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의 첫 세제개편안을 두고 여야가 7일 각각 긴급 간담회를 열고 맞붙었다.
여권은 윤석열 정부 감세 기조에서 벗어나 재정을 정상화하는 방향이라고 강조한 반면, 야당은 자본시장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최기상, 김영환 의원과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재정위기 극복을 과제로 둔 새 정부 첫 세제개편안 분석 및 평가: 2025 세제개편안 긴급좌담회’를 개최했다.
민주당 김영환 의원은 인사말에서 “지난 7월 31일 발표된 2025년 세제개편안은 기업과 초고소득층에게 과도하게 유리했던 세제를 정상화하고 훼손된 세입 기반을 복원하려는 첫걸음”이라며 “세제는 단지 세금을 걷는 수단이 아니라 어떤 사회를 지향할 것인지에 대한 국가의 선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올해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법인세율을 구간별로 1%포인트 인상(최고세율 25%) ▲고배당 기업 배당소득 분리과세(최고 35%)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 50억원→10억원 환원 등이 골자다.
다만, 세제개편안에 담긴 ‘배당소득 분리과세’에 대해서는 여권 내에서도 일부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란 고배당 기업에서 주주들이 받은 배당소득에 대해 최대 49.5%(지방세 포함)가 적용되는 종합소득세 대상에서 빼서 저세율로 분리 과세하는 것이다.
정부안대로면 주주들의 최고세율은 49.5%에서 38.5%로 떨어진다. 기업 총수 등 지배주주의 세 부담을 낮춰서 기업이 배당을 늘리도록 유도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한국은 대기업 총수들이 소수의 보유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특수성이 있어 배당을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때문에 배당이 늘기보다는 오히려 조세 형평성만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우리나라 대규모 기업집단의 평균 지분율은 3.5%에 불과하지만 실질 영향력은 60% 이상”이라며 “소유와 지배의 괴리가 큰 상황에서는 배당을 늘려도 총수 일가에게 돌아오는 몫이 제한돼 배당 유인이 떨어지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종합과세 원칙인 소득세 체계를 무너뜨리고 조세체계를 조악하게 만든다”며 “배당소득 분리과세로 소득이 많은 사람이 더 높은 세율을 적용받아야 한다는 ‘수직적 공평성’뿐만 아니라 같은 소득에는 같은 세금을 부여하는 ‘수평적 공평성’도 무너진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법인세 인상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했다.
유호림 강남대 교수(세무학과)는 “지난 3년 동안 세수결손이 누적적으로 발생했지만 낙수효과는 작동하지 않았다”면서 “(법인세 인상은) 윤석열 정부의 잘못된 감세 정책을 바로 잡는 조치”라고 했다.

야당인 국민의힘도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2025년 세제개편안 평가 및 시장 영향 분석: 이재명 정부 첫 증세안, 누구를 위한 세제개편인가?’라는 제목의 간담회를 열었다.
국민의힘은 세제개편안 중 논쟁이 붙고 있는 대목들을 조목조목 비판하며 이재명 정부가 약속한 증시 부양에 반대되는 조세정책이라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 10억원 △증권거래세 0.2% △법인세 25% 등을 두고 ‘조세수탈 3법’이라고 규정했고, 경제계에서 바라는 상속세·증여세 개편은 담기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았다.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재명 정부에서 민생을 챙기고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했는데 막상 실제로 정책 내용을 보면 코스피 5000은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는 데 대해서는 “(정부·여당은) 과세 대상자가 몇 명 안 되니까 있는 사람만 과세되는 거지 나머지 대부분은 영향 없다고 강변할 게 분명하다”며 “연말이 되면 대주주들이 주식을 내다 팔아서 과세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니 그렇게 되면 주식시장이 흔들리게 되고, 그 영향은 당연히 소위 말하는 개미 투자자들에게 악영향”이라고 전망했다.
김정재 정책위의장도 “투자자들에게 화나는 일만 연속으로 벌어지고 있다. 법인세를 정상화 명목으로 25%까지 인상하고, 주식 양도세 부과 기준을 10억으로 조정했다”며 “이 내용을 살펴보면 경제 성장보다는 증세와 과세를 택한 역주행”이라고 비판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을 맡고 있는 임이자 의원은 “국력 신장이라는 건 말 한마디로만 되는 게 아닌 기업 경쟁력이 높였을 때 가능한 것”이라며 “노란봉투법으로 기업 발목을 잡는 가운데 조세 수탈 3법으로 기업의 목까지 비틀고 있는 상황”이라고 날을 세웠다.
발제를 맡은 김대종 세종대 교수(경영학부)는 “한때 3200을 돌파했던 코스피 지수가 최근 4%포인트(p) 이상 급락한 건 국내외 투자자들의 우려”라며 “대한민국 주식 시장을 살리기 위한 해법은 감세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법인세가 높아질수록 기업 실적이 악화하고 투자 여력이 감소하는 등 국민의 자산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원상필 한국항공대 교수(경영학부)는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면 대상자는 기존 2000여명에서 1만5000여명으로 늘어난다”며 “전체 투자자 대비 극히 일부라고 볼 수 있지만 세금 회피를 위해 연말 대규모 매도세가 쏠린다면 시장이 폭락할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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