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풋볼’ 선수 손흥민, 이제부턴 ‘사커’ 선수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 세계뉴스룸

입력 : 2025-08-08 14:19:01 수정 : 2025-08-08 14:19:00
김태훈 논설위원

인쇄 메일 url 공유 - +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때의 일이다. 유럽의 축구 강호 네덜란드가 토너먼트 16강전에서 미국을 3-1로 격파하고 8강에 안착했다. 당시 네덜란드 총리이던 마르크 뤼터 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하나 올렸다. “미안해요 조(Sorry Joe), ‘풋볼’이 이겼어요(football won)”라는 내용이었다.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대통령을 겨냥한 이 게시물에는 축구를 풋볼 대신 ‘사커’(soccer)라고 부르는 미국에 대한 풍자가 담겨 있다. 미국에서 풋볼은 오늘날 우리가 아는 럭비와 비슷한 미식축구를 의미한다.

영국 프리미어리그를 떠나 미국 프로축구리그(MLS) 로스앤젤레스 FC에 입단하기로 확정한 손흥민이 7일 새 유니폼을 든 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월드컵 16강전 미국 대 네덜란드 경기에 앞서 바이든은 미국 축구 대표팀을 응원하는 동영상을 SNS에 올렸다. 백악관 건물 앞에 선 바이든이 축구공을 손에 든 채 “이 종목은 사커라고 불리죠”(It’s called Soccer)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풋볼이 (사커를) 이겼다’라는 뤼터의 말은 미국이 그만 고집을 꺾고 글로벌 스탠다드를 준수해야 한다는 권고로도 읽힌다. 축구는 물론 영어의 종주국이기도 한 영국마저 축구를 풋볼로 부르는 마당에 미국이 사커라는 희한한 용어를 포기한다면 미국 내 축구의 인지도와 인기도 크게 오를 것이란 뜻이다.

미국 미식축구리그(NFL) 경기의 한 장면. 우리에겐 미식축구, 또는 럭비로 알려진 이 종목이 정작 미국에선 ‘풋볼’(축구·football)로 불린다. 한국인에게 익숙한 축구 종목은 미국에선 ‘사커’(soccer)로 통한다.   AP연합뉴스

풋볼과 마찬가지로 사커도 영국에서 만들어진 말이다. 19세기 영국에선 경기 도중 손으로 공을 만질 수 있는 ‘럭비 축구’(럭비)와 오직 발만 사용이 가능한 ‘협회 축구’(사커)가 나란히 존재했다. 그러다가 럭비 축구는 말 그대로 ‘럭비’, 협회 축구는 ‘풋볼’로 부르는 관행이 정착하며 사커는 퇴출되고 말았다. 그런데 영국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영어권 국가들 가운데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선 사커란 용어가 뿌리를 내렸다. 다만 야구, 농구, 아이스하키와 더불어 미식축구(풋볼)가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미국에서 사커는 풋볼을 밀어낼 수 없었다.

 

영국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활동을 그만두고 미국 프로축구(MLS)로 이적할 결심을 굳힌 손흥민이 6일 로스앤젤레스(LA)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LA FC 입단을 확정지은 손흥민은 대화 도중 “(축구를) 풋볼이라고 해야 할지, 사커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세계 최강국이자 스포츠 대국인 미국이 자존심을 굽히고 사커를 버리는 대신 풋볼이란 용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2010년부터 15년 이상 유럽 무대에서 뛴 손흥민에게 사커는 낯선 표현이겠으나, 로마에 갔으면 로마 법을 따라야 하지 않겠는가.


김태훈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하츠투하츠 스텔라 ‘청순 대명사’
  • 하츠투하츠 스텔라 ‘청순 대명사’
  • 윤아 '청순 미모'
  • 최예나 '눈부신 미모'
  • 있지 유나 '반가운 손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