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마주 선 김정은·시진핑 미소 뒤 동상이몽… 中, ‘남북관계 지렛대’ 될까 [금주의 안보이슈]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 오늘의 안보 이슈 , 세계뉴스룸

입력 : 2025-09-05 15:15:54 수정 : 2025-09-05 15:15:54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인쇄 메일 url 공유 - +

중국 전승절 80주년 계기에 다자외교 무대 진출, 북·중 정상회담 등을 수행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외교적 자신감을 드러내며 반미·반서방 행보를 강화할 것을 시사했다. 특히 ‘유엔’을 언급하며 중국, 러시아 등과 연대해 미국 일극체제에 균열을 내겠다는 의지를 보인 점이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등하게 마주 서 만면에 미소를 띤 기념사진을 남기며 북·중 관계 회복을 알렸는데, 이후 양국이 낸 발표문에서는 상당한 입장차가 드러나기도 해 눈길을 끈다. 

 

5일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이 전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했다는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이 “조중 친선관계의 불변성과 불패성을 보여준 력사적인 계기”라 평한 뒤 “중국 측은 조선이 자기의 실정에 맞는 발전의 길을 걸으며 조선식 사회주의 위업의 새로운 국면을 부단히 개척해나가는 것을 지지한다”고 한 시 주석의 발언을 전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북중 정상회담'을 했다고 5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은 정상회담 후 소규모 다과회와 만찬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중앙TV 캡처

◆유엔 틀 안에서 美 압박 취지 드러낸 북한

 

김 위원장은 전날 진행된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유엔 등 다자 계기에 양측의 공동 및 근본 이익을 잘 보호할 것”이라고 했는데, 유엔을 ‘외교의 장’으로 삼겠다는 발언을 한 점이 이례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북한은 유엔에 대해 체제의 정당성을 인정받거나 각국의 공세적 외교를 방어하는 수준에서만 활용해왔는데, 이 기조를 바꿔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암시한다고 볼 수 있다.

 

즉, 유엔이라는 다자 체제에서 중·러 등 우방국과 연대해 북중 공동 이익 보호를 비롯해 미국에 대항할 것이란 의지를 강조했다고 해석된다. 최고지도자가 직접 언급했다는 점에서 당장 이달 말 열리는 유엔총회 때부터 북한의 유엔 관련 행보가 활발해질 가능성이 있다. 대북제재를 담당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인 중국, 러시아를 우군으로 삼아 우방국들과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활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의 유엔 언급은 제재 문제 해결과 연관이 클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과 서방 중심의 대북제재 구도를 깨기 위해 중국의 개입을 더욱 강하게 끌어내겠다는 구상이라는 것이다.

 

그간 유엔은 미국 주도로 한·미·일이 밀착해 대북제재를 강화하는 외교의 장으로 활용돼 왔다. 세계 2위 국가의 체면을 지키려는 중국과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안하무인 태도를 보인 러시아의 입장 차이로 북·중·러의 공통된 입장이 모이진 못했다.

 

이런 와중에 북·중 정상이 이번에 합의한 바에 따르면 향후 유엔에서 중국이 보다 전면에 나서 러시아와 북한을 이끄는 방식이 전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입장에서도 미국의 대중국 압박, 군사적 위협에 대한 대응 카드를 마련하는 차원에서 북·러의 지지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3일 베이징에서 진행된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4일 보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열병식서 연설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중 정상회담서 ‘비핵화’ 거론 안한 속내는

 

북한과 중국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언급을 하지 않은 점도 눈에 띈다. 중국이 북한을 배려해 ‘한반도 3원칙’(한반도 평화와 안정, 비핵화, 대화와 협상을 통한 자주적 해결)을 뺐을 가능성이 있다. 한·미가 대북 제스처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북한을 중국으로부터 너무 멀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조치로 볼 여지가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중국이 암묵적으로 북한을 ‘핵 국가’로 인정한 것으로, 결국 핵 보유의 불가피성을 인정한 것”이라 설명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3원칙’을 바꿔 사실상 북한의 핵 보유 정당성을 지지하는 것으로 입장을 바꾼 것”이라 봤다. 중국이 정말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용인한 것이라면 향후 북·중·러의 대미 ‘핵 공동전선’이 수립될 우려가 있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이를 단정하기엔 조심스럽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중국이 북한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관련 입장을 ‘보류’했다는 인상을 준다”며 “북핵을 인정하면 미국 전술핵이 한반도에 전개될 것을 우려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이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공정한 입장을 높이 평가한다고 한 대목의 경우, 북한이 한국을 공식적으로 나라 대 나라로 상대할 수 있는 유일한 국제기구인 유엔 무대에서 ‘남북 두 국가’ 기조를 고착화하려는 취지로 관측된다. 시 주석이 북한의 경로를 변함없이 지지한다고 답한 것은 ‘두 국가’를 인정하지 않는 한국의 대북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북중 정상회담'을 했다고 5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은 정상회담 후 소규모 다과회와 만찬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중앙TV 캡처

◆北 경제협력, 중국의 ’남북 두 국가론’ 지지 요청 vs 中 한·미 핵 협력 압박, 한반도 지렛대 강화

 

이번 북·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각자의 필요에 따라 정상이 사이 좋게 관계를 회복한 장면을 연출했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적잖은 입장차도 발견된다.

 

양 석좌교수는 “북한은 경제협력에 방점을 찍었다면 중국은 한반도 평화 안정에 초점을 맞췄다”며 “중국으로서는 북한의 정치적 후견 역할을 재구축했고, 북한은 대만 등 언급을 통해 중국의 가려움을 긁어주는 대신 경제실리를 모색한 것”이라고 정리했다.

 

무엇보다 한반도 문제에서 양국의 입장 차이가 확인된 것으로 관측된다. 

 

홍 연구위원은 중국과 북한 사이에 한반도 문제 현안은 중국의 한반도 3원칙, 북한의 대남·대미 정책과 연관돼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면서 “추론해 볼 수 있는 양국 간 이견은 북한이 최근 전략적으로 기조화하고 있는 ‘적대적 두 국가’ 입장에 따라 남북한을 국가 대 국가 관계로 규정하는 것과 관련될 수 있다”며 “북한이 이에 대한 헌법 개정 추진 등 의사를 밝히며 중국의 지지를 요청했으나 중국이 반대 및 유보적 태도를 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전협정 체결 당사자인 중국은 남북이 국가 대 국가 관계로 갈 경우 협정 무력화, 사실상 한반도에 대한 지렛대 상실 효과를 경계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홍 연구위원은 “중국은 북한에 핵 보유 정당성을 인정한다는 선물을 하면서 남북의 적대적 두 국가 기조에 대한 입장 확정은 보류했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북한의 핵 보유를 중국이 간접적으로 지지한 것은 한·미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뿐 아니라 한국의 핵무장을 억제하는 원칙이기도 한데, 최근 한·미 핵협의그룹(NCG), 한·미 동맹 현대화,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등 대중 압박 강도가 커지는 데 대한 견제 성격이란 분석이다. 다만 이를 공식화했을 경우의 파급력을 고려하면, 비핵화 관련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음으로써 한·미의 태도 변화를 지켜보고 외교적 지렛대(레버리지)로 삼고자 했을 것으로 파악된다.

 

임 교수는 이번 정상회담이 남북관계에 주는 함의에 대해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객관적·정당한 입장을 견지한다고 한 것, 평화·안정 수호를 언급한 점은 중국이 남북 대화 중재자로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이라며 “북한과의 경협을 지렛대로 북한에 대해 남북 긴장 완화를 압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박지현 '아름다운 미모'
  • 박지현 '아름다운 미모'
  • 블랙핑크 제니 ‘수줍은 손인사’
  • 카리나 '해맑은 미소'
  • 박은빈 '반가운 손인사'