디지털 기술 도입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남 명예회장은 “현재 병실 천장에 설치된 감지기로 심박수·호흡·낙상 여부를 감시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간병인이나 간호사에게 알림을 주는 시스템이 일부 도입돼 있다”며 “이러한 AI·로봇 기술을 확대하면 간병인의 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보람·배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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