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총 무장 20대, 교내 성당에 총격
주민들 “4분 동안 50여발 총성 들려”
FBI, 가톨릭 증오범죄로 규정 수사
총기·탄창에 트럼프 증오 문구 발견
범행 전 반유대·반종교 메시지 게시
범인 현장 인근서 스스로 목숨 끊어
트럼프 조기게양 지시… 교황도 애도
미국 미네소타주의 한 가톨릭학교에서 개학 첫 주를 맞아 미사를 진행 중이던 학생들을 겨냥한 총기 난사 사건이 27일(현지시간) 발생해 어린이 2명이 숨졌다. 현장에서 사망한 총격범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증오하는 글귀를 남긴 데다 종교시설에 무차별 난사를 한 점을 미뤄 증오범죄일 가능성이 크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30분쯤 미니애폴리스의 한 가톨릭학교에서 소총 등으로 무장한 범인이 교내 성당 창문을 통해 미사 중이던 아이들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총격으로 성당에 있던 8살, 10살 어린이가 숨졌다. 또 어린이 14명을 포함해 17명이 다쳐 인근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경찰 당국은 다친 어린이 가운데 2명의 부상 정도는 심각하다고 밝혔다. 인근 주민은 “약 4분 동안 50발에 가까운 총성이 들렸다. 너무 많고 불규칙적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소총과 권총 등으로 무장한 범인은 범행 뒤 성당 뒤쪽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건이 발생한 학교는 1923년 세워졌고 프리스쿨(유치원)부터 8학년(중학교 과정)까지 있다.
연방수사국(FBI)은 이 사건을 국내 테러 행위 및 가톨릭 신자들에 대한 증오범죄로 보고 수사에 나섰다. 캐시 파텔 FBI 국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총격범의 이름이 ‘로빈 웨스트먼’이며, 태어날 때 이름은 ‘로버트 웨스트먼’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특히 총기와 탄창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증오가 담긴 글귀가 쓰여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크리스티 놈 미 국토안보부 장관은 이날 자신의 엑스 계정에 “이 몹시 병든 살인자는 소총 탄창에 ‘아이들을 위해’, ‘너의 신은 어디에 있나’, ‘도널드 트럼프를 죽여라’ 등의 문구를 휘갈겨 썼다”고 밝혔다. 놈 장관은 “총격범은 23세의 남성으로, 자신이 트랜스젠더라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경찰 당국은 이런 글귀가 웨스트먼이 유튜브에 게시한 ‘선언문’에 나와 있다고 밝혔다. CNN방송에 따르면 선언문에는 반흑인, 반유대, 반종교적인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영상은 범행 직전에 소셜미디어에 등장했지만 이날 오후 삭제됐으며, 수사관들이 범행 동기를 규명하기 위해 이를 검토 중이다. 경찰은 웨스트먼에게 전과 기록이 없으며 단독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면서 총격에 사용된 소총, 산탄총, 권총은 모두 최근에 합법적으로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포고문을 통해 “무분별한 폭력 행위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뜻으로, 8월31일 일몰까지 백악관 및 모든 공공건물과 부지, 모든 군사기지 등에서 국기를 반기(半旗)로 게양할 것을 명령한다”고 밝혔다. 교황 레오 14세도 “끔찍한 비극으로 피해를 본 모든 이들, 특히 자녀를 잃고 슬퍼하는 가족들에게 진심 어린 애도와 영적 연대의 뜻을 전한다”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
미국에서 종교시설 내 총기난사 사건이 끊이지 않아 미국 사회의 분열 심화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2023년 3월 테네시주 내슈빌의 사립 기독교 학교에서 이 학교를 다녔던 20대 여성의 총격에 9세 학생 3명과 직원 3명이 목숨을 잃었다. 2018년 10월에는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유대교 회당에서 반유대주의자의 총격에 11명의 신도가 숨지는 참사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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