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병원 호흡기 내과. 점심시간이 한참 지났지만 30여명의 환자들이 마스크를 낀 채 진료실 앞에 대기하고 있다. 단순 바이러스 질환부터 시작해 만성폐쇄성폐질환, 천식, 결핵, 폐암 등 으로 인한 중환자까지 다양하다.

이날 이승현 경희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호흡기 내과 특성상 보통 기온이 낮고 건조한 겨울철에 환자들이 많지만, 최근엔 미세먼지로 인한 대기오염, 냉방병 등으로 계절과 관계없이 환자들로 북적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세계일보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요청해 받은 ‘기침 환자 현황’을 보면, 지난 한 해 동안 55만8359명이 진료를 받았다. 5년 전인 2019년 44만7228명보다 10만명 넘게 증가한 규모다. 2020년과 2021년 각종 방역 효과로 환자 수가 20만~30만명으로 떨어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곤 매해 늘고 있다.

기침은 급성기침과 만성기침으로 나뉜다. 급성기침은 감기와 같이 상기도 감염일 경우 생기는 기침으로, 3주 내에 없어지는 게 특징이다. 반면 만성기침은 천식이나 위식도 역류, 후비루증후군, 결핵, 폐암 등으로 인해 8주 이상 지속하는 기침을 말한다.
천식에 의한 만성기침은 호흡 곤란이나 쌕쌕거림(천명음)이 동반되는 게 특징이다. 위식도 역류에 의한 기침은 가슴이 화끈거린다든가, 속쓰림 증상이 나타난다. 후비루증후군의 경우엔 콧물이 목 뒤로 넘어가는 느낌이 있으면서 기침을 유발하기 때문에 이런 증상이 있는지를 먼저 확인한다. 이승현 교수는 “폐기능 검사를 해서 천식 여부를 판단하고, 후비루증후군은 약물치료를 해보고 효과가 나타나면 진단과 동시에 치료가 이뤄지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만성기침은 결핵과 폐암 등 중증질환으로 인해 발생할 수도 있다. 결핵과 폐암은 기침과 동시에 피가 섞여나오는 객혈이나 체중감소가 나타나는 게 특징이다. 특히 폐는 폐암뿐 아니라 다른 암에 걸렸을 때도 전이가 빠르게 되는 장기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요구된다. 이 교수는 “대장암 환자인데 폐에 전이해서 기침이 주요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라든가, 유방암이나 위암에 걸렸는데 폐에 전이돼서 기침이 일어나는 경우 등 다양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침 증상이 나타나면 단순 감기인 줄 알고 동네 이비인후과만 찾다가 뒤늦게 암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며 “8주 이상 기침이 나타나면 결핵이나 폐암 등 중증질환일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큰 병원을 찾아 정밀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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