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화 없이 민감 쟁점 뒤로 미뤄
‘안미경중’ 불가 언급에 중국 반발

이재명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 현장인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 조선소 시찰을 끝으로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이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을 통해 정상 간 신뢰를 쌓고 미국 일각의 ‘친중·반미’ 이미지를 탈색시켰다. 미국의 대한(對韓) 방위 공약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양국의 협력 의지를 재확인한 점도 평가할 만하다. 이 대통령의 전략적 대응과 1500억달러의 대미 직접 투자 계획을 밝힌 한국 기업의 측면 지원 등이 주효했다. 어제 공개된 여론조사(리얼미터)에서도 응답자의 53.1%가 이번 정상회담을 긍정 평가했다. 이 대통령이 서명한 필리 조선소 방명록 문구대로 이번 방미를 계기로 ‘한·미동맹의 새로운 지평’이 열리길 기대한다.
총론에서는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각론에선 아쉬움도 남겼다. 우리는 방위비 증액을 약속하고도 주한미군 규모와 역할 변경 등 ‘동맹 현대화’ 사안에서 주한미군 규모 유지 등을 확약받지 못했다. 방위비 분담 문제도 미완의 상태로 남았다. 조만간 공개될 트럼프 정부의 새 ‘국방전략(NDS)’이 주한미군의 대북 억지력을 훼손하지 않도록 부단히 챙겨야 한다.
양국은 관세 협상에서 합의한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구속력 없는 양해각서(MOU) 형태로 운영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은 “투자 수익의 90%는 미국이 가져간다”는 입장이어서 접점 찾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시급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까지는 갈 길이 멀다. 쌀과 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개방 문제도 잠복 상태라고 봐야 한다. 공동성명 등 문서화하지 않은 구두 정상회담이다 보니 정작 민감한 쟁점들은 뒤로 미룬 꼴이 됐다.
과거처럼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은 할 수 없게 됐다는 이 대통령의 언급은 예상대로 중국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중국 관변매체는 어제 ‘한국, 안미경중을 조율하려면 핵심 문제부터 해결해야’라는 제하의 사설에서 “한국은 격변하는 국제 질서 속에서 어떻게 전략적 자율성을 유지하고 확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중 외교의 부담이 한층 커졌다. 이 대통령은 방미의 성과와 한계를 국민과 공유하고 ‘이제부터’라는 각오로 남은 숙제를 풀어가야 한다. 새로 선출된 국민의힘 대표와도 만나 초당적 대응이 필요한 부분은 협조를 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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