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 14승 중 8번이나 전세 뒤집어
역전패 1번뿐… 감독, 불펜진에 공 돌려
팽팽할 때마다 김영우·함덕주 등 활약
7∼9회 팀타율도 0.310… 10팀 중 1위
한화는 후반기 들어 계투 ERA 5위로↓
마무리 김서현도 흔들리며 3번 역전패
지난 5일 프로야구 한화가 홈구장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KT에 2-0으로 앞서가다 8회 5실점하며 2-5로 역전을 허용하자마자 서울 잠실구장에서는 두산에 1-2로 뒤지던 LG가 7회 말 터진 문보경의 3점포로 4-2로 전세를 뒤집었다. LG가 6월14일 이후 52일 만에 단독 선두에 복귀하고 1위를 내달리던 한화가 2위로 내려앉는 순간이었다.
이 장면이 인상적인 이유는 2025시즌 KBO리그의 후반기 선두 다툼 판도를 압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19일만 해도 선두 한화에 5.5경기 차나 뒤지고 있던 LG가 7연승 포함 지난 5일까지 후반기 14승2패(승률 0.875)라는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왔다. 이 동안 한화가 7승1무6패(승률 0.538)의 평범한 성적에 그치면서 역전극이 펼쳐지게 된 것이다.

LG가 순위를 뒤집은 비결이 다름 아닌 ‘역전승’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LG가 후반기에 거둔 14승 중 8승이 뒤집기 승리이기 때문이다. 이 기간 역전패는 단 1번뿐이었다. 반면 한화는 후반기 들어 역전승이 단 1차례밖에 없고 역전패는 세 번이나 당했다. 결국 경기 막판까지 버티며 뒤집을 수 있는 힘, 즉 ‘뒷심’이 두 팀의 명암을 엇갈리게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염경엽 LG 감독은 후반기 상승세의 주요 동력 중 하나로 “잘 버텨주는 불펜”을 꼽았다. 후반기 LG 불펜 평균자책점은 3.52로 4위다. 이 수치로만은 그렇게 뛰어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LG 불펜은 팽팽한 승부일 때 버티는 힘이 강했다.
추격조로 분류될 수 있는 우완 강속구 신인 김영우가 경험이 쌓이면서 성장했고 부상에서 돌아온 좌완 함덕주가 힘을 내주고 있는 영향이 크다. 김영우는 최근 9경기 9.2이닝 무실점, 함덕주는 7경기 8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 중이다. 여기에 흔들렸던 장현식도 최근 10경기 12이닝 연속 실점 없이 마운드를 지키면서 필승조의 핵심 김진성과 마무리 유영찬으로 자연스럽게 배턴이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양적, 질적으로 상승한 불펜진 덕에 염 감독은 후반기에 조금 더 적극적인 투수운용을 하고 있다. 마운드가 단단해지자 타선의 후반 집중력도 빛난다. LG는 후반기 들어 1∼3회 타율은 0.265(4위)에 그치지만 7∼9회에는 타율이 0.310(1위)으로 상승하며 역전극을 완성하고 있다.


반면 한화 불펜진의 올 시즌 평균자책점 3.62로 SSG(3.25)에 이은 2위지만 후반기만 놓고 보면 불펜 평균자책점이 4.25(5위)로 뚝 떨어졌다. 한화가 1위까지 치고 나갈 수 있었던 비결이 지난 4일까지 7회까지 앞선 경기에서 46승1무로 무패 행진을 벌일 만큼 불펜이 안정화된 요인이 컸다. 하지만 5일 KT에 7회 역전패를 허용하며 이번 시즌 ‘7회까지 앞선 경기 무패’ 행진이 끝나게 됐다. 반드시 이기겠다는 각오로 낸 핵심 불펜 한승혁이 패전투수가 됐고, 마무리 김서현이 세이브 찬스를 날렸다. 한화는 전반기에 10개 구단 중 가장 적은 14번의 역전패를 당했으나 후반기에는 다섯 번째로 많은 세 번의 역전패를 당하고 있다. 선두로 정규시즌을 마쳐 한국시리즈에 직행하기 위해서라면 불펜진이 다시 힘을 내야 할 상황이다.
사실 무더위가 한창인 8월이 되면 대부분의 구단에서 불펜진이 흔들리는 경향이 강하다. 아무래도 자주 등판하는 불펜 투수들에게 체력적인 문제가 드러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구단 차원에서 연투를 최소화하거나 투구 수 관리를 통해 불펜 투수들의 체력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지만 그래도 힘이 떨어지는 것을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다. 결국 2군에서 좋은 자원을 발굴하거나 트레이드 등 외부수혈로 이를 보충하는 수밖에 없다.
5강 싸움이 한창인 KIA가 트레이드 마감시한이었던 7월31일 직전에 NC와 3대3 트레이드를 통해 김시훈과 한재승 두 명의 투수를 보강한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한재승은 최근 3경기에서 1승 1홀드 1세이브를 기록하는 등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KIA의 5강 싸움에 큰 힘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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